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쫑이났다.
한달전부터 오늘에 맞추어 다른 힘들 일도 피하고
소변주머니까지 시술하고 많이 준비했는데
정작 당일인 오늘을 앞두고 아내는 어제밤부터 눈의 통증이 심해졌다.
우리를 후원해주시는 모임의 예배와 찬양 행사에 꼭 참석하려고 했는데...
어떤 이들은 나라의 정의를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해 기도도하고
또 어떤 이들은 가난한이들을 돕기 위해 먼나라 험한 곳까지 사역도 가고
아님 나름대로 신앙의 발전을 위해 학문에 힘쓰고 재능도 꽃 피운다.
...우리는 이거 왜 사는지 모르겠다.
도무지 사람구실 부모구실 신앙인의 구실도 못하고
도움받는 사람답게 꼬박 인사도 마음먹는대로 할 수 없다니,
남들은 거룩한 믿음을 위해 고상하게 하루씩 산다는데
혹은 자신과 가족의 행복을 위해 깨알같이라도 산다는데
도대체 무엇을 하면서 무엇때문에 살라는 걸까?
밥만 축내고, 남의 돈만 축내며 버러지같이,
버러지만도 못하게 무익하게...
몹시 우울해진다.
정말 이 땅의 모든 생명이 하나님 손안에 있는것이 맞나?
이렇게 구차하게 목에 밧줄걸고 질질끌려가는 생활도
누군가에게 유익한가? 당사자인 우리는 아예 제쳐놓고라도.
늘 질문은 나의 몫이고 대답없는 무자비는 하나님의 몫이다.
아니던가?
늘 사랑한다 사랑한다 약속하고 돌보는건 하나님역할이고
못믿겠다 못살겠다 원망과 탄식은 나의 역할이었던가 ㅠ.ㅠ....
하늘은 청명하고 바람은 무거운 쇳덩이도 들어올릴만큼 가벼운데
내 가슴은 몇 숟갈 먹은 아침 밥도 체한 듯 꽉 막히는 가을 아침이다.
거룩하지 못하다.
믿음 없다.
마침내...의미 없다.
좋을 때 하는 좋은 고백이.
좋은 시절보내는 사람이 하는 좋은 고백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