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것은 명령이다>
예전에 총각 때 다니던 교회의 목사님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생명(生命)이 무엇인가? 그것을 알면 올바로 살 수 있지 않을까? 하시면서 하신 말이다. 근 30년이 지난 지금까지 그 내용이 기억날 뿐만이 아니라 숨 가쁜 순간마다 떠올리면서 힘이 되기도 한다. 그 풀이는 짧았지만 영향력은 길었던 내용은 이랬다.
생(生)은 명(命)이다!
다시 말해 사는 것은 선택의 대상이 아니라 명령이라는 해석이셨다. 내가 죽을까 살까를 결정하고 실행해도 괜찮은 생명이라면 세상살이가 얼마나 간단해질까? 하지만 생명은 그런 대상이 아니다. 더구나 신앙인은 그럴 수 없다. 그것은 명령이기 때문에!
애당초 사람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명령하신 하나님은 낙원에서 추방당하는 아담과 하와에게도 땀 흘리며 살라고 하셨고, 아벨을 죽인 가인에게도 아무도 그를 해치지 못하게 보호하면서까지 살라고 명하셨다.
살다보면 그만 살고 싶을 때가 얼마나 많은가, 사업이 망해서 빚더미에 앉아도 살기 싫을 것이고, 심한 질병에 걸려 통증에 시달리게 되어도 살기 싫을 것이다. 사랑에 실패하여 실연을 당하거나 소중한 사람과 이별을 하여 견딜 수 없을 때도 그만 살고 싶을 것이다.
‘나의 소망은 죽는 것’
나는 아내가 희귀한 난치병으로 신음하고 고칠 수 없다고 진단이 내려졌을 때 그만 살고 싶었다. 내가 가진 돈으로는 버티지도 못하고, 아무 것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는 무기력함이 몰려오는데 정말 간절히 그만 살고 싶었다. 밤낮없이 고단하고, 폭풍이 지나간 자리처럼 엉망이 되어버린 가정, 뿔뿔이 흩어진 가족들의 난감함을 느낄 때마다 잠을 이룰 수 없었고 살아서 버틴다는 것 자체가 지옥의 형벌만 같았다.
그 뒤로 나의 소망은 죽는 날이 빨리 오는 것이 되었다. 그 고단함이 차곡차곡 쌓이자 저녁노을만 보아도 어서 죽고 싶고, 몸살감기만 나도 어서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게 되었다. 통장이 바닥나고, 치료비 약값으로 목돈이 나가야할 때마다 그날이 생각나고, 아이들과 충돌이 생기거나, 지원해주지 못해서 닥쳐올 앞날이 빤히 캄캄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언제 이 땅을 떠날까 빌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야 하는 이유는 사는 것이 명령이기 때문이다. 그 명령을 내리신 분을 너무도 확실하게, 자주 만났기 때문이다. 만약 그 명령이 그냥 헛것을 본 정도거나 상상에서 나온 스토리쯤이라면 나는 지체하지 않고 어느 날 홀연히 사라질 것이다. 아무 미련 없이, 조금도 아쉬움 없이...
그러나 나는 눈으로 보고, 근 두 달을 직접 겪었다. 아내의 영혼이 농락당하며 귀신이 들어와 흔들어 놓는 갖가지 에피소드들에 진저리치면서, 성경책도 태우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면서 내려오는 저승사자들의 목 졸림도 아내 곁에서 같이 겪었다. 맨발로 도망가면서 딴소리 하고, 자식이 돌에 맞아 죽는다는 환청으로 오는 가짜예언과 저주를 내내 들으며 버텨야 했다.
악령이 있다면 하나님도 계신다는 너무 단순한 결론을 내리며 그것은 내게 증거가 되었다. 사람이 몸만 죽는다고 모든 것이 끝이 나지 않는구나 하는 뼈저린 경험을 한 것이다.
그 뒤로도 허허벌판에 동전 한 푼, 옷가지 하나 없이 내던져진 상태가 되어 얼마 만에 굶어죽고 얼어 죽을까 보자, 하였지만 무려 5년이 지나도록 한 번도 그런 일이 안생기고 보호를 받았다. 아무리 뛰어난 작가가 스토리를 짜도 만들 수 없는 낮선 곳으로부터의 손길로...
그 모든 증거들과 함께 이 세상 다음에 올 나라를 부인하기란 버티며 사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어떻게 그 확신을 부인할 수 있단 말인가? 하나님이 안 계신다고 말하기가 계신다고 말하기보다 더 억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죽을 수도 없도록 하시는 원망 스런 하나님’
죽을 수도 없게 하신 하나님이 때론 참 원망 스럽다. 그렇다고 순식간에 휘리릭! 제 자리로 돌려주시거나 모든 예상되는 근심거리를 다 치워주시지도 않으니 말이다. 앞으로도 뒤로도 갈 수 없는 진퇴양난 같은 이 땅의 삶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뭉개고 살 수는 없다. 비록 지나가는 인생의 여정이지만 내 손에는 이미 깃발이 들려져 있다. ‘하나님나라 백성’이라는 명패와 함께! 그 이름이 욕되게 살면 죽음 이후의 고달픔이 만만치 않다는 걸 안다. 다시는 끝도 나지 않을 곳에서의 형벌이란... 상상만으로도 엉덩이를 뭉개며 대충 살 엄두가 안 난다.
죽지도, 게을리도 살지 못하게 몰아가는 하루하루가 한편으로 참 속상한다. 힘들다. 지치고 외롭고 두려울 때마다 막 대들고 싶어진다. ‘언제 끝나요? 이 전투 같은 생이...’ 라고,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순간마다 예상 못한 기쁨의 보상이 있다. 사람을 통하여서나, 일을 통하여서, 혹은 말씀의 깨달음, 속에서 느껴지는 평안으로! 그러니 대책 없이 살라고만 하지는 않으신다. 가인을 지키고 요셉과 동행하고 다윗의 범죄도 용서하신 분답게,
오늘도 사는 것은 명령이다. 생(生)은 명(命)이라!
'이것저것 끄적 > 날마다 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믿음의 파도는 내 능력으로 못 타고... (0) | 2012.12.21 |
---|---|
쓸데 없는 짓 - 12.13 페북 김동호목사님글에! (0) | 2012.12.13 |
아침에 눈을 뜨면 (0) | 2012.12.02 |
날마다 바라는 것 - 신뢰 (0) | 2012.12.02 |
병실이 환~해졌어요! (0) | 2012.11.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