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에 잔뜩 물이 베였다.
서점과 우체국을 들러 병원으로 돌아와야하는데
환자인 아내는 치료와 치료 사이의 30분의 짧은 시간만 허락한다.
종종 걸음으로 뛰었더니 땀이 흐른다.
사거리 신호등은 왜 그리 늑장인지 천불이 난다
희한하게도 꼭 늦을 때만 그런다
'장마가 오늘부터 올라온다던데...'
비는 안내리고 습기만 철썩 얼굴을 때린다.
아니, 들러붙어 후후! 더운 입김이라도 불어댄다
이게 뭐야? 명색이 바람이라며...
잔뜩 찌푸린 서쪽하늘 동쪽 하늘 중천 하늘
안 흐린데가 하나도 없네?
동서남북 바닥 천정까지 나를 가두려는 내 처지처럼
"어? 어저께 티브이에 나온 아저씨다! 호호~"
엘리베이터를 타고 열 식히느라 부채질인데
먼저 타신 두 아주머니가 말을 걸어 온다.
"아줌마 좋아져요?"
"예, 조금씩 천천히요"
뭐가 그리 신날까? 연신 웃으시며 활발하시다
대한민국 예비할머니 연배의 아주머니들
비가 오던지 말던지, 병이 사람을 죽이던지 살리던지
정말 씩씩하게 사신다. 경탄할 정도로!
'하긴 우리 엄마도 그러셨지, 질긴 생활력으로...'
- 그래! 비가 와도 살아야겠다!
시인 폴발레리는 '바람이 분다. 살아야겠다!' 했는데
나는 비까지 1+1으로 덤으로 살거다!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