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53 - 지독한 단어 '외로움' 그러나 고마운...
제게도 오랫동안, 지금도 계속 함께 등짝에 딱 붙어서 살아가는 정서가 있습니다.
‘외로움’
아마도 제가 죽는 날까지, 하나님 앞에(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서는 날까지 결코 떨어지지 않을 거라는 예상이 되는 그 ‘외로움’입니다.
제 아내는 오랜 투병으로 몸의 여기저기가 많이 망가졌고, 당연히 돌아가면서 통증을 호소합니다. 그러나 저는 아주 기초적인 진통제나 안약 넣어주기 팔다리 주무르기 등 그런거 외에는 아무 것도 해주지 못하고 속만 끓입니다.
예전에는 제가 너무 너무 아픈 치통으로 진통제를 하루에 열 몇 개씩 먹으면서도 직장을 나갈 수밖에 없을 때, 밤이면 잠을 못자고 일어났다 앉앗다 하는데도 아내는 옆에서 곤히 자는 걸 보아야 했지요. 지금도 가끔 그 서운함을 아내에게 말하며 놀립니다. ‘이 무정하고 미운 사람아! 난 평생 안 잊을거야!’ 라면서...
그렇게 우리는 서로 건너가지도 못하고, 건너오지도 못하는 사이로 일평생을 살아갑니다. 누구보다 귀하고 사랑하는 사람인데도 그렇습니다.
어떤 때는 자녀인 아이들에게도 그런 심정을 느낍니다. 내가 많이 힘들고 우울해서 좀 알아주기를 바라고 얼굴을 마주하고 이야기를 시작하다가도 핀트가 다르고 다른 관심사로 돌아가는 아이들 앞에서 나는 내 말을 닫고 그 이야기에 대꾸를 하고 있는 내 자신을 쓸쓸하게 발견합니다. 아이들이 나를 미워하거나 무식해서가 아닌걸 아는데도 그렇습니다.
아주 오래 전 가족단의의 생활공동체로 신앙훈련을 할 때였습니다. 피를 나눈 형제나 부모보다 더 서로들을 아끼며 공동 고백을 하는데도 저는 종종 시선과 마음을 마주 받아주지 못하고 분주한 다른 형제들을 느끼면서 아주 본질적인 외로움을 인정해야만 했습니다. 그럴 때면 참 외로움이 힘겨워 가을날 저녁무렵처럼 쓸쓸했습니다.
그리곤 그 지독하고 영원히 해결되지 않는 외로움이 하나님이 우리에게 심어주신 고의적인 심성이라는걸 알았지요. 예수님이 제자들과 군중에게 둘러 쌓여서도 거의 혼자인 고독함을 가졌던 이유처럼,
때로는 그런 사람과 사람, 비록 신앙인들 사이라도, 형제 부모 자녀라는 가족사이 에서도 존재하는 외로움이 고맙기도 했습니다. 오직 하나님께로만 고개를 돌려야 채워지고 맞아주는 그 외로움이. 안그런다면 평생을 남들에게 나의 외로움을 채울 도움을 구걸을 하고 살아야만 했을테니까요. 나 또한 남에게 그런 의무를 해야할 것이고, 그건 정말 고단하고 불완전한 불행이 될 겁니다.
그럼에도, 안타까운 것은 그 사실을 알고 인정하면서도 여전히 힘들다는 것입니다.
바람만 불어도 가슴을 통관하는 구멍이 뚫려버리고, 노을만 보아도 눈물이 핑 도는 이 지독한 외로움은 결코 반갑지는 않습니다.
더 나가 염려스러운 것은 그 외로움이 얼굴의 웃음끼만 가져가는 것이 아니라, 내 사랑하는 사람들을 향한 문도 닫고 싶은 서운한 충동을 불러온다는 겁니다. ‘이게 무슨 소용있다고...’ ‘다들 자기 즐거움과 관심사에만 빠져 나를 잊어버리기도 하는데...’ 이런 쓴 생각이 몰려와서 그럽니다.
진짜 위험한 것은 심지어 하나님께로 털어 놓는 의욕마저도 종종 상실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건 정말 위기지요.
그럼에도 거듭 거듭 다시 내게 웃음끼를 회복시켜주는 것은 여전히 사랑하는 가족들입니다. 기대도 못하고 있는데 불쑥 들이미는 사랑의 말 한마디, 고마운 선물들, 자랑스러운 어떤 결실들, 그러면 또 속없는 사람처럼 살아나 생글거리지요.
더 고마운 건 우연히 본 책 한 페이지, 들은 노래 하나, 햇살을 통해 비둘기처럼 내려온 하늘의 깨달음 한가지가 울컥 하나님이 지켜보고 있다는 확신을 줄 때입니다. ‘아, 내가 돌아가는 그날까지 하나님이 대문앞에 나와서 기다려주시는구나! 집나간 둘째아들을 기다리는 탕자의 아버지처럼...’
그래서 하루씩을 견디고 힘내고 살아집니다.
여전히 한 뼘도 자라지 못하고, 한 걸음도 성숙해지지 못하는 외로움을 여전히 껴안고도 말입니다.
부족하지만 소중한 가족덕분에, 나 역시 그들에게 한없이 모자란 가족임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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