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깊고 넓은 강이었습니다.
발은 닿지 않고
무엇인가 물속에서는 끝없이 끌어당기는 강...
생사의 어설픈 전망을 이랬다 저랬다 번복해보면서
그래도 몸부림치는 수영으로 건넌 강이었습니다.
무려 10번을 넘는 재발로 응급실을 들락거린 지난 세월
강이라면 이보다 더 지치게 하는 강이 있을까를 떠올렸습니다.
한 번 올때마다 배터리 나간 큰 인형같은 아내의 몸이
옮기기도 무거워 흘린 땀이 큰 그릇에 담아도 넘칠만큼 입니다.
이제 거의 강을 건넌듯 합니다.
발도 바닥에 살짝씩 닿는 느낌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두달을 못넘기던 재발이 넉달을 넘겼습니다.
누워서밖에 못보던 주위를 이제는 앉아서 버티며 봅니다.
아직도 남의 손으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게 어딘지 목도 못가누던 때를 떠올리면 눈물이 핑 도는데...
지난 주부터는 워커를 꼭 잡게하고 발을 끌다시피 하기는 하지만
몇 미터씩 옮겨 놓습니다.
뒷춤을 살짝 잡고 치료사 선생님이 조심스레 따라갑니다.
집사람이 처음 이 병원을 올때 상태를 아는 분들이
옆에서 한마디 거듭니다.
'소 한마리 잡아야 겠어요!'
'오늘 한턱 내셔야 겠네요!'
그럼 나는 말합니다.
'그럼요! 소라도 잡겠습니다!'라고...
심정은 정말 그렇습니다.
소라도 잡고 두번 잡고 세번 잡고, 그러고 싶습니다.
모든것이 고맙습니다. 돌아보면!
너무 힘에 겨워 밤11시가 넘어 빈집에 돌아가 벽에 기대어
울면서 전화할때 오래도록 다 받아주던 형제들과
이런저런 고비마다 푸념에 주저앉아 해대는 비관적인 호소를
댓글로 위로해주던 얼굴도 모르는 분들,
병원비용의 벽에 막혀 답답할때 모금해서 보내주신 분들
방송에서 마련해 보내준 지원금, 내주신 분들
병원을 찾아와 밥사주시고 통장으로 보내주며 뭐든 먹고 기운내라고 하던 분들...
일일히 다 열거할수 없을 정도로 많은 분들의 기도와 사랑덕입니다.
아직도 가야할 길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모릅니다.
이제는 강이 아니라 사막일지도 모릅니다.
그동안 까먹으며 버티다시피한 보호자인 나의 체력도 그렇고
십원도 수입없이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텅텅비고 쌓인 부채와
앞으로 더 버텨야할 병원비 생활비도 앞에 놓인 사막입니다.
마라톤 선수가 가장 힘들다고 하는 30km 이후의 길과도 같은...
정말 이제는 인내심과 현실적인 질긴 싸움들이 남았습니다.
그럼에도 의욕이 생기는 것은 나날이 좋아질 것 같은 아내의 상태이고
오랜 시련을 버티면서 생긴
모든 것을 수용하고 인정하는 비워진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잘 참아주었고 앞으로도 잘 참아줄 세 아이들의 마음씨 또한 힘이 되겠지요.
다시 걷는 모습을 찍은 동영상을 보면서 스스로 기운을 일으켜봅니다.
"아자! 아자! 또 아침 준비하고 씻기고 하루를 시작하자!"
라고 스스로 부채질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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