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가는 길/예수님과 함께 가는 길

[고난주간 성금요일] - 고난의 끝에서, 더 내려갈 곳이 없다.

희망으로 2012. 4. 7. 09:18

고난의 끝에서,

 

간밤에 사내 하나가 죽었다

더 이상 내려갈 고난이 없다.

 

악몽과 병든 몸,

따돌림과 손가락질,

사별의 고통을 함께하며

벗어나게 도와주던 사내가 죽었다.

 

노래하던 입으로 사형을 외치고

높이 들고 흔들던 두 팔로 돌 던지며

고립에서 건져진 이들이 떼로 몰려

배신은 찢긴 살보다 아프고

등 돌림은 새어나오는 피보다 괴로운데

높은 나무틀에서 사내가 죽었다

 

닫혀진 돌문

가득 채운 어둠속에

냉기 가득한 천길 아래와 바닥에 떨어진 것처럼

아무도 곁에 없이 꽁꽁 천에 싸여

시킨 일 도망도 안하던 사내는 죽었다

 

지금은 누워있는 시간

괴롭고 슬펐던 기억들을 거두는 시간

왜 여기까지 왔는지 이해하고 수용하는 시간

아직 돌문을 열지 않고

새어 들어오는 빛 사이로 나가지 않는 시간

 

가까이 다가가면 멀어지고

내버려두면 무릎걸음으로 기어오는 사람들

손 내밀어 건져 올리면 더 큰 보따리만 요구하는 사람들

너무 간절해 아픈 사랑은 시큰둥하고

별로 오래 못갈 보이는 선물만 마냥 좋아라 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을 최고로 아끼는 누군가가 시킨 미션의 끝

 

캄캄한 돌 벽에 무심히 쓰고 지운다

형제 자매들, 형제 자매들, 형제 자매들...’

 

인정하지 않는 친구들은 잊어버렸고,

인정하는 친구들은 도망가버리고,

곁에는 힘없고 자리 없는 여인 몇몇 뿐일지라도

고난의 끝에서 더 이상 내려 갈 곳이 없다

지금은 다만 동굴 돌 무덤에 누워 벽에다 이름 쓰는 시간

형제 자매여, 형제 자매여, 형제 자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