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둥수용소 내 맘대로 읽기 – 셋>
3.
- 2장 생존하는 법을 배우다 : 동물의 왕국은 아름답지도 추하지도 않다.
‘게임 오버! 다시 스타트~’ 수용소로 들어가는 상황은 딱 그랬다.
힘이 좋아서 남보다 짐 가방을 두어 개 더 지고 들어간다손 거기서 거기인 처지
삶에서 불쑥 닥치는 질병 사고 등 고난도 그랬다.
그동안 쌓아 올린 것이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불행이 싹 쓸어 가면...
“제군들은 세상에서의 지위나 대접은 잊어라! 알겠나!”
마치 군대에 막 입대한 훈련병 앞에서 기를 죽이는 조교의 엄포가
말이 아닌 현실 상황으로 그 모두에게 다가온 것이다.
이제 그 모두 앞에는 죽지 않으면 까무러치기로 사는 것만 기다렸다.
수용소로 입소한 인간은 비슷한 벌거숭이 짐승이 모인 동물의 왕국이 되었지만
놀라운 적응력은 시간이 흐르면서 서서히 질긴 민들레처럼 살아난다.
화장실문제, 식사문제, 잠자리문제.
일순간 무너진 강제적인 공평함 앞에서 들고 일어나는 개인적 차별 욕구는
싸움을 불러일으키고 금방 미치게 하지 않을까 염려스러워도 그렇지 않다.
‘사람을 돼지우리에 강제로 집어 넣어두면 어떻게 될까? 답은...사람도 돼지로 변해서 적응한다.’ 내 경험에는 생존은 그렇게 지독하고 그렇게 수치스럽지만 질겼다.
김관성목사님은 고상하면서 좌절하지 말고 ‘욕하면서도 버티고 사는 삶’을 권하셨다.
“똥을 어떻게 휘젓고 치워...”
수세식에서 퍼세식으로 바뀐 화장실 사용.
다들 무슨 큰 불행이라도 만난 듯 호들갑스러운 고민을 털어놓았지만
나는 참 팔자 좋은 소리를 하고 있다는 부아가 치밀었다.
지금도 전국 곳곳 병원에는 달랑 비닐 장갑하나 끼고 손으로 똥을 파내며
그 손으로 밥 떠먹으며 사는 사람들이 부지기다. 비록 씻고 먹지만...
수용소생활보다 더 끔찍하고 처참하게 버티며 사는 이들이
이 땅에 바글거린다. 나를 포함한 이들이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
개인이 아닌 집단에게 닥치는 강제 평등은 한편 다른 생활양식을 불러왔다.
아마도 하나님이 노아홍수나 소돔에게 내린 재설정셋업이 그래서일지도 모른다.
(위원회 선발을 통해 기본자질 발동으로 또 다시 동물세계처럼 우열이 가려지게 되지만...)
[정상적인 삶에서라면 전혀 접촉할 수 없었던 사람들이 극도로 친밀하게 지낼 수밖에 없는 공간속으로 함께 내던져 졌다. - 58쪽]
[수용소 경험을 통해 우리가 배운 가장 가치 있는 것은 이렇게 사회에서 통용되던 거짓된 가치관을 버리고 공통의 인간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 6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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