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길, 믿음대로 가자!

희망으로 2013. 8. 14. 23:10

어차피 피할 수 없는 길믿음대로 가자!

 

바람이 분다살아야겠다.

바람이 불지 않는다.

그래도 살아야겠다.

 

남진우 시인이 한 말이다.

이 시는 폴 발레리의 해변의 무덤 끝 부분

바람이 분다어떻게든 살아야한다.’를 인용한 것 같다.

 

바람이 불던 바람이 불지 않던 살아야 하는 게

살아 있는 모든 사람들의 운명이다너무도 당연한...

 

유행가 중에 이런 구절이 있다.

-자고 나도 사막의 길 꿈속에서도 사막의 길

사막은 영원의 길 고달픈 나그네 길

 

자고 나도 병원꿈속에서도 깜짝 놀라며 꾸는 병원 꿈,

어쩌다 몇 년을 병원에서 살아보니 난치병은 기약이 없고 고달픈 현실의 길이다.

그러면서 또 살아야 하는 한가지 밖에 없는 고달픈 길이더라,

마치 내 나라의 운명처럼.....

 

폴 발레리는 또 이렇게 말했다.

그대가 용기를 내어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않아 그대는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되리라.

 

믿음(생각)은 늘 사는 것보다는 몇 발자국 앞서 있다.

지금 사는 모습보다 더 착하거나 더 열정적이거나 혹은 더 유능하거나!

가끔은 눈물이 찔끔 나도록 하늘을 향한 그리움이기도 하다.

 

반대로 사는 건 늘 믿음(생각)보다 좀 작게 움츠리고 있다.

믿음(생각)보다 덜 부지런하거나 덜 똑똑하거나 혹은 덜 정직한 채로...

자주 원치도 않는 상처를 주기도 하면서 과오로 얼룩진다.

때로는 대상이 분명치 않은 실망 분노로 휘감겨 막 몸을 굴리며 앙탈하기도 하고,

 

하지만 언제나 그렇게 살 수는 없다.

사는 대로 생기는 간극을 변명으로 떼우고,

갖가지 세상살이 재미거리로 그 괴로움들을 잠재우고,

 

그러다간 믿음이 하늘에서 내려와 바닥에 굴러다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종국엔 사는 형편보다 가진 믿음이 더 추하게 되어

모두들 빙빙 피해서 가는 혐오물이 되어버릴지도 모른다.

 

믿음은 하늘을 향하고

사는 건 지옥을 헤매는 상황이 예전에도 여러 번 있었다.

그 때바람이 불어도 안 불어도 믿음대로 산 사람들이 힘이 되었다.

 

나라 안에서도 4.19때 많은 이들이 생각을 바르게 따라

총칼 앞에 붉은 피를 흘리며 목숨을 바쳤다.

그 자리에 붉고 아린 진달래들이 지천으로 피어났다.

 

독일의 잔인한 학살자 히틀러는 독일 모든 교회를 손에 쥐고

하늘을 향한 신앙보다 국가에 순종하도록 만들었다.

많은 신학자들도 목회자들도 목숨이 아깝고 죽음이 두려워 그 사는 대로를 변명했다.

하지만 본회퍼 목사는 믿음대로를 따라 고백교회를 섬기다

끝내 1943 4월에 체포되어 갇히고, 1945 4월에 처형되어 죽었다.

너의 육신이 너의 믿음(영혼)을 이리저리 끌고 다니지 못하도록 하라!’

유명한 실천적 말을 남기고,

 

참 많은 일들이 바라지 않아도 오고바라도 오지 않기도 했었다.

그 모든 일에 바람이 불기도 했고때론 바람이 불지 않기도 했다.

아무리 믿음대로를 산다고 해도 즉시로 해피엔딩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주위 상황은 여전히 위험과 협박이 난무하고

죽음으로 몰아가는 사는 대로의 권력들이 판을 치기도 한다.

때로는 돈으로때로는 권력이나 명예의 탈을 쓰고또는 허울 좋은 공익의 이름으로!

그럼에도 불구하고 믿음대로’ 사는 이들은 모두 사는대로’ 에 끌려가지 않고 자기 길을 갔다.

 

나도 끝없이 이어지는 다람쥐 쳇바퀴 같은 병원생활에 지치면

온갖 사는 대로’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모래 한 움큼처럼 사르르 빠져나가는 생명의 남은 날들에

무슨 희망이 있다고 날마다 나와 집사람과 아이들을 설득해야하나 하고,

아침 낮 밤이 오고 가는 것처럼 오르내리는 흔들리는 결단을 감출 수 없다.

 

간혹 한 번의 성공이나 뜨거운 승리의 경험으로 우리는 희망에 풍덩 빠지기도 한다.

하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다시 되풀이 되는 절망과 패배감에 빠진다.

그래서 늘 반복하면서 습관적인 좌절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으려면

결과에 대한 욕심도 버리고 생명에 대한 집착조차 비워야 믿음대로’ 사는 게 가능하다.

그러지 않고는 계속 사는 대로에 믿음조차 따라간다말만 쉽게 하자면,,

 

오늘 내일 당장 무엇이 우리에게로 올까?

혹 그것들이 희망이라는 달콤한 속삭임을 온갖 포장지로 포장한건 아닐까?

늘 아직 오지 않은 세상을 향해 가는 마당인데...

 

보이지 않는 것들을 마음으로 그리워하면서,

그 목적지가 보이는 사람처럼 사는 이가 아니면

결코 이 무덤 같은 세상을 바꾸지 못한다.

 

욕심도 버리고 생명의 집착도 비우고 요란하지 않은 용기를 내어 살고 싶다.

바람이 불거나바람이 불지 않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