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지고 가는 세상>
어느 누군들 안 그러랴
누군가 돌 치우고
누군가 땀흘려 고루고
누군가 꽃 심어 놓으면
편히 걸리지 않고 가는 싶은 마음
세상엔 여러 종류의 사람이 있어
남의 배보다 내 배 먼저 채우는 이
내 배보다 남의 주린 배 맘에 걸리는 이
양쪽을 오가며 즐기는 이도 있고
미운건 좋은 말 끌어다 제 욕심 채우는 이
맘 짠한건 욕먹으며 남의 일 해주다 고생하는 이
우린 그저 고맙네 한마디로 값 치렀다 하면서
그 몸으로 갈고 닦은 길 뻔뻔히도 간다
어느 누군들 안그러랴
살다보면 내 코가 석자이고
한두번 속다보면 믿을 이 없어 경계하고
애쓰다 욕먹으면 평생 고개돌리고
나야 뭐 보통사람 하면서 스스로 면죄받고
자기는 빚지지 않고
다른 이들에게 빚만 주고
돌려받지 않는다
하늘이 허락한 단 한가지 사랑의 빚을
사람들이 그를 이름하여
세상의 바보라 한다
사람들이 그를 기억하여
그리스도인이라 한다.
사람들이 그를 평가하여
남들을 살피다 간 존경할 분이라 한다.
그 분들께 빚을 많이 지고 간다.
빚지고 가는 세상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