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속이 다 보인다구요?’
간밤엔 딸아이가 무슨 찰흙숙제가 있는데
잘 안된다고 속상하다고 전화가 왔습니다.
미술시간에 조형물을 만드는데
자기는 김연아의 멋진 피겨장면을 만들겠다고
그 전날 들떠서 말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게 쉬운 일이 아니다보니 철사로 골격을 만들다
그야말로 해체를 해버리곤 씩씩거리고
내게 마음을 풀어보려고 전화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아이는 풀기는 고사하고 더 스트레스가 쌓여서
결국은 엄마에게로 부랴부랴 전화를 넘겨주었습니다.
아비라고 남자 아니랄까봐 이런 방법, 저런 훈계로
기어이 아이 입에서 한 방이 날라왔습니다.
“아빠, 제발 그러지말고 좀 많이 힘들겠구나,
잘 안되서 속상하나보네! 하고 말좀 해주면 안돼?“
나는 나대로 부글부글 끓어서
‘이 놈의 기집애, 왜 그리 힘든걸 한다고 목표를 세우고
안된다고 난리야? 좀 쉬운 걸 하고,
나중에 단계적으로 조금씩 어려운걸 해나가면 좋잖아‘
그렇게 화를 달래고 투정을 부리고...
그래도 잘 감추고,
“미안해! 그렇게 말해야하는데 또 맘 상하게 했구나,
그래도 아빠는 널 사랑하는 거 알지? 담엔 잘 해볼께“
그러고 넘겨주었지요. 미안하긴 뭘 미안해한다고,
미워서 못참겠다! 딸래미 못 키우겠다고 아내에게 씩씩거리며
애꿎은 화풀이를 하는 마당에,
그래도 속을 숨겨야 하는 건 이런 내 속을 다 안다면
딸 아이는 앞으로 평생 나에게 말한마디 안할거고
십리 밖으로 도망갈겁니다.
-지금 우리가 아이에게 어떤 상황을 안겨주고 고생시키는데.
아이가 얼마나 혼자 참고 견디며 몇 년째 살고 있는데...
왜 딸 아이만 그러겠습니까?
주위에 있는 분들조차 때도 시도 없이 속상할때마다
해대는 불평, 험담을 다 안다면 누가 날 끝까지 상대나 할까요?
아내인들 가능하겠어요?
더 이쁘고 멋진 여자가 보일 때마다
‘야, 우리 마누라보다 훨 매력적이네, 아이고 저렇게 좀 닮지,’
‘저 여자는 노래 정말 잘한다! 울 마누라는 못하는데...’
‘천사다! 천사! 성질 팍팍부리고 날 감시만하는 마누라에 비하면~’
이거 다 알면 큰일나지요.
정나미 떨어져서 못살겁니다.
그래서 그랬나요? ‘너무 많을걸 알면 다친다!’고...
사람의 눈이 현미경처럼 잘 보여서 모든 걸 보게 되면
못산답니다. 밥이고 물이고 대장균 우글거리는게 다 보여서,
마찬가지로 소리도 다 들리면 윙윙거리고 시끄럽고,
나 욕하는 십리밖 소리까지 다 들리면 제 명대로 살겠어요?
정말 다행이지요. 그렇게 만들어진것이!
그런데 그보다 더 자세하게 모든 걸 다 보고 다 알면서도
우리를 욕하지도 버리지도 않는 분이 있다면 믿으시겠어요?
수시로 변덕을 부리고, 기분 내키는대로 낭비도 했다가
남들 앞에서는 절약해야한다고 이중인격처럼 말하기도 하고,
깨끗하고 겸손한척 하면서도 호기심이 발동하면 뭔짓도 다 하는
그 속속들이를 다 아는대도 뭉개주시는 분,
당연히 사람이 아니지요.
사람이 그럴 수 있다면 진짜 짱일겁니다.
눈치채셨겠지만 하늘에 계신 하나님아버지가 그러십니다.
저는 그래서 아부지께는 아예 숨길 생각을 안합니다.
제가 이렇게 하는 거 다 아시지요?
더운 여름날 캔맥주를 하나를 마시면서도
‘하나님 저 이거 하나 마실래요. 먹고싶어요 고맙습니다!’
어차피 다 보시는데 뒤로 돌아 담 밑에 숨어 마신다고
모를 것도 아닌데 하면서,
사람들 앞에서는 오히려 때와 상대를 가려서 조심을 하면서도...
며칠 전 아내와 문병오신 사모님이 이야기를 나누다
너무 웃었다면서 재미있는 말을 해주었습니다.
‘하나님 한 번도 날 실망시킨 적 없으시고’라는 찬양 가사를 말하면서
그 노래를 작사하신 최용덕간사님이 왜 그렇게 지었는지 아냐고
제게 물었습니다.
많이 힘들고 고난이 잘 안 풀릴 때 날마다 실망시키시고 좌절감에 빠지던데
노랫말은 안 그렇다면서,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돌아 온 대답에 나도 웃고 말았습니다.
‘그건 최용덕간사님이 대학생일 때 노래를 만들어서 그렇대,
대학생이 무슨 힘든 걸 겪어보았다고 실망을 알겠어?‘
푸하하~~~! 진짜 그런가요? 그럴듯하긴 합니다.
그러면서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었답니다.
온갖 병으로 아프면서 칠 팝십이 되어서도 힘들게
죽지도 않고 고생을 하는 경우도 있고,
건강하고 할 일이 많은데도 일찍 데려가는 경우도 있다며
하나님의 뜻은 알 수가 없다는 말을,
“아! 그러면 당신이 잠시 대리 관리를 좀 해봐,
하나님이 잘 관리를 못하시잖아? 데려갈 사람은 놓아두고,
안데려갈 사람을 데려가시기도 하고...“
“....”
“당신이 맡아서 정리를 싹 해봐!
아프다 힘들다 하는 사람들 다 데려가고,
재미있다 더 살겠다 하는 사람 다 냅두고~~“
말을 해놓고 보니 그랬다간 큰일나겠다 싶어 취소했다.
그리고 60억이 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이거해달라 저거해달라, 아프다 배고프다 그러고,
저 놈 밉다, 저 놈들 치워달라! 부자 되게 해달라!...
으으~~! 그 많은 소리들 다 들으면서 어떻게 살어?
하나님도 제 명에 못살고 스트레스받아 가시겠다! 쯧쯧...
...쬐끔 죄송해진다.
그 많은 스트레스에 나까지 한 짐 보탠 것 같아서,
의젓하고 꾸준하게 좀 버티지 못하고 얼마나 많은
원망과 따지는 말들을 쏟았던가?
울고 불며 어서 데려가라고 떼는 얼마나 쓰고,
홧김에 아무렇게나 몸을 던지고 자포자기 실망으로
보낸 날들은 또 어떻게 하라구...
하얀 성도의 옷은 오간데 없고 흙투성이 오물에 때로 얼룩진
내 모습을 그래도 껴안아 주실까?
옷 더러워지고 냄새날지도 모르는데?...
그래도 여러번 돌아온 대답은 늘 이 모습 이대로 알면서도
받아주시고 등 두드려주셨다.
그래서 사람에겐 숨기고 예의를 차린다는 명분으로 공손하지만
하늘아부지께는 편하게 내놓고 산다.
그래서 좀 속썩이는 아들로 보이며 살기는 하지만
아주 감추고도 성할 수 있다는 생각은 바늘만큼도 안한다.
밤이나 낮이나.
무인도나 거리에서나.
속으로만 하거나 겉으로 내 놓고 하거나,
생각으로만 하거나 글과 말로 하거나,
하나도 다를 것이 없는 하늘아부지껜 똑같은 결과이니
그래서 가끔은 미친 사람처럼 누구하고 중얼거린다.
‘아부지 저 차 디게 갖고싶다.
저 여자 참 잘생겼다 말이라도 걸어보고 싶다
저 사람 맘에 안들어요. 내 스타일하곤 너무 달라요,
지금은 일하기 싫어요, 귀찮아요 그냥 잘래요!‘
이러면서~~
내 속을 다 보시는데 뭐 안 그런 척할 필요 있나요?
사람에겐 조심해야하지만~
남의 속까지 다 보려고 너무 기웃거리지 맙시다!
그거 너무 피곤한 일일 것 같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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