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누구나 어디 한쪽이 문드러진 채로 사는 것을...

희망으로 2011. 6. 14. 15:05

누구나 어느 한 구석이 망가진 채로도 열심히 사는 것을........

 

위층에 올라가서 치료를 받는 시간이 하루에 한 번씩 있다.

갈 때마다 많이 당황스러운 모습을 본다.

서른이 채 안되어 보이는 청년 한사람이 다리를 절면서 걷는 연습을 한다.

곁에는 아버지인 듯한 중년아저씨가 한 팔로 허리춤을 잡고 마주보는 자세로

뒷걸음으로 간다.

 

그런데 갑자기 퍽! 소리가 들린다.

동시에 참으로 민망한 ! xx! 똑바로 안 해?” 욕이 들려온다.

하루 이틀은 무슨 속상할 일이 있나보다 했는데 날마다 같은 시간에 계속 보게 된다.

얻어맞은 청년은 몸도 장애가 있어 보이고 정신도 온전치 않은가 보다.

주눅들은 표정으로 아프다 소리도 않고 대들지도 않고 묵묵히 용을 쓰면서 걷는다.

 

왜 저렇게 해야 할까? 마음이 너무 무거워진다

많은 날들을 보다보니 또 다른 광경을 보게 되었다.

온 얼굴에 땀이 물방울처럼 뚝뚝 떨어지는 청년을 샤워실 앞에 세워 놓고 환자복이랑

세면도구를 다 들고 와서 씻기러 들어가곤 한다.

두 사람이 다 지치도록 재활운동을 하고, 씻기고 옷을 갈아입히고 나와서

또 다른 치료를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얼마나 힘들까? 두 사람이 다...

날마다 주먹으로 배를 퍽! ! 때리며 욕을 해대며 시키는 아버지(틀림없이)

아주 조금 겁먹고 슬픈 표정으로 땀을 뻘뻘흘리며 걷는 연습을 하는 청년이나...

 

집사람과 그 이야기를 하다가 나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다.

난 당신 그렇게 모질게 재활치료 못시켜, 저렇게 독하게 해서 몇 년만에 걷게 되면

청년이나 그 아버지에게 분명 기적같이 좋은 일이겠지만 그게 정말 좋기만 할까?

마음의 상처가 분명 쌓일 것만 같은데 그 흔적은 어떻게 또 회복을 할 수 있을까?

몸의 건강보다 몇 십배 몇 백배 영혼의 건강과 행복은 더 중요할텐데

어떻게 주먹질과 욕설로 간병을 하겠어? 난 못해...

 

그러나 그 아버지의 표정이 잊어지지 않는다.

무겁고 진지하며 웃음기라고는 한 번도 보지 못한 얼굴이...

한 번의 사고로 무너진 인생과 멀쩡하고 잘생긴(정말 잘 생겼다)아들의 날아 가버린

미래가 쉽게 받아들여질 리가 없었을 게다.

밉고 지친 심신을 집념으로 일으키며 하루도 거르지 않고 땀으로 범벅을 하는

그 뒤에 담긴 고통을 뭐라고 쉽게 단정을 지을 수가 없다.

 

그런 생각을 하다 보니 이 병원에 어느 누군들 안그럴까? 싶다.

정도의 차이야 있어도 본인이나 가족이 원치도 않았는데 생긴 삶을 살게 되는거....

계절마다 다른 옷도 입어 볼 수 없고, 형제 친구의 좋은 일 궂은 일에도 다니지 못하는

사람 구실을 제대로 못하게 된 이들을 너무도 많이 보았다.

짧게는 몇 년, 길게는 이 세상을 떠나는 날까지 저당 잡혀버린 채 사는 사람들...

 

굳이 병원만 그럴까?

일순간에 일어난 일로 일생의 방향이 틀어져버린 숱한 사람들이 있다.

비록 보이는 일이 아닌 것으로도 심한 상처나 쌓인 갈등으로

몸 안의 한쪽 어딘가가 문드러진 채로 일생을 사는 이들이 대부분이 아닐까?

그냥 보면 낄낄거리며 아무 근심도 없이 잘만 살아가는 부러운 사람도

들여다보면 구멍 숭숭 뚫려 있고, 털어놓고 들어주다보면 눈물 펑펑 쏟아지는

그런 사연 없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럼에도 모두 부여안고 추스르며 살아간다.

어떤 이는 위층의 그 아버지와 아들처럼 비장하게 목표를 향해 갈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멍들은 부분을 쓰다듬으며 표 안나게 미소지으며 살아가기도 하고...

 

돌아보면 어처구니없고, 왜 내게 그런 일이 생겼던가 원망스러울수도 있지만

부디 너무 딱딱하지 않게 살고 싶다.

눈물도 미소도 사라지고 분노만으로는 살지 않기를,

 

기도하고 싶다. 새살이 돋아나듯 심령의 상처도 아물고 무게도 가벼워지면서

다시 미소를 지으며 다정하게 서로 말 주고 받으며 살아갈수 있기를!

설혹 그렇지 못한 사람을 보더라도 흉이나 판단은 하지 않기를 기도한다.

그 깊은 후유증을 안고 치열하게 사는 사람인들 편할까?

나는 그만한 발버둥이라도 치며 살려고 하는지를 돌아보며...

 

누구나 어디 한쪽이 문드러진 채로도 살아간다는 것을 잊지 말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