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마른 갈증... 사막의 샤를 드 푸코를 생각하면서>
그냥 살아야지요.
안산에서 작은 집을 얻어 ‘만남의집’이라는 기도와 생활 나눔 공간을 할 때였다. 새벽과 저녁, 하루 두 번씩 모여 기도시간을 가지고 쉬기도 하고 성경도 보고 그랬다. 아프리카 말라위에서 오신 목사님도 있다가 가셨고, 중국에서 온 분도 지내다 가셨다.
한 번은 예수의 작은형제회 소속인 경일 형제님이 와서 만남을 가졌다.
생활나눔을 가지고 말씀도 듣고 밤이 되었다.
잠이 오지 않아 마당으로 나갔더니 그곳에 별을 보며 쉬고 계셨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질문 하나를 했다.
“하는 일이 잘 안 풀리고 사람들도 진심을 몰라주어 마음이 상할 때,
경일형제님은 어떻게 하시는지요?”
잠시 생각을 해보던 형제님은 아주 간단하게,
정말 설명도 더할 필요 없는 말을 하셧다.
“그냥 살지요”
“..........”
내가 ‘이렇게 저렇게도 해보고, 설명도 해보고,
기도도 하고 다 해보아도 안 될 때’ 라고
했었기 때문에 더 물어볼 수도 없었다.
그 뒤로 일이 꼬이거나 오해를 받아 속 상하거나 할 때면 그 짧은 말이 자꾸 떠올랐다.
그분들은 샤를르 푸코라는 청빈과 묵상의 삶을 수련하는 수도회 소속으로
낮에는 일하고 밤이면 세를 얻은 잠자는 숙소에서 기도회를 가지며 살아가는 분들이다. 그러니 머리에서 나오는 생각으로 하는 말이 아님을 잘 알기에 그 무게와 깊이가 남 달랐다.
- 샤를르 드 푸코,
늘 더 큰 고독과 기도와 절제의 삶을 살고자 했던 그는 1897년 팔레스티나의 나자렛으로 가서 클라라회 수녀원의 문지기로 살며 1900년까지 밤낮으로 묵상과 기도에 전념하였다. 그의 생활은 가장 비천한 노동, 경건한 독서, 성경 공부, 기도로 이어졌다.
푸코는 수많은 사람들이 영적인 가난 속에서 살아가는 아프리카의 모로코에 이끌려 모로코와 알제리 국경 근처 베니 수도원(Beni-Abbes)의 은수처로 들어갔다. 그는 사막의 무슬림 부족들에게 복음을 전하고자 했는데, 그 방법은 설교가 아니라 모범을 보이는 것이었다.
그는 예수처럼 세상 한가운데서 가난한 사람들과 단순하게 살고 싶어했다. 그래서 수도복도 벗어 던졌다. 또 초대교회처럼 작고 단순한 공동체를 원했다. 세속에서 살되 세속에 물들지 말고, 활동을 하되 관상적 기도를 게을리 하지 않으며, 하느님 뜻에 단순하게 자신을 내맡기라는 가르침을 삶을 통해 전해줬다.
예수님이 공생활을 시작하기전 시골마을에서 가난한 노동자로 사셨던 모습을 본받은 사람,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 들어가 무엇을 베푸는 사람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그냥 그들과 똑 같이 사는 삶을 택한 수도자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샤를르 드 푸코의 영성에 따라 아파트 청소부로 생활하시는 수녀들이 있다. 푸코의 영성을 따르는 수도자는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특별한 복지사업을 하지 않는다. 그냥 그들과 똑같이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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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샤를 드 푸코
밖으로 드러나는 행위보다
인간 자신이 먼저임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사랑 받을 만한 사람이 되는 것 뿐입니다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의 선택입니다
내가 아무리 마음을 쏟아 다른 사람을 돌보아도
그들은 때로 보답도 반응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신뢰를 쌓는데는 여러 해가 걸려도,
무너지는 것은 순식간이라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인생은 무엇을 손에 쥐고 있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믿을 만한 사람이 누구인가에 달려있음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의 최대치에 나 자신을 비교하기보다는
내 자신의 최대치에 나를 비교해야 한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인생은 무슨 사건이 일어났는가에 달린 것이 아니라,
일어난 사건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무엇을 아무리 얇게 베어낸다 해도 거기에는
언제나 양면이 있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사랑을 가슴 속에 넘치게 담고 있으면서도
이를 나타낼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있음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나에게도 분노할 권리는 있으나 타인에 대해
몰인정하고 잔인하게 대할 권리는 없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진정한 우정은 끊임없이 두터워진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도 이와 같다는 것을...
내가 바라는 방식대로 나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서
나의 모든 것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도
좋다는 것이 아님을,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또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아무리 좋은
친구라고 해도 때때로 그들이 나를 아프게 하고,
그렇다고 하더라도 그들을 용서해야 한다는 것을..
환경이 영향을 미친다고 하더라도
내가 어떤 사람이 되는가 하는 것은
오로지 나 자신의 책임인 것을,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서로 다툰다고 해서 서로가 사랑하지 않는 게
아님을, 그리고 우리들이 서로 다투지 않는다고 해서
서로 사랑하는 게 아니라는 것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두 사람이 한가지 사물을 바라보면서도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르다는 것도,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그리고 또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앞과 뒤를 계산하지 않고 자신에게 정직한 사람이
결국은 우리가 살아가는 데서 앞선다는 것을
내가 알지도 보지도 못한 사람에 의하여 내 인생의
진로가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글을 쓰는 일이 대화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내 마음의 아픔을 덜어준다는 것을,나는 배웠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는 것과
나의 믿는 바를 위해 내 입장을 분명히 한다는 것,
이 두 가지 일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렵다는 것을,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나는 배우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것과... 사랑을 받는 것을...
* 그의 '영적수기'는 글이 아니라 살점같은 귀한 묵상들이다.
'사하라 사막의 성자 샤를르 드 푸코' 와 '사막의 불꽃' 책에서 볼 수 있다.
*사진1 - 사막에서 아이를 안고 있는 샤를르 드 푸코
*사진2 - 예수의 작은형제회 경일수사님이 오던 때 우리 공동체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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