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아들 군대 가던 날
큰아이 군대 가는 날
찬 바람 눈이 되고 바늘이 되어 얼굴을 찌르는
겨울하고도 한가운데 1월 5일
열흘하고도 닷새를 기도원 좁은 방에 붙잡아놓고
엄마 사경을 헤매는데 손잡고 구덩이 건넜다
밥 한 그릇 지어 못 먹이고 보내는 어미 눈보라 뒤에 숨어 울다
시외버스 터미널 진입로도 눈얼음이 턱을 높이고
안 그래도 서러운 객지에서 출발하는 입영 길에 불을 지른다
오려면 한 십 미터 쯤이나 올 것이지 아예 발이나 묶게...
미끄러져 빠져나가는 시외버스 뒤만 보다가
가족이란 한 사람만 주저 앉으면 굴비로 무너지는 시나리오
난치병 기호 영문과 숫자 몇 개가 이리 힘이 셀 줄이야
제발 잊어버리라 묻어버리라 탈영만은 하지마라
주문처럼 빌고 빌면서 착한 심성 아들이 더 불안해
차라리 욕이나 하고가지 별 생각도 다 해본다.
저 햇빛 잠깐 나는 하늘은 지금 사기 치는지도 모른다
겨울에도 따뜻할 때가 있는 법이라고
아서라 돌아가면 온몸에 사형선고 딱지 부치고 날 기다리는
진짜 반쪽 올가미가 고해상도 입체동상처럼 날 기다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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