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잡담 114 - 누가 나 좀 힐링해줘요...

희망으로 2014. 2. 28. 10:36

<잡담 114 누가 나 좀 힐링 해줘요!>

 

잠을 자다가 쫒기고 무서운 일을 겪는 걸 가위 눌린다고 하지요?

누군가 깨워주면 상황 끝! 되기도 하고,

 

나는 가끔 대낮에도 가위가 눌립니다.

내일, 더 멀리까지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하다가 공포에 빠지고,

무거운 짐이 점점 더 짓눌러 그 자리에 폭! 꼬꾸라질 것 같은 두려움,

손을 휘휘 저어도 없어지지 않아서 이건 반대로 잠에 들어야 벗어납니다.

 

실화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에서 에이즈에 걸린 남자 론은 30일 밖에 살지 못한다는 사망선고 같은 진단을 받습니다. 29일까지 에이즈 약이라고 알려졌던 AZT 알약을 불법으로 사서 통째로 털어 넣으면서 여전히 술과 마약에 쩔어 삽니다. 그러다 쓰러지고 자격정지된 한 멕시코의 의사 도움으로 고비를 넘기고 다시 살기 시작합니다. 마약도 끊고 제약회사의 정직하지 못한 치료약도 끊어버리고 새로운 치료를 시작합니다.

 

많은 비용과 수시로 오는 통증, 죽음의 공포를 달고 사는 주인공을 보면서 한 가지 궁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지 본능적인 생존을 향한 몸부림 말고, 의도적으로 마약까지 입에 대지도 않으면서 좋은 음식을 가려먹는 등 살기 위한 노력을 왜 할까 하는 것입니다. 부양 가족이 있는 것도 아니고, 무슨 거창한 할 일이 남아 있는 사람도 아니고 반드시 죽을 에이즈만 안고 있는 사람이 왜 그렇게 살려고 애를 쓰는지가...

 

30일이 3개월이 되고 3년을 넘겨 7년을 더 살지요. 나중에는 본인의 생존만 위해 약을 찾고 돈을 모으고 하루를 보내는 게 아니라 에이즈 걸린 다른 사람들을 위해 자기 차까지 팔아가면서 살지요. FDA와 제약회사 병원들과 다투고 재판까지 해가면서 말입니다. 자신 한 몸을 위해 사는 게 아니라 다른 일로 나날을 보냅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애당초 초기에 그가 살려고 했던 이유는 아니었지요.

 

그러다 끝 무렵에 탄식하는 말을 들으면서 조금은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가 왜 그렇게 살아남으려고, 하루라도 더 살고 싶어 몸부림을 치며 고통을 버티려고 했는지를, 여의사 이브에게 중얼거리는 말입니다.

 

"사실 나는 일상이 그리워요. 시원한 맥주도 마시고 로데오도 하고 여자랑 춤도 추러 가고 싶어요. 한 번 뿐인 인생이 이 모양이 되고나니 가끔은 남들처럼 살고 싶어요.“

 

잃어버린 일상, 박탈당한 소소한 행복들, 구분되고 왕따 당하여 남들처럼 살지 못하는 특별함이 싫었던 것입니다. 다시 그것들을 회복하고 싶었던 거지요. 목숨을 걸고 바라는 가장 큰 소원이 일상생활을 회복하는 것이라니...

 

아주 작은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는 대다수 많은 사람들은 평범한 날들을 보내는 보통 사람들이지요. 높은 권력가도 아니고, 큰 부자도 아니며 사람들이 몰려드는 유명한 인기 연예인도 아니며,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한 분양의 프로나 전문가도 아닌 그냥 있는지 없는지도 표가 안나는 보통의 사람, 그들이 사는 게 평범한 생활, 이른바 일상생활이지요. 영화 속의 남자 주인공이 죽음과 사투를 벌이면서 얻고 싶고 돌아가고 싶어 하던 그 일상생활‘. 시원한 맥주 한 잔에 나들이도 하고 병이나 죽을 걱정 먼 듯 사는 생활,

 

광고에 나오던 말, 산수유가 바로 일상생활이지요. ‘ 참 좋은 데 뭐라 표현할 말이 없네!’ 하시던 아저씨의 멘트.

 

그러고 보면 사람은 참 안타까운 존재들이지요. 그토록 죽기 직전의 사람들이 마지막 소원으로 부르짖는 일상생활을 누리는 사람들은 정작 자신들이 지금 그런 행복을 누리고 잇는지를 모르고 특별한 어떤 생활을 하지 못한다고 안달을 하고 몸을 망치고, 심지어 범죄를 저지르면서도 가지려고 기를 쓰지요. 그걸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은 다시는 일상생활을 가지지 못하는 자리에 가 있고...

 




이 영화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의 시사회 GV 초대손님으로 불러주시면서 알리는 기사에 나를 이렇게 소개했더군요.

 


첫 번째 GV는 바로 힐링 도서이자 감동 에세이 그러니 그대 쓰러지지 말아의 저자 김재식과 CBS 신지혜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힐링토크. 김재식 작가는 희귀 난치병을 앓고 있는 아내의 곁에서 써내려 간 6년 동안의 일기를 모은 감동 에세이를 출간하며 현대의 사랑 모습과는 사뭇 다른 희생과 인내로 결실을 맺는 사랑의 가치를 일깨워준 진솔한 작가로 꼽힌다. 모든 사람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김재식 작가와 CBS ‘신지혜의 영화음악으로 10년 째 청취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차분한 목소리의 신지혜 아나운서가 함께하는 GV로 많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전해 줄 예정이다. (‘달라스 바이어스 클럽전격 릴레이 GV 개최 안내 기사 중)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을 안겨주는 작가...’ 하지만 남들은 알까? 나도 대낮에 길을 걸으면서도 가위가 눌리고, 잠이 들어서 떨치고 싶어 몸부림치는 사람이란걸? 남자 주인공 론이 외쳤던 다른 사람처럼일상을 살고 싶어 죽을 지경인 사람이라는 걸...

 

누가 나 좀 힐링해줘요! 나 좀 어루만져주고, 내게 그냥 이리저리 훌쩍 가고 싶은 곳에 가보고, 자고 싶을 때 자보고, 모임에 어울려서 낄낄거리고 집으로 돌아와 잠에 떨어지는 그런 일상생활로 다시 좀 돌려달라구요...

 

걸핏하면 아내의 작은 질병 증상에도 가슴이 철렁 내려앉고, 그 증상이 커지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닥쳐올 어느 날 폭풍 같아질 증상을 상상하다가 미리 무너지는 숱한 반복들을 누가 알아줄까? 그런 것 모르고 살았던 일상의 행복이 그립다 못해 사무치는 이 심정을...

 

세탁소와 우체국을 돌아 다시 병원으로 돌아오면서 스쳐가는 모든 사람들이 부럽고 자꾸 무릎 꺾이는 떨림을 느꼈다. 병원 건물로 들어서는 참담한 내 등 뒤로 봄날은 온다고 햇살은 놀리고, 그러다 봄날은 간다고 또 나를 뒤집어 놓을 걸 생각하니 맘이 참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