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 오는 길
FM 라디오에서 로렐라이가 흐르고 있다
떠난지 몇해, 오랜만에 봄빛 가로수를 본다
파스텔로 이쁘게 칠한 듯한 연두빛갈들이 줄로 이어진다
밤새 탈이 난 배로 들락날락하다가
잠을 설치고 기운이 없어 간신히 일어났다.
머리감고 생일인데도 밥도 못 먹은 딸을 데리고
지리산고등학교 답사 면접 가는 길을 나섰다.
“여기 김밥 한줄만 주세요”
라면을 먹고 싶다는 나눔이,
대구로 출발하는 버스가 17분 뒤라 포기했다.
“아빠! 친구가 미역국하고 밥 문자로 보내왔어!”
“숟가락은 있어? 넌 미역국 손으로 떠먹냐? 하고 답장 보내”
- 아빠가 숟가락도 달래! 문자 발송...
시골서 태어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총 15년,
넓은 시내로 나가 살고 싶을 때도 있다는 아이를
고등학교마저 달랑 20명이 한 학년인 지리산 고등학교로 보낼까싶어
답사겸 인사하러 보내는 길이 맘 편치는 않다.
전교생 60명, 전원 기숙사 생활 수업료 숙식비 교재 의복까지 무료,
시골에 들어가 있어 지금이나 다를 바 없는 3년을 보낼텐데
집 사정이 입을 막아 투덜거리지도 못하고 가는 딸,
하긴 선발이 될지 안될지도 모르는데 뭘! 그러며 위로 삼는다
콜록! 콜록! 벌써 한 달째 기침에 가래가 그릉그렁 거리는 딸
병원엘 데리고가서 진료도 받고 약도 지어 먹여 끝을 내리라 맘 먹었지만
어쩌다 또 병원 갈 틈이 안나고 우린 또 병원으로 갈 형편이다.
그제는 체육대회 어제는 교회야외예배 오늘은 산청 지리산행,
내일은 공휴일에 휴진, 모레는 일찍 3박4일 중학교 수학여핼 출발,
어차피 그날 우리도 다시 병원 입원하러 출발...
무엇이 이리 바쁘게 우리를 끌고 돌아가는지
남은 3분 동안 커피 한잔 마시다 빠져나가는 버스에 손 흔들고
돌아 오는 길
‘아! 연두빛 풍경이 나를 자유롭게 들어올린다’
엑셀을 밝고 있는 발의 감각도 기억에서 사라지고
오랜 습관으로 멍하니 하늘을 보며 노래를 듣노라니
‘하늘나라는 이런 기분으로 가는 게 아닐까?
그랬으면 좋겠다. 지난 일도 잊고, 가족 의무도 풀어놓고...‘
하나님이 주시는 이른 아침의 평온함이 온 몸을 감싼다.
“다녀왔습니다”
장인 장모님이 앉아서 왜 늦었냐고 묻는 순간까지
멍하면서 탈출했던 아침여행이 계속되었다.
오늘 연두빛 가로수들은 분명 꿈이었을거야!
십년이 넘도록 오간 길이었는데 그렇게 아름다운적 없었잖아?
그래도 고마운 하나님의 아침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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