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잡담 186 - 적응하지 않기를>

희망으로 2014. 12. 2. 09:32

<잡담 186 - 적응하지 않기를>

"내일 아침은 많이 추워진데, 
혹시 몸 안좋으면 연락해, 학교 데려다줄게!"

첫눈치고 너무 많은 눈이 내렸다.
쌓인 눈은 얼어서 빙판이 되고 갑작스레 기온이 뚝떨어져
걷기도 쉽지 않은 등굣길이 마음에 걸렸다.

'추워도 적응을 해야지, 하루 이틀도 아닌데 어쩌겠어...'

혼자 꾹꾹 안쓰러운 마음을 눌러 앉히고 기다렸다.
결국 시간이 지나도록 아이에게서 문자가 오지 않았다.
30분이 넘는 눈길을 걸어서 가기로 마음먹었나보다.

적응을 하면 추위도 더위도 모두 사라진다.
심지어 아주 심하지 않은 병은 통증도 그러했다.
배고픔 외로움도 그랬었나?

적응의 좋은 점은 불행도 엷어진다는 것이고
적응의 나쁜 점은 행복 또한 그러하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낯설던 것들도 친숙해지고
꽤 불편하던 것들도 지낼만해지는 마법과 같은
'적응!'

슬픔도 줄어들고 분노도 줄어들고 
미운 사람도 견딜만 하게 해주지만
좋은 것만 따라오지는 않는다.

그리움도 줄어들고 
고마움도 줄어들게 한다
희망도 줄어들고...

하여 진정으로 내가 드리는 기도는
무엇에나 완벽히 적응하지는 않게 해달라는 것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기를 바라는 것들이 있어서다.

가족에 대한 사랑
도움주신 분들에 가지는 감사
마침내 돌아갈 날을 기다리는 꿈
모든 친구들과 추억들...


고생을 좀 해도 괜찮나요?

이것도 하늘이 주시는 속 깊은 은총이라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