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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바로 그 욕심 많은 불평쟁이?

희망으로 2014. 12. 24. 10:05


(사진은 네이버 블로그 '새벽길을 걷다'에서)



<잡담 190 내가 그 욕심 많은 불평쟁이?>

 

차라리 나가버려...”

 

순딩이 착하기만 하던 아내의 입에서 고통스럽게 터져 나온 추방명령.

화장실에서 30분을 넘기고 한 시간이 가깝도록 배를 치고 힘을 써도 도무지 나오지 않는다.

아내는 마비된 장과 씨름하느라 변기에 앉아서 녹초가 되는데 나는 투덜거리고...

 

뭐야, 아무래도 안 되잖아, 배 두드리는 팔만 아프고... 차라리 장갑 끼고 빼내자 응?“

 

지치고 짜증내는 내 투정에 울상이 된 아내가 얼굴이 붉어졌다.

단풍철도 아니고 화무십일홍 처녀 때 홍조도 아니고 일그러진 환자의 비명으로.

 

그런데 나는 정말 지겨웠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7년을 이런 저런 방법으로 버텨온 날들이,

어떤 이들은 대 소변 받아내는 것도 힘들다지만 내게 그건 차라리 복이다 싶다.

아내는 대장도 방광도 다 신경이 마비되어 아예 나오지도 못하는 고통 속에 산다.

소변은 기구를 사용해서 빼내기라도 하지만 대변은 정말 고역이다.

약도 몇 년 만에 내성이 생겨 안 듣고, 오직 물리적으로 빼낸다.

배를 치고 때리거나 손 넣어서...

 

문제는 앞으로도 얼마를 더 이렇게 살아야할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점.

차라리 얼마를 더 살지 그걸 따지는 게 빠를까?

희귀난치병이란 그렇게 쉽게 끝나지도 않고 예정을 알 수도 없는 대상이다.

 

결국...

오전 재활치료시간이 지나가도록 속수무책, 오늘도 운동치료를 건너뛰고 포기했다.

이건 의욕과 결심만으로도 안 되는 능력 밖의 일이다.

이런 삶이 참 싫다. 아내도 진절머리를 낸다. 그 곁을 지켜야하는 내 마음도 지겹고.

 

온통 무거운 쇳덩어리 등에 지고 바닥으로 가라앉는데 전화가 걸려 왔다.

 

밥 먹어요! 제가 살께요.”

 

아이 장학금을 받도록 추천해주셨던 고마운 분이 문자가 왔다.

고맙게도 일부러 일 끝나고 병원으로 오셔서 우리에게 밥 사주시겠다고 한다.

딸 아이까지 불러서 같이 먹자고 하신다.

 

있잖아요. 치과 치료하느라 한 달 가깝도록 죽만 먹다보니 먹고 싶은 게 줄을 서요.

이렇게 맛있게 먹고, 큰 불편 없이 당연한 듯 내보낼 건강만 있다면 뭐가 모자라겠어요.“

 

그 분도 다리가 불편하시다. 아내는 휠체어타고,

 

병원에서 두어 번 화재 경보가 울려 대피하는데 앞이 캄캄하더라고요.

업고 소중한 짐 하나는 또 들고, 몇 층이나 피난할 생각을 하니...

그러니 먹고 잘 싸고, 두 다리로 계단 오르내릴 수만 있으면 불평하면 안 되지요?“

 

그렇게 동의 받아가며 무슨 큰 깨달음이라도 얻은 듯 목소리 높이며 호들갑을 피웠다.

맞지요? 그렇지요? 하면서,

 

...그런데, 말하는 목덜미로 서늘한 칼날이 닿는 느낌이 온다.

 

그러게, 그럼 안 되지, 밥 잘 먹고 잘 싸면서 두 다리로 계단 오르내릴 건강만 있다면, 더 이상 불평하지 말아야지? 바로 너, 너 말이야!

 

내가 바로 그런 대상인데 오전 내내 산다 못산다 불평을 했던 것이 떠오른다.

아님 잘난 척 소박한 행복, 감사,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 이거 제 이야기네요? 에고 민망해라 하하하~~”

 

(뭐 어쩌나? 그렇게 웃으며 둘러 떼우고 다른 화제로 넘어갈 수밖에...

그래도 세상의 가난하고 외롭고 병들고 억눌린 사람들을 위해서 오신 분이 있다.

내일이 생일이다. 땅에는 평화! 그를 기뻐하는 자에게!

당연히... 나도 기뻐한다. 가슴 사무치게,

아내에게 내 몫까지 줄 수 있다면 다 주고 싶다. 평안도 위로도 행복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