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29 - 눈을 감아야 보이는 것>
아내를 머리감길 때 휠체어 뒤쪽에 서서 감긴다.
그리고 얼굴을 씻길 때는 눈을 감는다.
보이지 않는 눈 코 입을 씻기면서 행여나 눈을 찌르거나
손톱이 할퀴기라도 할까봐 조심스럽다.
참 희한하다.
눈을 뜨면 오히려 손끝으로 얼굴의 세심한 부분들이 둔해진다
눈을 감으면 두 배 이상 손으로 감각이 예민해진다.
눈 코 입 뺨의 곡선들이 머리속으로 보인다.
손의 감각을 필요로 할 때는 눈이 오히려 방해 된다
귀로 들어야하는 어떤 소리도 눈을 감아야 더 잘들린다
어떤 이미지, 그림을 감상할 때 흐르는 노래는 오히려 방해된다.
감정을 띄우는 어떤 분위기야 좋아질지 몰라도...
그림은 눈으로만
소리는 귀로만
감각은 손이나 피부로만
그렇게 다른 기능을 멈추고 집중해보면 안다.
그래서
몸은 몸으로 느껴야 정확하고
마음은 마음으로 다가가야 보이고
영혼은 영혼으로 구하지 않으면 만날 수가 없는가보다.
복지를 계산으로 따지고
사랑을 감정에 흔들리는 정도로 판단하며
신앙을 지식으로 얻으려하는 동안은
영원히 헤매일지도 모른다.
복지는 복지로
사랑은 사랑으로
신앙은 신앙으로
그렇게 다가가고 구해야 만나지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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