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54 - 모두에게, 모든 것들에게 감사>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컵라면에 물 부어서 살금 복도 끝 휴게실로 나왔다.
"뭐해?"
낼모레면 개학하는 고등학생 막내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냥 이것 저것 미안한데 내놓고 말은 못하고 돌려서...
"그냥"
"그냥이 뭐야? 침대에 누워 말똥말똥 있는거야?"
"아빠는 뭐해?"
"배고파서 컵라면 먹으려고"
"살찐다"
본론은 다 숨기고 그렇게 끊었다.
돈이 쪼달려서 장도 조금만 보고,
머리가 산발이라 스트레이트 퍼머 하고싶다는데 기다리라고 했다.
그게 미안했는데...
4분, 컵라면이 익는 동안 창밖으로 시외버스터미널이 보인다.
인적없고 차들만 가득 찬 터미널이,
벌써 3년이 넘었다. 이 자리에서 저 모습 본지가,
참 속상한다.
넉넉히 일하고 돈 벌어서 휴가도 가고 먹고 살 걱정없는
많은 분주한 사람들이,
얼마나 좋을까? 건강하고 가족챙겨 놀러도 가고...
곧 이어 참 미안하다
그렇게 열심히 땀흘리고 일해서 사는데
나는 7년째 아무 생산적이지 못하고 남의 돈 축내며 생존하고 잇다.
추워서 동상 걸리지도 않고 더워서 병나지도 않으면서,
이 병원생활이 끝나면 나도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열심히 벌어서 하고 싶은거 하는 생활이...
컵라면 다 먹고 살금 불꺼진 병실로 돌아온다.
자다가 한 두 번은 깰지도 모르지만
아직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사는게 어디냐.
기적이라고 우리 형편 아는 사람들은 다 말하는데!
때론 사는게 죽는것보다 별반 쉽지도 편치도 않은데
왜 살아야하는지 궁금하기도 햇다.
또 때로는 내 마음대로 죽고 사는걸 결정하는 건
무언가 열심히 사는 분들에게 도저히 미안한 일이라고
슬며시 거두어 들였다.
그 대상 중 가장 첫번째는 아프면서 버티는 아내.
두 번째는 억울한데도 원망 한마디 없이 견디는 아이들...
오늘도 은혜로 하루가 마감된다.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모든 것들에!
'이것저것 끄적 > 길을 가는 사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잡담 157 – 일부일처가 좋사오니> (0) | 2014.08.21 |
---|---|
<잡담 156 - 세상 참 불공평하다. 그런데 옳다!> (0) | 2014.08.20 |
공평한 햇살 (0) | 2014.08.16 |
<노숙자와 여행자의 차이점> (0) | 2014.08.16 |
잡담 153 - 지독한 단어 '외로움' 그러나 고마운... (0) | 2014.08.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