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잡담 154 - 모두에게, 모든 것들에게 감사>

희망으로 2014. 8. 16. 23:44

<잡담 154 - 모두에게, 모든 것들에게 감사>


밤 11시가 훌쩍 넘은 시간,

컵라면에 물 부어서 살금 복도 끝 휴게실로 나왔다.


"뭐해?"


낼모레면 개학하는 고등학생 막내 딸에게 문자를 보냈다.

그냥 이것 저것 미안한데 내놓고 말은 못하고 돌려서...


"그냥"

"그냥이 뭐야? 침대에 누워 말똥말똥 있는거야?"
"아빠는 뭐해?"
"배고파서 컵라면 먹으려고"
"살찐다"


본론은 다 숨기고 그렇게 끊었다.
돈이 쪼달려서 장도 조금만 보고,
머리가 산발이라 스트레이트 퍼머 하고싶다는데 기다리라고 했다.
그게 미안했는데...


4분, 컵라면이 익는 동안 창밖으로 시외버스터미널이 보인다.
인적없고 차들만 가득 찬 터미널이,
벌써 3년이 넘었다. 이 자리에서 저 모습 본지가,


참 속상한다.
넉넉히 일하고 돈 벌어서 휴가도 가고 먹고 살 걱정없는 
많은 분주한 사람들이,
얼마나 좋을까? 건강하고 가족챙겨 놀러도 가고...


곧 이어 참 미안하다
그렇게 열심히 땀흘리고 일해서 사는데
나는 7년째 아무 생산적이지 못하고 남의 돈 축내며 생존하고 잇다.
추워서 동상 걸리지도 않고 더워서 병나지도 않으면서,


이 병원생활이 끝나면 나도 다시 복귀할 수 있을까?
열심히 벌어서 하고 싶은거 하는 생활이...


컵라면 다 먹고 살금 불꺼진 병실로 돌아온다.
자다가 한 두 번은 깰지도 모르지만
아직 무너지지 않고 버티고 사는게 어디냐.
기적이라고 우리 형편 아는 사람들은 다 말하는데!


때론 사는게 죽는것보다 별반 쉽지도 편치도 않은데
왜 살아야하는지 궁금하기도 햇다.
또 때로는 내 마음대로 죽고 사는걸 결정하는 건 
무언가 열심히 사는 분들에게 도저히 미안한 일이라고
슬며시 거두어 들였다.


그 대상 중 가장 첫번째는 아프면서 버티는 아내.
두 번째는 억울한데도 원망 한마디 없이 견디는 아이들... 
오늘도 은혜로 하루가 마감된다.


감사합니다! 모두에게, 모든 것들에!




옥합을 깨는이 (2014-08-17 01:37:41) 
  
하나님 아버지...
사랑하는 딸이 투병하고 있는, 사랑하는 아들이 간호하고 있는 
이 병실을 축복합니다.
이밤에 시끄러운 소리를 다 잠재워 주셔서 딸과 아들이 단잠을 잘 수
있게 해주세요...

아침이 되면서부터 티비소리도 약하게 해주시고.티비 보며 욕하고
떠드는사람 없게 해주세요... 보호자들과 방문하는
이들의 목소리도 약하게 해주셔서 조용한 병실로 만들어 주옵소서...

우리 형제님,
간병하는 것만으로도 힘이듭니다...다른것으로는 스트레스 안받게 해주세요...
쪽잠을 자더라도 단잠 들게 해주세요...

하나님 아버지...
자매님을 치료하여 주세요.아이들을 지켜주세요.
이 가정을 회복하여 주세요.
이 가정을 세워주세요...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희망님,
우리 아버지 사랑은 수도꼭지 사랑입니다.
물 한방울 흐르지 않을 때는 너무나 답답하지만 아버지께서
수도꼭지를 틀어버리시면 물이 콸콸! 쏟아집니다!
어느날 갑자기 그렇게 하십니다.
뻔한 말 같지만 저는 그리 믿습니다...
(희망님께서 더 잘 아시겠지만...ㅠ)

예수님 안에서 형제됨이 무언지요...
저의 마음이 이리도 아픈가요...
IP : 119.***.***.202
Re : 마치 옆 병실에 계신 분이
종종 우리 405호실로 마실 오셨던 것처럼...

많은 것을 기억해주시고
깊이 담긴 마음도 이해하고 계시네요.

옥깨님
감사합니다.
오늘도 주님의 날, 첫 안식 음성이 되었네요.

(어느날 갑자기 터져버린 수도꼭지 같은 하나님! 저도 자주 경험합니다~ ^^)
 
지나다가 (2014-08-17 02:12:11) 
  
깊은 밤
복도 끝 창문 밖으로 보이는 시외버스터미널...

생각만해도 가슴을 휘감아도는 캄캄한 외로움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저에게 희망으로님은 그 캄캄한 밤을 지키는 거인입니다.
희망으로님이 자매님을 지키고 있고 또 끝까지 지키실 거라는
믿음이 제게 세상을 밝히는 희망과 같습니다.

인간의 무엇이 인간을 하나님과 만나게 할까?
끝까지 우리와 함께하실 거라는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하는 사람들이 아닐까?

믿음
인간이 믿을 수 있는 존재라는 믿음
그 믿음이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께 대한 믿음과 같이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무 도움도 못드리고 있지만
인간을 지으시고 기뻐하셨다는 하나님에 대한 믿음을 지켜주시는 
희망으로님에게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IP : 111.***.**.222
Re : 지나가다 멈추어서 위로를 나누어주고 가신 님!

제 믿음은 아주 작고 보잘 것 없지만,
제게는 생명을 붙잡아주는 동아줄입니다.
마치 아래처럼...

- 노숙자와 여행자의 차이

길 위에서 먹고
길 위에서 잠이 들고
길 위에서 사랑을 하고
길 위에서 이별을 하고

노숙자도 그러고 살고
여행자도 그러고 산다.

둘을 다르게 하는 것 하나,
돌아갈 집이 있는지 없는지...

이 고단한 세상을 나그네처럼 지날 때는
구분이 안된다.

그러나 나는 돌아갈 집이 있다.
하늘 나라 하늘 아버지

내 믿음은 나를 여행자로 만든다
이 세상 소풍 끝나는 날 돌아간다
더 이상은 내 슬픔이 내 눈물이 허무하지 않다
 
nada1026 (2014-08-17 06:08:25) 
  
저도 고등학교시절부터 타향살이를 해봐서 시외버스와 참익숙했지요.
막차가 끊긴 시외버스터미널의 황량함!
이해가갑니다. 그럼에도 감사하는 모습속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IP : 110.**.**.231
Re : 아내가 아프기 전에는
늘 제게 설렘의 자리였지요.
시외버스터미널, 기차역, 공항 등
여행을 좋아하는 제게 그 장소는 생기를 주는 곳

이제 보는 것도 마음이 무거워집니다.
묶인 사람 묶인 자유를 느끼게 하는 곳
늘 마중나갔다가 헤어지는 아이들을 배웅하는 곳이 되어버려서...

그래도 그곳을 통하여야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지요?
종착지인 하늘나라도 이 삶의 터미널을 거쳐서 가겠지요, 
어딘가 있을!
 
 (2014-08-17 07:33:48) 
  
돌아보니... 많은 분들이 그랬네요. 

동족인 노예를 돕다가 배신감을 안고 모래 사막으로 도망가서 40년을 보낸 모세나, 
죽도록 충성하며 싸워주고도 사울에게 쫓겨 13년을 피난살이한 다윗도, 
병고치고 죄를 용서하며 천국 복음전해주고도 외면당하며 십자가에 죽으신 예수님도, 
머나먼 이국으로 떠돌며 부활한 예수를 전하다 참수당해 2년이나 들판에 버려졌던 바울도... 

다들 그렇게 외롭고 힘들게 고독한 날들을 보냈네요. 
개인의 삶을 산것도 아닌데... 

하물며 나만 하나 챙기느라 허덕이며 살다 생긴 질병우환 고난이야 말해 뭐할까요? 
그러면서 깊어진 고독함 외로움은 또 무슨 자랑거리도 아니니, 

그럼에도 함께해주시는 하나님은 정녕 아버지 자격 있습니다. 
무슨 이유이든지, 잘 견디는 사람이든지 못난 사람이든지 가리지 않고 안아주시니~
IP : 111.***.**.245
 (2014-08-17 07:34:18) 
  
<공평한 햇살>

만원짜리 공동숙소에서 자나
수십만원짜리 호텔에서 자나
아침에 맞는 하늘의 햇살이 같다니

선한 사람이나 악인에게나
같은 햇빛과 비를 주기로 한 것이
하늘의 법칙이라고?

얼마나 다행이고 신나는 배려던가
누구나 맞는 아침 햇살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생겨서 다가 온다니!

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하늘
누구에게나 공평한 하루 24시간
뾰족한 성깔인 내게도 상관않고
동그란 얼굴인 너에게도 다르지않게!
IP : 111.***.**.245
 (2014-08-17 20:49:50) 
  
교회에서 예배드리고
아이들 자취방에가서 얼굴보고
병실에 돌아왔더니...

30분도 안된 방금 전 누군가 왔다가 가셨네요.
맛있는 김치랑 멸치볶음을 놓고요.
이렇게 아직도 따뜻한 온기가 남은 메모지와 함께~~

미안하고 아쉽네요. 일부러 와주셨는데,
연락처도 없어서 잘먹겠다고 말도 못하네요.


IP : 111.***.**.245
 별빛 (2014-08-17 21:25:21) 
  
오늘 
주일 예배를 드리는 교회에서 
가을 향기를 실컷 맛보았습니다.
교회마당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원목 테이블이 나란히 있는 곳에서..
추적추적 내리를 비에 젖은 낙엽이 너무 아름다웠습니다.

원목 테이블마다
작은 꽃바구니를 만들어 놓고
초록이들도 집에서 가져다 셋팅해 놓고..
귀찮은줄 모르고 초록이들을 데리고 갑니다.
그러면 
잠자는 듯한 테이블들이 생기가 돌곤 합니다.
또 이렇게 잠시 머물다 갑니다.
IP : 110.**.***.216
Re : 별빛님이 머무르는 자리마다 초록이 살아나고
잠자던 테이블이 살아납니다.
마치 동화같이~~

우리 가정에도 초록 희망과 사랑을 살려주세요~~ ㅎㅎ
가을향기는 덤으로!
 
 (2014-08-18 01:41:39) 
  
으으으~~~ 
밤 10시 30분, 그리고 자정 12시 30분,
불과 한시간만인 새벽 1시 30분...
아내는 3시간 동안에 무려 3번을 나를 불렀다.
넬라톤이라는 호스로 소변을 빼내는 일을,
초저녁에 잠이 들었다가 깨어 있어서 다행이지
안그럼 난 죽었다! 복창하며 눈도 못뜨고 투덜거릴 뻔 했다.
하기는 아내인들 그러고 싶어서 그럴까만은...
간병인의 밤은 고달프다!
오늘 일기 끝~~~
IP : 111.***.**.245
 (2014-08-18 09:38:29) 
  
<흔적은 방향>

사람은 지나온 발자국으로 
어디를 가는지 예상할 수 있습니다.
마치 행위로 말의 진실을 증명하듯!

IP : 111.***.**.245
 별빛 (2014-08-18 17:22:07) 
  
계속 비가 내립니다.

어제 주일..
사실은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는데..
다른 이야기를 하고 말았어요.
IP : 110.**.***.216
Re : 오늘도 종일 비가 오락가락...
언제고 하셔도 됩니다. 비가 와도 해가 나도!
별빛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