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불치병 ‘수퍼우먼’의 희망노래- 다발성경화증 강숙희씨

희망으로 2011. 8. 24. 15:07

불치병 ‘수퍼우먼’의 희망노래

“내 몸은 비록 돌처럼 굳어가지만… 마음으론 세상을 녹이지요”
  • ◇희귀질환인 다발성경화증을 앓으면서도 배움과봉사의 삶을 살고 있는 강숙희씨가 19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자택 마당에서 보조기에 의지한 채 밝은 모습으로 산책하고 있다.
    장원주 기자
    1998년 초 어느날이었다.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느낌이었다. 병원에선 “아무 이상 없다”고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이번엔 방광에 이상이 생겼다. 그리고 하반신 마비로 이어졌다. 걷잡을 수 없는 악화에 모두가 놀랐다. 같은해 9월 병원에서 내놓은 진단은 무슨 뜻인지도 알기 어려운 ‘다발성경화증(多發性硬化症)’. 몸 여러 부위가 점점 굳어가는 병이다.

    19일 경기도 김포시 통진읍 집에서 만난 주부 강숙희(43)씨. 10여년간 31차례의 재발과 치료 과정을 아무렇지 않다는 듯 말하는 강씨 얼굴에선 그늘을 찾아볼 수 없었다. 오히려 새로운 것에 도전할 수 있어 하루하루 감사하고 즐겁다고 했다. 발은 주부로서 삶밖에 모르던 그를 세상 밖으로 끌어냈다. 강씨 말대로 ‘인생 발전의 전환점’이었다.

    처음 다발성경화증 진단을 받았을 때는 절망감뿐이었다. 1주일 간격으로 4차례씩 호흡곤란과 발작 등이 그를 짓눌렀다. 그는 ‘내게 왜 이런 병이 생겼을까’라는 생각에 분노마저 느꼈다. 당시 8살, 4살이던 아이들은 방치하다시피 했다. 직업군인인 남편 월급으로는 병원비가 턱없이 부족했다. 우울증까지 앓게 된 강씨는 6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 한 종합병원에서는 “2∼3년을 넘기기 힘들다”는 진단까지 받았다.

    한없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강씨를 붙잡아준 것은 가족에 대한 사랑이었다. 아픈 몸으로 가족에게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하는 고민으로 불면의 나날을 보냈다. 고민 끝에 ‘무엇이든 하자. 아이를 위해서라도 웃으며 살자’고 결심했다. 

    긍정적인 사고로 ‘무장’한 강씨는 의욕적으로 세상과 맞섰다. 보조기를 다는 것이 병을 키울 수 있다고 의사는 한사코 말렸다. 그러나 강씨는 “재활에 성공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며 3개월 만에 허락을 받았다. 그리고 긴 재활에 들어가 주변을 다시 놀라게 했다.

    2000년 남편 몰래 장애인 운전면허를 취득해 사회의 문을 두드렸다. 간호조무사, 심리지도사 등 자격증도 잇달아 따냈다. 2002년에는 보험설계사에 도전해 3개월 만에 전국 3위의 실적을 쌓는 기염을 토했다.

    재발로 보험설계사 일을 접은 강씨는 2003년 평생의 꿈인 대학에 진학했다. 학위 취득 후 강씨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한국다발성경화증환우회 복지이사로 환자상담과 재활을 돕고 있다. 용인 동백병원과 일산병원에서 웃음치료 등 자신의 투병생활을 바탕으로 자원봉사를 하고 있다.

    강씨는 “희귀환자 중에는 스스로를 완전히 포기한 이들이 많아요. 이들을 위해 제가 ‘역할 모델’이 되려고 노력해요”라며 “보람을 찾을 수 있는 일을 열심히 하는 게 행복 아닐까요”라고 빙그레 웃었다.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강씨는 완치가 불가능하다. 지금도 1년에 한두 차례 재발을 경험한다.

    강씨의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국내에 3명밖에 없는 전문성(性)학상담사 자격증 준비에 한창이다. 남편 퇴직 후에는 제주도에 희귀질환 환자들을 위한 전문재활병원 설립도 목표로 하고 있다. 강씨는 “많은 어려움이 있겠지만 수많은 환우의 질병 극복에 이바지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원주 기자
  •  
  • 기사입력 2009.06.19 (금) 20:09
  •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                                                                                             

  • - 2009년 삼성병원에 처음 찾아오신 이후로 국립암센터로 옮긴 이후로 자주 오셔서 아내를 위로하고 자신감을 보태주셨지요. 반찬을 직접 만드셔서 문병오기도하고, 명절이면 창밖만 보고 있는 중에 명절음식도 담아서 주고 갔습니다. 늘 걱정말라며~~
  •  2009년 12월 31일 방송된 송년특집 '당신이 국가대표입니다'라는 프로그램에서는 아내를 문병하고 나누는 이야기들이 촬영되어 나가기도 했습니다.
  • 얼마나 열심이고, 얼마나 노력하시는지 늘 감탄하고 존경합니다. 
  • 부디 꾸시는 꿈들이 이루어지고, 행복과 평안이 함께 하는 좋은 날들이 이어지기를 빕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