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잡담 161 – 그때 그럴 걸, 그때 안 했어야 하는데...>

희망으로 2014. 8. 28. 21:38

<잡담 161 그때 그럴 걸, 그때 안 했어야 하는데...>

 

 

그때, 내가 아내에게 바람맞은 날 웃으며 괜찮아!’ 하지만 안했어도...‘

그때, 회사를 그만두고 시골로 가자고 하지만 않았어도 안 아팠을지도 모르는데...’

 

오래 아프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며 종종 해보는 생각이다.

내가 두 번 세 번 결혼해달라고 말하지 않았으면 우린 지금 남남일지도 모른다.

나하고 결혼 안했으면 다르게 살았을 거고, 그러면 병이 안 생겼을지도 모른다.

 

그 후에도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시골가자고 조르지만 않았으면 또 모른다.

지금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지...

 

사람들은 종종 그런 생각을 할 때가 많다.

 

그때 다른 길을 선택했더라면..., 혹은 그때 안 그랬어야 했는데...‘ 라고,

지난 어느 선택들을 돌이켜 후회하거나, 안 가본 길에 대한 미련을 품고 사는 것이다.

 

하지만 그거 아는가?

다시 시간을 돌려 그 순간에 데려다 주어도 열에 아홉은 역시 똑같은 선택을 하고,

시간이 지나 어느 날은 다시 똑같은 후회와 미련을 품고 산다는 것을,

 

시간만 되돌아가거나 상황만 재탕이 되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전히 자신의 경험, 취향, 욕망을 바탕으로 비슷한 선택을 하게 된다. 자신이 만든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다른 선택을 해서 다른 길로 가려면 시간과 상황만 되돌아가서는 안 되고, 그 바탕이 되는 생각과 습관과 욕망이 변해 있어야 하고, 가고 싶은 목적지가 달라져 있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여전히 반복할 뿐이다. 보통 사람들이 운명혹은 팔자라고 하는 것은 그 마땅히 올만한 이유의 끝에 달려서 따라오는 결과인 경우가 많다. 아주 예외적 우연이나 사고를 제외하고는.

 

더 많이, 더 높이, 더 빨리 남보다 앞서 가고 싶다는 욕망의 존재에서 1밀리도 벗어나지 않은 채로는 열 번을 죽었다 살아도 여전히 같은 곳에 도착하기 십상이다. 우리는 그걸 운명이니 한계니, 또는 불행이니 하면서...

 

내게 결혼 전의 순간으로 돌려주고, 내 눈앞에 아내를 나타나게 하면 내가 다르게 선택할까?

 

예상되는 답은? ‘!’ .

여전히 나는 아내에게 작업을 걸어서 호감을 사고 청혼을 해서 또 결혼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는 그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돈에 대한 지독한 집착도 안 생기고, 자리나 출세에는 여전히 별로 열정이 안 생기기 때문이다.

 

그러면 결혼은 그렇다치고 그 후는 달라질까? 아내의 마음에 근심과 속상함을 주지 않고, 가나하거나 안그렇거나 상관없이 평안하고 따뜻하게 대해줄까?

 

대답은 역시 !’ 이다.

그것도 역시 내 성품이 별로 변하지 않았다. 내 감정이 먼저고, 내 판단이 더 옳고, 내 자존심이 다른 가족보다 더 예민한 것이 여전히 그대로기 때문에...

 

, 타임머신 탈 티켓을 누가 주어도 별 사용할 생각이 없다. 일어날 일을 미리 아니까 돈벌이에 혹 사용해서 한밑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잔머리도 순간 생각했지만 남들도 다 알고 돌아간다면 별 가능성도 없을테니!

 

그냥 지금, 오늘 내 앞에 비단 카페트처럼 쫘악 깔린 선택의 기화들과 가능성을 잘 살려서 그저 기분 좋게나 보내면서 살고 싶다. 지나간 놓친 행운이나 아직 오지 않은 진수성찬이나 기웃거리며 시간보내봐야 꼬르륵 뱃소리나 날테니, 차라리 지금 내 손에 주어진 종이컵 믹스커피 한잔이 더 나을지도 모른다.

 

까르페디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