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담 108 – 고통이 감사하지 않다>
나의 노래는 비가(悲歌)
자꾸만 움추려들고 무거워져서 낮게 깔린다.
신앙인들이 혹 고통도 감사하라고 몰아세우지만
어느 분 말처럼 고통 자체를 감사하면 미친 사람이 되고 만다.
다만 고통을 이유로 감사할일을 도매 값으로 외면 말라는 것 뿐,
그런데 자꾸 반칙을 한다.
한번은 신음을 내고 한 번은 감사를 할 수 있다면 좋으련만
힘든 비명이 열 번, 스무 번 새어나오고
간신히 한 번 감사를 인정한다.
남들은 호호 깔깔 잘도 종일 웃고 사는 것처럼 보여 부럽다.
나는 고단한 몸, 못 하는 것, 안 되는 것들이 칭칭 마음을 감는다.
‘이럴 걸 왜 사나?‘ 내 삶의 노래는 자꾸 무거워져 가라앉는다.
이래서 난 이 땅에 안 온다고 앙탈을 했었다.
몸이 없어서 질병도 죽음도 없는 곳,
소유가 없어서 상실도 없던 곳,
흐르는 시간이 없어서 멈춤도 끝도 없던 그 태초의 나라에 있을 때.
‘우리를 닮아서 우리처럼 행복할 사람을 만들자’
그 진심어린 프로젝트는 완전한 자유를 잘못 사용한 사람 때문에
고난과 죽음을 불러 왔다.
그 고통을 덜어주려고 안와도 될 완전한 아들이 또 땅으로 오고
그 길을 따르라고 계속 보내지는 삶들에 끼어 나도 보내졌다.
‘나도 이전에는 그 나라의 성도였다. 흔들리지 않는 영혼으로,’
그 슬픈 경력만 가진 채...
다시 돌아갈 날을 손꼽아 기다리는데 못을 박는다.
그냥은 못 돌아온다고, 미션을 완수하고 통과점수를 받아야 귀향이 허락된다고,
좋을 때만이 아니라 안 좋을 때도 변함없이 믿고 살아야 한다는 기준을.
돌아보니 나도 형편이 좋을 때는 그런대로 통과점수를 받을 만큼 웃고 살았었다.
고상한 생각을 품고도 살고 감사도 잊지 않고 살았다.
어느 순간 평균이하로 얻어맞고 빼앗기고 갇히고 나니 그렇게 잘 안 된다.
노래는 밝지 않고 슬퍼지고, 감사보다 분노가 자주 나왔다.
든든하던 자신감도 사라지고 누추하며 비굴해져서 거칠어졌다.
항상 친절하고 혼자서도 잘 보내던 평안대신 외롭고 두려워 버둥거린다.
그런데도 감사하란다.
아니, 그럼에도 분명 동시에 주어지는 감사할 일을 생까지 말란다.
고통은 고통이고 감사는 감사란다.
내가 죽을 지경이라도 안 죽을 지경인 남들은 여전히 남이고,
하나님은 여전히 변함없이 하나님이란다.
욥처럼 살란다.
- 그걸 말이라고...
그래도 다시 돌아가고 싶다.
여기 오기 전의 나라, 그리운 그 나라로,
여기서 지금을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럽다. 지겹고 외롭다.
다시 가려면 이 자격시험을 꼭 통과해야한다니,
어찌해야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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