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그냥살지요 2

희망으로 2014. 12. 15. 12:23

<그냥 살지요 2>


 - 어제 샤를르 드 푸코 이야기를 올렸었지요.

'지나다가'라는 필명을 쓰는 분이 아래의 글을 남겨주셨습니다.

몇 년째 가끔 저를 다독여주시는 영성이 참 깊으신 분입니다.

정작 저는 이름도 모르고 무엇을 하시는 분인지도 모릅니다.

귀한 댓글을 읽고 또 읽다가 저도 또 길을 떠납니다.

묵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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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나다가' 님이 남겨주신 댓글


원죄...

선악과를 먹었다는 것은 뭘 좀 알게 되었다고 하나님께 따타부타 

따지기 시작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따지는 것은 자기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이겠지만

그 억울함의 호소가 결국 아벨을 죽이는 가인으로 결과하게 되었지요.


순종...

따지지 않는 것,

아니 따지지 못하는 것,

나는 왜 이렇게 모자라게 태어났어요?

나는 왜 이런 질고를 지고 살아야 해요?

내가 왜 저 사람 죄값을 대신 지불하고 죽는 대속물이어야 해요?

......


그렇게 따질 자격이 내게는 아무 것도 없다는 것

내 소망이나 내 필요는 아무 것도 없이 태어난, 

아니 태어나진 존재, 피조물...


나는 왜 이래요라고 물어 볼 자격도 없다는 바울의 지적에

아무 할 말이 없는 흙먼지 같이 미미한 존재 

흙먼지, 하나님이 태초에 정하신 인간의 자리......


그런데 그 자리를 하나님이 주신 자리로 알고 살아내는 이들에게서 

이 세상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었던 그 하나님을 만나게 됩니다.

예수님이 시작하신 자리이고 희망으로님을 비롯한 

하나님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은 이들이 이어가고 있는 자리입니다.


"그냥 살지요"

......

그냥 살 뿐이지요.

욥의 열 자녀처럼 느닷없이 생의 순간을 마감할 지 모르지만

살아 볼 시간을 주신 것과,

그 시간에서 하나님을 만난 순간이 있었다는 것을 감사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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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가 다시 떠나는 묵상여행


Re : 지나다가님,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가인의 입장이 참 딱했어요.


‘왜 가인이 일방적으로 하나님께 거부당했을까? 

사람들은 아벨을 죽인 데서부터 가인을 살인자라고 비난하지만,

아벨을 무조건 편애하신 하나님의 그늘에서 억울하지는 않을까?‘


그랬지요.

그런데 따지는 마음이 가인의 살인까지 이어진 것이라는 

지나다가님의 말씀에 무언가 공감이 됩니다.

그 이전은 모르겠지만 제사가 선택되어진 후 가인의 행동은 

분명 따지는 모습이 맞네요. 순종보다는...


‘아하, 그런 마음이었다면 바치는 제물에도 대가와 생색이 포함되었겠구나,

하나님이 그걸 모르실리 없었을 거고,‘


가슴이 뜨끔합니다.

일생을 가인처럼 속에 품은 이중의도와 대가를 기다리며 산 제 모습이,


최용덕간사님의 찬양곡 중에 ‘우리 이 땅에’가 있지요.


'너와 내가 영혼으로 만날 수 없다면 

우리 이별을 어떻게 견디랴'

'너와 내가 ...‘


하나님과 우리 사이, 사람과 사람사이에도 영혼(신뢰와 순종)으로 

만나지 못한다면 무엇이 그 자리를 채울까요?


‘불신, 미움, 상처, 빼앗고 빼앗기고...’


우리의 각 처지는 순간마다 불평과 억울하다고 따지는 마음으로 바뀌고

날마다 한숨으로 시작하여 좌절로 날이 저물겠지요?

문득 광야를 지나던 이스라엘백성의 모습이 겹치네요.

딱 우리의, 아니지요 제 삶의 지금 모습이...


“그냥 살지요”


말없이 채찍과 죽음의 길을 받아들이며 침묵하셨던 주님의 마음이 그랬을까요?

따지면 사람의 지지는 받을지 몰라도 하나님과는 멀어질 선택을 버린 마음.


저는 택도 없습니다.

하루도 멀쩡히 말없이 따라가지 못하고 투덜거린걸요.

그래도 마음은, 욕심은, 기도는 늘 그런 삶을 바라봅니다.


오늘도 모두가 평안하시고 주어지는 하루를 고단할지라도 ‘순종‘으로

살아보는 복된 날 되었으면 기도합니다.


‘우리 이 땅에’ 가사를 다시 읽으면서 속으로 노래 부릅니다.


<우리 이 땅에>


우리 이 땅에 몸으로 태어나 / 무슨 일 하다가 무엇을 남기랴

우리의 인생을 누가 대신 살아주나 / 너와 내가 남남으로 주 앞에 설 때에

우리 무엇으로 주님께 드리야


혹은 긴 인생 어떤 인 짧은 인생 / 그러나 누구도 영원히 살 수 없네

천국이 없다면 인생이란 허무한 것 / 너와 내가 영혼으로 만날 수 없다면

우리 이별을 어떻게 견디랴


주님 안에서 영원한 생명 얻어 / 언젠가 또다시 만날 수 있기에

우리 헤어져도 슬프지 않을 수 있어 / 너와 내가 영혼으로 또 다시 만나세

주님 그때까지 함께 계시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