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속의 탈출
벌써 4일째, 하루에 밥은 종일 합쳐 서너 숟갈,
속은 계속 울렁거려 짜먹는 위장약은 4개 이상씩 먹고 버티는 중이다.
배도 아프고 온몸이 저리고 신음을 참으며 하루 이틀 넘기고 있다.
내일은 나아지겠지, 내일은...
그러면서 4일째, 이건 비둘기호도 아니고 달팽이호가 달리는 것 같다.
본죽에 가서 전복죽을 사왔다.
두 개로 나누어 포장해달라고 해서 갖고 왔는데 한 개의 절반도 아니고
삼분의 일쯤 먹고 포기다. 많이 먹었다. 첫 숟갈 뜨고는 한참을 쉬어서 이것도
못 먹을 줄 알았는데,
속에서 막 화가 올라온다. 이유도 없고 권리도 없이,
어저께는 ‘나 이번에는 못 살 것 같다’ 그래서 야단도 치고 맥도 빠지고 그랬다.
이틀지나 지금 그 말이 속에서 기어나온다.
‘그래 어쩌면 이번에는 죽을지도 모르겠다. 할 수 없지 뭐, 하나님이 데려가신다면
난들 버틸 방법이 있겠어, 아니면 안 죽겠지,‘
이게 좌절인지 순종인지, 포기인지 합리화인지 알 수가 없다.
오래 가면 사람은 이렇게 적응하고 준비되는걸까?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아냐, 아무 생각 안해’
‘......’
‘너무 많은걸 알려고 하지마, 알면 다쳐!’
아무래도 답이 불충분한지 쳐다본다.
‘응, 당신 조금만 더 낫게 해서 마늘 까는 섬에다 팔려고,
그 돈으로 요트사서 바다로 여행 가고 싶다는 생각했어‘
살다보면 이렇게 속에 생각한거 다 말 못하는 경우도 있는 법이다.
오늘은 주일날, 아무래도 오늘 주일예배는 참석이 힘들게 생겼다.
일년 이면 아파서 못 가는 적이 4-5번 있다.
주사바늘을 두 세 개 씩 꽂고 있거나 너무 기력이 없을 때,
아님 응급실에 있을 때는 병원 안에 와서 드려주는 예배에도 참석 못한다.
시간 있고 교회 있다고 다 예배를 드리는 건 아니지만
정말 가는 병원마다 선교팀이나 교회에서 와서 예배를 드려주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른다.
무슨 소리야? 기어서라도 주일예배는 참석해야지?
믿음이 모자라서 그러지! 주일성수 못하는 건 사탄에게 지는거야!
이렇게 말하는 분들도 있었다.
예전 기도원에 있을 때 아무리 아파도 허용이 안 된다면서...
그런 분들에게 막 반발이 생긴다.
당신같이 인정사정없이 교리원칙을 지키는 분들이 가는 천국은
나는 별로 가고 싶지 않다. 잘 가시라! 그런 맘이 생긴다.
응급실에서 고열에 구토로 늘어져 참석이 힘들면 못하는거지
그 순간 주일성수 못한 죄로 죄인이 되고 사탄의 손아귀에 들어간다 주장에
때론 몸서리가 쳐졌다.
나는 하나님을 보고 싶어 예배당을 가고, 고마움을 감사드리고 싶어 간다.
내 흔들리는 무지를 말씀으로 바로 잡아달라고 음성을 기다리고,
그렇게 그리워하는 형제들과 서로 나누고 싶어 가는 거다.
율법을 지키는 의무만으로 가지는 않는다.
천지 어디나 계시는 하나님이신데, 음부에조차 내려가 사흘이나 계시다 간
우리 주님이신데 이 고단한 병실로 출장인들 못 오실까?
마음이 자꾸 무거워지면 나는 종종 눈을 감는다.
눈감으면 어디든 갈 수 있다. 무거운 몸을 끌고 가지 않아도 되는 탈출!
푸른 하늘을 지나 더 높이 더 멀리 가면 얼마나 시원한 바람들이 부는지,
저 아래 푸른 풀밭도 보이고 산과 들, 골짜기마다 흐르는 계곡물,
아름다운 영혼의 노래와 연주들이 배경음악으로 깔리는 하늘 가는 길!
병도 고통도 부족한 잠도 없고, 돈 걱정 감정 싸움도 없는 상상속의 탈출!
영락없이 깨우는 건 이 좁은 병실의 집사람이 부르는 도움요청이지만...
가끔씩은 상상속의 탈출이 필요하다.
사람은 누구나 살다보면 감당 못할 무거운 짐과 사면이 벽으로 막힌
풀 길 없는 감옥을 만나기도 하기 때문에,
그 상황은 참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데 마음이나 감정이란게 묘하다.
답답하다 싶으면 더 질식하고 몸을 더 힘들게 만든다.
전기 꺼진 냉동차에서도 갇혔다고 생각한 사람이 다음날 실재로 얼어 죽었다는
그런 기사도 있었지 않은가.
우리의 감정은 때론 속기도 하고 속일 수도 있다.
나쁜 의도가 아니라면 우리는 상상속의 탈출을 가끔씩 하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탈출을 해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말씀으로 약속하신 내용을 기다리며 붙잡고 가는 여행인데!
부작용도 없고 허망함도 없으며, 중독이 될수록 더 좋은
말씀으로 가보는 탈출!
이 아침에 하늘로 가는 길에 바람이 분다.
어서 오라고 팔 벌리시고 반기시는 주님이 보일 듯 말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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