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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185 - 5년만의 귀가, 축하를 하나, 위로를 하나...

희망으로 2014. 11. 30. 00:03

<잡담 185 – 5년만의 귀가, 축하를 하나 위로를 하나...>


“축하해!”

“축하는 무신... 총성 없는 전쟁터인 사회로 들어 왔구만, 안됐다 아들!”


그렇게 나와 아내는 제대하는 아들에게 다른 종류의 인사를 했다.


아내는 5년 전 둘째아들의 입대 때 중하게 병을 앓느라 배웅을 못했다.

그리곤 내내 마음 무겁게 지냈다. 

때론 자유분방한 성격인 아들이 군 생활에 적응 못할까봐 염려하기도 하고,

그러니 5년 만에 무사히 제대하는 아들을 마중가자고 눈물로 협박(?)할만 했다.

나는 또 당하고...


사실 주는 밥 먹고, 실직 걱정 없는 군대생활이 어쩌면 더 편할지 모른다.

몸은 말이다. 마음은? 모르겠지만,

그리고 솔직하게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아내는 요즘 뉴스가 끔찍한 군 생활을 무사히 마치고 나오는 것만도 무지 기뻐하지만,

이제부터 아들이 담고 살아갈 취직 걱정, 생활대책, 이성 문제 등,

첩첩 고민거리가 만만치 않다.


언젠가 한 아이는 죽고 싶다고 일기에 남겨서 가슴이 철렁했다. 겨우 십대에...

또 한 아이는 앞으로 넘고 해결해야할 문제들 때문에 가끔 우리에게 날카로웠다.

부모인 우리가 눈치를 보고 마음 졸이는 속상한 상황. 부모가 무슨 죄인이라고.


어떤 때는 화가 난다.

비록 넉넉하게 길을 열어주지 못하고 마음고생 몸 고생을 시키기는 했지만 

늘 부모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그래도 아이들은 우리가 귀찮은지 아니면 부담스러운지 서운한 말을 한다.

가족인데도 이러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고, 

같은 밥 먹지도 않고 같이 고생 하지도 않아본 남들은 오죽할까?


그래서 가끔은 나는 아이들에게도 눈을 감아버린다. 때론 아내에게도,

사람은 기대를 하면 어김없이 실망을 안겨주고 상처를 내기도 한다.

뭐 나라고 남에게 안 그랬을까? 당연히 그랬을 거다.

그렇게 경험하다보니 궁금해졌다. 


- ‘사람의 본성은 악한 걸까? 선한 걸까?’


고심과 오랜 생각 끝에 나는 ‘사람은 본성이 악하다!’ 고 마음먹기로 했다.

그리고 사람의 출발은 이기심이라는 선에서 첫걸음을 내딛는다고 인정했다.

사람만? 아니, 세상도 그러했다.

‘세상은 바탕 자체가 불행이고 8할이 고난이다!‘ 라고 거듭거듭 인정했다.


세상을 보면 참 마음이 안 놓인다.

어떻게 그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불행과 고난이 사람들을 파도처럼 끌고 다닌다.

나도 예전에는 사람도 모두가 선한 본성을 타고났는데 살면서 악해진다고 믿었다.

세상도 행복하고 행운으로 가득한데 몇몇만 불행을 만날 거야!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이 얼마나 어리석고 위험한 것인지를 살면서 점점 알게 된다.

아마도 하나님도 그런 시행착오를 하셨나보다.

그러니 노아의 방주를 짓고 대홍수를 일으켰을 것이다.

그러면 당연히 선하고 의로운 세상이 계속되고 죄는 씨앗도 내리지 않을 거라고,

얼마 지나지 않아 제자리로 돌아갈 거라 믿었다면 그게 무슨 소용 있다고 그랬을까?


또 예수를 세상에 보내 대신 십자가에 죽게 할 때도 사람들이 회개하고

다시는 유대인들처럼 또 종교를 타락시키거나 약자를 괴롭게 안할 것이라 믿었을거다.

그러나 종교개혁이 필요할 만큼 기독교는 부패로 타락했고,

그 고비를 넘겨도 지금 시대에 또 다시 비슷한 상태로 실망스럽지 않은가.

언젠가 다시 영원한 심판과 재림이 필요하다고 성경도 말하는걸 보면 분명 그러하다.

그러니 인간도 타고나기를 악하고, 세상은 출발 바탕이 불행과 고난으로 찬 것이 맞을 거다.


그리고 칸트의 도박론 비슷한 입장으로 생각해도 그렇게 믿고 싶다.

만약에 인간은 본디 선하고 세상은 천국처럼 행복하기만 하다고 믿고 살면

배신과 상처를 당할 때 마다 우리는 괴로워할 것이다.

왜 나만 재수 없이 그런 사람을 만나는지, 왜 내가 그런 인간이 되었는지...

또 세상은 행복이 판치는데 나는 고난으로 신음하며 세상을 지나는지 더 힘들어 할 것이다.

그야말로 절망과 비통함만 가득하고 연속되는 날들...


하지만 나는 사람은 본디 악하고 이기적이라고 전제한 다음에는 

사람에게서 종종 보너스 처럼 기쁨을 발견한다.


“야! 이렇게 착하고 양보하는 사람도 있구나!”

“그래도 세상은 살아볼 만하지? 가끔 기대도 못한 행운이 온단 말이야! 하하하!”


정말 그랬다. 사람과 사람사이가 실망과 상처로 얼룩지고 

마침내는 한 사람도 신뢰하지 못하는 고독한 결론으로 몰리는 것보다 훨씬 좋다.

애당초 인간과 세상에 대해 냉정한 전제를 가지고 사는 것이!


그래서 오늘도 전제를 한다. 제대가 결코 행복으로 들어만 가는 문이 아닐 거라고,

그리고 살다 힘들면 아이들도 부모에게 예의를 갖추지 못하고 원망할지 모른다고,


성경에서 그랬다.

- ‘근심 중에 기뻐한다’ 고, ‘기쁜 중에 근심 한다’는 말은 들은 적도 본 적도 없다.


살아가면서 동화처럼 고운 말, 따뜻한 감성을 점점 잃는 것이 아쉽지만

너무 터무니없는 환상과 달콤한 꿈에 취해서만 살 수 없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기로 한다.

그것이 어쩌면 하늘나라에 대한 진정한 기다림이고 예의인지 모른다.

거저먹기가 아닌 큰 은총임을 인정하는 것 말이다.  


그래도....


"아들! 축하 한다. 5년의 긴 시간을 큰 사고없이 마치고 귀가하는 날을!"

"아내여, 당신도 참 마음 고생 많았어, 이제 편히 지내요! 아들도 자주 보고!"




* 사진1 - 만나러 부대로 가는 중 우동 한그릇 먹으면서




*사진2 - 홍천의 흐린하늘로 들어가면서





*사진3 - 무사히 만나서 짐을 싣고 돌아오는길에 모자간에 차 한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