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80 – 따뜻하다! 추워지니...>
“준비 다 되었니? 지금 데리러 간다.”
딸아이를 컴퓨터디자인 충북도대회장에 데려다 주러 이른 아침 병원을 나섰다.
지하주차장의 서늘한 공기.
‘아, 따뜻하다.’
나도 모르게 느낀 겨울잠바의 포근함이 뭉클 하게 가슴을 파고 든다.
사람은 늙으면 사소한 것에 감동하고 자주 운다더니 내가 늙어 가는 중일까?
온기, 따뜻함.
뜨거운 것이 아님은 물론이고 더운 것과도 다른 느낌.
이 좋은 포근함은 추워져야만 실감한다.
“목도 아프고 어깨도 결리고..., 운동을 오래 못했더니 더 심해지네”
“아빠, 운동해”
“내가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
“응”
“용돈공급자로 필요해서는 아니고? 흐흐!”
나도 안다. 딸의 말속에, 얼굴에 나타나는 진심을,
고맙다. 미운 아빠 무능했던 아빠가 아니고 오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아빠로 보아주어서.
언젠가 아내가 통증으로 신음하고, 심해지는 병이 무서워서 펑펑 울 때,
나는 내가 곁에 있다는 사실이 참 고마웠다.
아내에게는 아주 많이 추운 순간이었을 그 때에 나는 따뜻한 담요나 옷이 될 수 있었다.
나도 아내를 많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때 짙게 느꼈다.
우리들의 고난이나 깊은 외로움은 그런 추위와 같다.
누구인가를 따뜻하게 받아들이게 하고,
무엇인가를 유난히 감사로 받게 해주는 추위.
겨울은 싫지만 겨울에야 알게 되는 온기는 행복을 느끼게 해준다.
더운 여름에는 열 번을 죽었다 깨도 도무지 모르는
그 따뜻함을 경험한다는 고마움 때문에.
나와 하나님은 오랫동안 어긋나며 만나지 못햇다.
하나님이 서성거렸는지 내가 겉돌았는지 그랬다. 오랜 세월을,
그러다 중한 질병으로 가정이 무너지고 가족들이 헉헉거리고 나도 무너질 때,
그때서야 만났다. 아마도 내가 기어들어 갔을 거다. 하나님의 품속으로...
참 따뜻했다. 그때 많이 추웠던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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