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산 하나를 넘어 간다. 산타할아버지의 몰락을 보며~~
방학이라 아이가 병원으로 와서 지내고 있다.
식사 때마다 나가서 먹을 것을 사오거나 먹고 오자니 번거롭다.
그런데 같은 병실에 계시는 다른 간병사님들이 해결해주셨다.
간병사님들에게 추가로 나오는 밥과 국을 우리에게 주셨다.
세상엔 아직도 남의 모자라는 형편을 채워주려는 분들이 많다.
무정하거나 사납기만 한 몹쓸 세상이라는 말을 함부로 못하겠다.
아내는 삼일마다 좌약을 넣고 보는 용변이 계속 탈이 나있다.
탈수증처럼 한 달이 넘도록 계속 설사가 멈추지 않는다.
지난주 국립암센터 외래 때 약을 타 와서 먹고 있는데도
회복이 안 된다.
그런데 그 와중에도 딸아이에겐 비밀로 하란다.
그래도 엄마라고, 무슨 이순신도 아니면서
‘나의 죽을 지경을 알리지 마라??’ 에휴~~
내일이면 돌아갈 아이 옷을 세탁기를 돌려서 옥상에 널었다.
그리곤 채 마르기도 전에 한바탕 소나기가 쏟아졌다.
창밖으로 퍼붓는 소나기를 보면서 구경만 하다 보니
빨래 널어놓은 것을 세 사람이 다 잊어먹고 있었다.
낭패다! 내일 충주로 돌아가야 할 아이 옷이 다 물수건이 되었겠다...
고민을 하며 올라간 옥상,
...그런데 빨래줄에 빨래가 하나도 없다??
‘아~ 누군가가 자기 빨래를 걷으러 왔다가 우리것도 걷어서
비 맞지 않는 곳에 올려놓았다.‘
이렇게 고마울 수가~~ 나라면 그럴 수 있었을까? 생각하니
더 고마워진다. 아마 난 내꺼만 걷어서 갈 사람인가보다! ㅎㅎ
병원생활에 정서도 메마르고 예민해지기 쉬운데도
아직 망가지지 않은 가슴을 가진 사람이 있다.
누구인지도 모르는 숨은 얼굴 찾기!처럼 무명으로~~
문자가 하나 왔다.
탤런트 견미리님 매니저 누구라면서,
이번에 책을 출판하는데 방송장면 사진을 몇 장 넣어야하는데
허락이 필요해서 KBS1 방송국 사랑의리퀘스트 제작팀에
부탁을 해두었더니 연락을 주셨다.
도움이 될 수만 있다면 기꺼이 사용하라고 견미리님이 말씀했단다.
고맙다. 전화를 통해 느끼는 것이지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을 기꺼이 도우려고 하는 마음이 전해온다.
책이 나오면 보내드리겠다고 약속 했다.
저녁 먹을 시간이 가까워서 기다리는데 손님이 오셨다.
지난달 ‘해와달’을 드렸더니 간호사선생님이 그 글을 보고
많이 감동하셨단다. 쑥스럽게도,
그리곤 두어 분과 같이 병문안 겸 이야기나 나누자고 오셨다.
포도 한 상자, 복숭아 한통을 들고!
더 놀란 건 그 분이 성당을 다니시는 분인데 수녀님이 함께 오셨다.
부드럽고 자상한 표정으로 위로의 말과 건강을 염려해주시는데
한 시간이 훌쩍 넘어갔다.
늦고 식어버린 저녁밥을 포기하고 본죽 집을 가서 죽을 사왔다.
탈이 난 아내를 며칠은 죽만 먹여야겠다 싶어서...
아내에게 죽을 먹인 후 딸아이와 감자탕집으로 갔다.
모처럼 맵고 신 묵은김치뼈다귀찜을 놓고 열심히 살을 발라 먹였다.
매운 뒷맛을 없애려고 아이스크림 하나를 먹으러가서
난 아이에게 웃음을 참느라 힘들 이야기를 들었다.
어쩌다 산타할아버지 이야기가 나왔는데,
오빠들이 한참동안 진짜로 산타가 있다고 믿은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딸아이가 자기의 경험을 말해주었다.
‘씁슬한 추억’이라며 꺼낸 이야기는 일찍 깨어진 산타할아버지의 진실이었다.
유치원 시절 시골집으로 찾아온 성탄 선물을 받고
놀라고 기쁜 마음으로 흥분이 채 가시지 않았는데
세상에... 그 산타가 자기가 다니던 유치원 버스를 타고 가더란다!
어린 마음에도 충격과 혼란이 컸던가보다, 아직도 기억하는걸 보면~
게다가 결정적으로 선물주면서 같이 찍은 사진이
유치원 졸업앨범에 버젓히 담겨 있어서 완전 종지부를 찍었다니..
그리고 또 하나는 언젠가 엄마아빠가 그랬단다.
올해는 산타할아버지가 형편이 안 좋아 못 오신다고 하면서
자기가 조르던 다마고찌(강아지 키우는 작은 게임기)를 사주며
미리 주는 것이라고 했단다.
나는 기억도 안나는데....
속으로 산타와 엄마아빠의 관계에 대해서 많은걸 생각했단다.
그 이야기를 집사람에게 해주면서 다시 배꼽을 잡고 웃었다.
아니, 그러면서도 마치 산타할아버지에게 선물을 받은 것처럼
기뻐하고 아이 좋아라!를 연발했다니! ㅎㅎ
우린 되려 한방 먹은 기분이었다. 그 어린 나이에 알면서도
시치미를 떼고 계속 선물을 받은 딸아이에게~~
우린 그것도 모르고 몰래 선물 사오랴,
밤 늦도록 잠들 때 기다렸다가 머리맡에 놓으랴,
아침이면 시침떼고 우와! 선물이네! 하면서 같이 맞장구를 쳤다니...
셋이서 산타할아버지의 진실을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보낸 저녁이었다.
오늘도 하루가 이렇게 지나간다.
‘오늘도 걷는다마는~~’하는 유행가처럼 여러 가지 일들이 스쳐갔다.
날마다 거의 그렇지만,
작고 큰 산을 하나씩 넘어가는 병원생활의 연속이다.
(비가 뿌리는 청주 시외버스터미널에서 우리는 이별을 했습니다.
서로 휴대폰에 사진을 담아 남기겠다고 양보를 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찍다보니
얼굴을 가린 채로 서로 사진이 찍혔습니다.
아무리 부녀간이라도, 그래도 이별인데..., 고속버스 유리창엔 비가 흘러내리고,
지금가면 또 몇날이나 지나서 볼지도 모르는 가슴아픈 이별을 이럴수는 없는데~~ㅜ.ㅜ
킥킥거리며 장난치느라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머리를 굴렸습니다.)
(아래는 나의 잔머리에 당한 딸 아이 사진입니다.
내 얼굴을 찍느라 방향이 돌아간 순간 손을 쭉! 뻗어서 대충 각도를 잡고 찰칵! 찍었습니다.
ㅎㅎㅎ! 지가 안찍히고 배기나요? 찍혔지요~~~
내가 바로 전송했지요 아이 전화로! '창 안의 여자'라고 제목을 붙여서! ㅋㅋ))
(이번에는 반대쪽 손으로 핸드폰을 옮겨 찰칵! 찍었습니다. 제목은 '투명여인' 이렇게 제목을 붙여~~~
바로 지워달라는 사정어린 문자가 들어왔습니다. 얼굴이 너무 크게 나왔대나 뭐라나~ ㅎㅎ
하지만 지울 내가 아니지요! 다음 만날때까지 보고 싶으면 들여다 볼 피로회복제 같은 사진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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