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수용소 내 맘대로 읽기 – 넷>
4.
3장 계란, 경비, 사랑 : 일상은 힘이 세다. 수용소도 삶이 되게 한다.
사람이 살면서 피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일까?
아니다. 어떤 처지에서 살더라도 내가 할 거라고 예상되는 것은 무엇일까?
두 가지는 분명하다.
‘하나는 영혼을 끌고 갈 힘, 예배, 기도, 믿음 그런 것,
또 하나는 배를 채울 음식, 사랑(마음 행동 가리지 않고 모두를 포함한) 그런 것...‘
“들었어? 글쎄 ooo실 아줌마 애기 가졌데!”
“그럼 그 젊은 나이에 몇 년째 병원에 있는데 부부가 그냥 어떻게 살겠어...”
나는 보았다.
오래 투병을 하는 사이에도 사랑을 나누고 아이를 가지는 사람들을,
허덕이는 하루를 살면서도 멈출 수 없는 것은 계란 후라이만이 아니고
사랑하는 사이의 잠자리도 포함된다는 생생한 삶을.
인류는 전쟁과 기근, 그 고단함 속에서도 자식을 낳고 대를 이었다.
머슴살이 노예들도 그랬다. 어쩌면 팍팍하고 비루할수록 더 필요한 것.
내일이 없는 사람들에게 더 거룩한 행위만 하라는 충고하는 사람도 있다.
먹는 것도 줄이고, 잠자리도 포기하라며 오직 기도, 기도, 거룩 거룩하면서...
‘정말 뭣도 모르는 한심한 사람’이다.
신분 직위가 무엇이든지, 나이가 몇 살이든 상관없이!
산둥수용소에 수감된 사람들이 물 흐르듯 자신들을 일상적 삶으로 만들었다.
불과 석 달, 여섯 달 만에.
계란으로, 부대끼는 경비와 다른 수감자와 혹은 이성파트너와의 사랑나눔을 통해서.
그것들은 누가 시켜서가 아닌 그만큼 본질적 실체다.
어떤 점에서는 그 기록은 모든 고난이 설치는 인생에게 주는 희망이다.
사람들이 어떤 극심한 상황에 빠지더라도 일상으로 만들고 견딜 수 있게 된다는 결과.
그 ‘일상’속에는 암시장도 있고, 수도자의 중개행위도 있었다.
경비들과의 밀땅속에 살아가는 생존도 있었고, 위 아래층 청춘남여의 사랑도 있었다.
[우리들은 너무도 신속하게자신의 삶을(그 삶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스스로 ‘일상’이라고 부르는 삶으로 만들어 간다‘ - 102쪽]
[뭐든지 “일상으로 만들어 버리는” 인간의 성향에 대해 깊이 생각하다가, 나는 이런 자질이야말로 인간에게 주어진 축복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 103쪽]
- 지루한 사족
제발 나이 들었다고 사랑(남녀사이 잠자리욕구)도 식었을 거라는 단정을 공공연히 하지 말라. 아프다고 그런 거 필요 없을 거라고도 하지마라. 믿음이 좋아지면 계란후라이에 욕심도 없을 거라는 편견도 가지지 말라.
어떤 처지에서도 특수 고난을 일상으로 만들어버리는 그 하찮은 먹고 살고 사랑하는 반복이 삶을 회복시킨다. 그 회복된 일상을 딛고서야 경건도 거룩도 하늘에 제자리를 잡는 법이다.
그래서 일상은 구원의 첫 발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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