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화기 너머로 거친 울먹이는 소리,
무슨 말인지 잘 알아 들을수 없는 내용들...
나눔이 무거운 마음들이 전화기를 통해 그대로 전달이 되어온다.
오늘은 종일토록 지옥과 천국을 오가며 바빴다.
하루에 이렇게도 여러번 반전에 반전을 하다니...
처음 시작은 끔찍한 기억을 되살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지금 병실에서 같이 있다 다른 곳으로 간 사람이 다시 온단다.
왠만하면 반가울 일이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대소변을 어쩔수 없이 침대위에서 해결해야 했던 중증의 아내와 나에게
그 사람은
"냄새가 난다."
"다른 병실에 모아주지 멀쩡한 사람들과 한방에 넣어서 생각없다"
"별 가망도 없는 사람들이 병원에 버티는 이유를 모르겠다"
"딴 병실로 옮겨야지! " 등등...
피가 막히고 주먹이 부르르 떨리는 걸 꾹 참고 버티던 중 다행히 딴 병원으로 옮겨갔다.
그날은 우리의 해방의 날이었고 얼마나 기분이 좋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그렇게 욕하던 이곳을 다시 온단다. 그것도 이 병실로...
이것이 지옥으로 들어가는 기분이 아니면 무엇일까?
그런데 천국으로 가는 기차로 옮겨타게 해준 것은 아내였다.
전신마비로 침대에 완전 누워버린 아내가 발병이후 처음으로 일어났다.
붙잡고 서는 '워커' 라는 기구를 끌며 걷기는 했지만 스스로 이십여 걸음을 걸었다.
눈앞에서 걷는 모습을 핸드폰에 담으면서도 잘 믿어지지 않고 가슴이 떨렸다.
...이게 진짜인가 꿈인가??
솔직히 앞으로도 1년이나 얼마나 더 치료를 받으면 일어나 걸을수 있을까? 싶었는데...
물론 혼자 일어나지도 못하지만 세워주면 걷는다는 것 자체가기적이나 다름없다.
전에 6년만에 '워커'를 잡고 걷는 사람을 부러워했으니 오죽 기쁠까!
결국 치킨이랑 맥주도 한병사서 방 식구들에게 한턱내면서 자축했다.
모두들 진심으로 축하를 해주었고 나도 아내도 기분이 들뜨고 좋았다.
밤 10시 30분,
멀리 충주에 있는 딸아이 나눔이에게서 전화가 왔다.
이 애기 저 애기를 하는데 계속 말이 끊어졌다 이어졌다 무겁다.
결국은 캄캄한 숲 빈터로 나와 전화통화는 계속 되었다.
너무 힘들단다. 모든 것이...
며칠전 끝난 이번 중학교 1학기 기말고사에서 1등을 했다.
초등학교 6학년 중간 기말고사 1등에서 계속해서 중학교 올라와서도
중간 기말고사 모두 1등을 했다. 그것도 평균 95.6점 이라는 높은 점수로...
그런데 시험이 끝나고도 밤 9시까지 야간자율수업을 시키는 바람에 터지고말았다.
이런게 어디있냐고 속상해하더니 아침 7시에 학교 가는거 밤 9시에 버스로 돌아오거나
남의 차를 계속 신세지고 타고 오는거 다 속상하단다.
시골이 버스 4번 밖에 안다니는 곳이니 어려움이 이만저만 아니다.
내가 데려줄때는 몰랐는데 버스로 다니려니 많이 지쳤나보다.
그 안좋은 기운이 퍼졌다.
남들이 계속 엄마는 어떻냐 물어보는 것도 속상하고,
다니던 시골 교회 사모님이 하복 교복을 사준 것도 부담된단다.
도움 받는 것이 거지같고 자존심 상한다고 꺼억꺼억 울면서...
내 마음도 찢어지게 아프다. 달리 방법도 마땅한 위로도 할수없이...
차라리 이곳병원 가까운데로 전학을 하는건 어떻냐고 말해보았지만
친구들을 몽땅 이별하고 또 다른 곳으로 더돌게 분명한 전학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건 예상도 못한 지옥이다.
이럴줄은 준비도 못했는데...
어저께만 해도 시험1등했고 뒤풀이로 친구들과 영화본다고 좋아하더니
이틀만에 완전 뒷통수 날벼락이다.
간신히 1시간을 전화로 달래고 울고 하다가 마무리했다.
방학하면 만나서 속좀 풀어보자 하면서...
오늘은 내게 너무 여러번의 지옥과 천국이 오갔다.
안그래도 체력과 경제력과 정신력이 바닥을 달리는 때에
누군가 가족이 아프다는 것은 많은 것들을 어렵게 한다는 경험을 안겨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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