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오늘도 몸속 어딘가에 사리 몇개를 만들며...

희망으로 2012. 11. 1. 00:36

오늘 또 한바탕 아이와 씨름을 했다.  

지원했던 한 학교에 면접에서 탈락하면서 생긴 뒷 조치가 만만치 않다. 


좀 더 성적이 좋았으면, 

좀 더  똑! 부러질만큼 면접관들을 감동시키고, 

아님 툭툭 털고 더 열정과 도전정신으로 다음 계획을 펼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하고  울트라슈퍼우먼처럼 해주기를 은근히 기대하다가 벽에 부딪혔다. 


'공부가 안돼 힘들어 못견디겠는데 성적 이야기 좀 그만...'


그런데 속이 상해 부글 거리다가 아무래도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생각도 들고

나보다 더 힘들어할지도 모르고, 가장 위로와 격려가 필요할 아이가 딱했다.

결국 긴 문자를 보냈다.


<나눔아 너 그거알아? 고등학교 대학교 성적 그런거 니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가질 중요도에 비하면 십분의 일, 백분의일도 안되는 거라는거, 니가 우리에게 준 많은 행복들에 비교해도 쨉도 안되는거, 


닥친일이고 넘어야 할 문제라서 티걱거리고 생각이 달라서 속상하기도 하지만 너가 우리 곁에 있는 중요도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냐. 좀 힘들고 시무룩해져도 그 사실은 안 잊었으면 좋겠다. 지금 안아프고 멀리 사라지지 않는 나눔이가 가장 잘하고 있는 효도야. 그러니 기운내! 


누구보다 너 자신을 가장 값지게 하고 행복하게 해줄수 있는 사람은 너 자신이야 부디 너를 귀하게 여기고 낮추지 않기를바래. 한두번 고비가 온다고 스스로 못났다고 포기하면 그 하나 때문에 한사람이 가진 모두를 잃게되는거야 넌 지금 백가지중에 하나가 어려움을 겪는거ㅇ뿐인거 알지? 널 많이 아끼고 사랑하고 고마워하는 아빠가!> 


그래놓고도 아이가 대답이 없다. 철렁 걱정이 된다. 좀 섭섭해서 다그쳤던게 힘들었었나? 싶기도 하고...

다시 추가로 보냈다.


<앞으로 사회생활도 할거고 결혼생활도 할거고 그 뒤로도 니가 진짜 승부를걸 어떤 분야가 나올지도 모르잖아. 그 무게나 중요도에 비하면 고등학교 시험성적 공부 그런건 좀 지나갈 기초중 하나일거야. 소용없다는게 아니고, 


너무힘들면 쉬었다 가기도하고 심한 비바람은 피했다가거나 돌아가기도 하는게 장거리 마라톤같은 인생이잖아. 너무 지금 분위기에 빠지면 멀리 못보고 좌절할수도 있어. 우린 멀리갈 사람들인거 알지? 


엄마 아빠도 그래서 하루하루 버티고 사는거야. 지금 당장만 보면 힘든것만 있는데ㅇ그만두고싶지 않겠어? 우리 모두 서로에게 힘을주는 가족이 되자! 알지? 아자!>


참 어렵다.

좋은 부모가 되고 도움이 되는 가족이 된다는 거...

그래도 아이는 그제서야 토끼가 팔 들고 아자! 하는 이모티콘 하나 보내왔다.

그래서 '이제 너답다! 본색이 들어나네~~'라고 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