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73 – 시(詩) 비트는 부부>
“수건!”
“컵!”
머리감기고 양치질 준비해주고 나도 씻는데 계속 아내가 부릅니다.
“어...귀찮아, 투덜투덜....”
병실에서도 뭘 하려고하면 계속 불러대는 아내의 주문에 때론 짜증을 냅니다.
아내는 날더러 불성실한 간병인이라고 합니다.
“맞아! 이러다가 당신이 곁에 없으면 아마 심심해서 죽을지도 몰라!”
“뭔 소리야?”
“하루 종일 한 번도 누가 안 부르고, 할 일도 없어지면 얼마나 심심하고 아마 뒤틀다가 짜증도 날걸? 강아지라도 한 마리 키워서 3번 밥이라도 주면서 살아야지! 크크!”
아내가 끄덕입니다. 정말 수시로 귀찮을 정도로 뭔가 일을 하다가 쉬는 짬이 진짜 달콤한 휴식이거나 내 시간인 걸 여러 번 실감합니다. 아내가 잠든 후 나가서 쉬는 한 두 시간의 그 꿀맛 같은 자유 시간! 그걸 말로 설명 못합니다.
“그래서 당신은 내게 그 꿀맛을 주려고 살아간다니까! 국화를 피우려고 밤새 울었던 소쩍새처럼!”
아, 그 이야기는 차마 꺼내지 말았어야 했습니다. 뒤로 이어지는 대화를 돌이켜보면...
“진짜 소쩍새가 국화를 위해서 울었을까? 시인이 봤데?”
“뭔 소리여? 아니, 시인이 거짓말을 하겠어? 왜 그래?”
“혹시 옆에 있느느 코스모스를 피라고 운건 아니고?”
“그리고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서라며? 겨우 한 송이만? 그럼 나머지는 어떻게 핀데?”
“아, 이 사람이, 한 마리가 한 송이를 위해 울었겠제! 그러니까 여기저기서 떼로 울었겠지 뭐!”
“우리 시골집 앞밭에 국화 심었었잖아, 그때 소쩍새 우는 소리 못 들었는디?...”
“내가 들었어! 들었다구, 잠이 안와서 새벽에 마당에 나가보면 사방에서 소쩍새가 울어대고 있었다구!”
“으잉? 그래서 밤마다 잠 안자고 기어나갔구나... 어떤 잡것이 남의 남편을 불러내고 그랬다냐”
“뭐여? 그건 소쩍새가 아니고 뻐꾸기지! 뻐꾹! 뻐꾹! 두 번 울면 시부모 몰래 살금 나갓다는 젊은 부부들 이야기잖아!”
“그게 뻐꾸기였었나? 그럼 그렇다치고!”
“어이그...그만하자, 이러다 우리 두 사람 다 약 처방전 나오겠다! 흐흐”
너무 오래 같이 살다보면 이렇게 죽이 맞아서 곱디 고운 남의 시도 비튼다.
낄낄거리며! 뭐 그런 재미로 같이 사는 거지, 미운 짓만 참으면서야 어떻게 수십년을 버티고 살겠어요. 이렇게 비오는 날은 좀 더 웃음이 필요하다니까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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