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힘들었습니다.
이게 사는거라면 아이들 태어나는 것을
진심으로는 축하할 마음이 반쯤은 줄어듭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궁금하시지요?
지옥과 천국이 이런 느낌 아닐까 생각한
어제와 오늘, 이틀의 방황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이곳 재활병원에서
환자들끼리 작은 송별식이 있었습니다.
오랫동안 정성으로 휠체어를 수리해주시던 분이
다른 병원으로 승진 발령을 받아 떠나고 후임자가 옵니다.
그걸 서운해하던 정든 환자들이 파티를 열었습니다.
저는 그 분 단골도 아니고,
사실은 교통사고로 휠체어 타시는 분들이
낮게는 100만원에서 보통 2-300, 많게는 500만원,
아주 비싼 분은 900만원짜리를 타십니다.
아주 가벼우면서 단단하고,
그리고 몸에 딱 맟추는 신체같은 다리인데 그럴겁니다.
제 아내는 50만원짜리 중증환자용 큰 휠체어라서...
저는 안가려고 한사코 사양했지만
저를 오게하려는 분들의 성화가(사실은 배려)이겼고
결국 아내를 두고 가게 되었습니다.
몸이 불편해 따라가기 힘든 집사람은
때마침 쏟아지는 폭우때문에 빨리 돌아오지 못한 제게
화가 터지고 말았습니다.
세번이나 와서 소변을 빼달라는 전화를 하고난 후...
비를 맞으면서 휠체어를 탄 사람들을 우산 두개를 이용해
한사람은 밀어주고 저는 우산을 들고 옆에서 뛰어주고...
그러다 비를 흠뻑맞아 다 젖었고 사람들은 고맙다! 재미있다!
그렇게 끝을 내었지요.
그러나 저는 끝이 아니고 밤새 집사람에게 아양을 떨고,
비위를 맞추고 빌고 했지만 아침까지 장편드라마가 되었습니다.
오늘은 가까운 대학병원에 안과 외래진료를 가는 날!
그 기분으로 오고 가는 내내 말한마디 안하고,
저는 너무 지치고 속상하고 차라리 보따리 싸서 도망 갈까?
정말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잠시 차를 기다리는 동안 아내가
말을 걸어 왔습니다.
왜 전화를 빨리 안받았고, 늦게 왔는지,
왜 내가 같이 가면 안되는지,
몸이 불편하고 사람노릇 못하는 자기를 왕따시키는거냐?
뭐 그런 따지는 이야기들...
저도 모르게 이틀을 쌓였던 화가 터져서 맞장구를 치고 말았습니다.
우리 잠시 시간을 좀 가지고 가라 앉히자고 입다물고 있는데
지금 법정에서 재판하듯 따지고 내가 죄인이냐?
'.......'
일을 크게 만들었지요. 뭐!
정말 차라리 내가 목매 죽던지,
아님 열심히 돈벌어서 보내줄테니 다른 간병인 사서 지내는게 어떠냐?
나도 극단적인 말을 쏟았습니다.
거의 2년만에 처음으로 심하게 속상한 말을 해댔습니다.
사실 저도 많이 힘든거 참고 지내던 중이었고,
할말이 쌓여 있었는데 살짝 둑을 열어버린 셈이니...
'봐요., 나도 당신 너무 불쌍하게 보면 안될것 같고
그렇다고 너무 무심하게 대해도 안될것 같고
그 사이로 바란스를 잡고 나가느라 무지 마음고생 한다구요.
남들이 보면 당신은 장애인이고 그건 사실이잖아요.
장애인인 아닌 내가 그 심정을 어떻게 다 이해하고
서운하지도 불쌍하지도 않은 사람처럼 곡예를 하겠어요.
나도 너무 힘들어요.
그리고 당신하고 싸움을 할 수가 없어요.
당신은 환자고 나는 멀쩡한 보호자니 싸울려다가도 끝내
스스로 입을 다물어야하고 막말도, 멱살도 잡을수 없으니,
그걸 아는 내가 당ㅅ신과 싸움이 되겠어요?
미치지 않으면 백번백패 내가 지는 싸움인데...
당신도 내 심정, 괴로움 다 이해 못하잖하요!'
결국은 저녁내내 냉전으로 들어갔습니다.
도저히 전환점을 찾기도 힘들고,
그럴 기분도 내키지 않았습니다.
그걸 바꾼건 이삼일마다 전화를 해오는 첫째아들 겨레였습니다.
군인이 되고나서 그렇게 열심히 전화를 합니다.
'겨레야 아빠 좀 힘들다.
엄마가 몸은 많이 회복을 하는데 마음이 까다로워지나봐!
자꾸 초조해지고 예민해지는것 같다.
오늘도 좀 쉽지 않네,
나 정말 한 삼일만 휴가를 좀 갔으면 좋겠다.
2년째 교대도 없고 하루도 쉬지 못하니 바닥이 드러난다.'
'..........'
말이 없는 아들에게,
'겨레야. 아무리 돌아봐도 아들 둘은 군복무중이고,
딸 하나는 이제 중학교 1학년,
친정엄마는 고혈압에 팔순, 시어머니는 5년째 병원생활...
누구도 없으니 니가 얼른 결혼해서 색시 좀 빌려주라!'
아들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아빠 그게 금방 되는 일도 아니고...'
'야! 당장 다음 달이라도 약혼하고 미리 가불 좀 하자?'
여자 친구는 있니?'
아마 없는 모양입니다.
대답을 안하는걸 보니...
다행하게도 열흘만 있으면 휴가를 나온답니다.
휴가때마다 병원에서 새우잠을 이틀 사흘 자고 들어가는 아들,
이번에도 삼일을 있겠답니다.
그 기운을 얻어서 병실로 돌아와
집사람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 냉장고에 있는 매운 닭발 데워서 먹자1
저는 아직까지 그걸 못먹거든요.
지난번에 집사람이 먹고 싶다고해서 사주고 저는 손도 안대고...
그걸 데워서 마주 앉아 땀빼며 먹고
입 가신다고 하드도 하나 먹고,
그 틈을 타서 이렇게 말했지요.
'여보, 나도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거던,
내가 더 잘해보겠다고 하면 그건 사기야!
더 잘할 무슨 비결이나 체력, 자신도 없어.
지금 몽땅 털어서 다하고 있어,
우리 서로 자기 짐지고 참을거 참고 그렇게 좀더 버티자,'
아내도 좀 풀리고 미안란 마음이 구실을 찾았는지
얼굴표정이 밝아집니다.
이틀을 고개돌리고 눈도 안맞추고,
아침에는 눈뜨자마자 베게를 눈물로 적시더니...
이렇게 어제는 악몽으로 치달리고,
오늘은 봄날 눈녹듯 다행으로 치달리고...
세상에 많은 병원 구석마다 이러고 버텨나가고 있을
많은 환자와 가족들의 고단함을 떠올리니
자꾸만 눈물이 나올것 같아 더는 못쓰겠습니다.
'하나님! 무슨 계획을 가지셨고,
우리를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딱 한 번만 귀에다 말씀해주시면 안될까요?
아무에게도 들었다고 말 안할께요! 정말인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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