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늦어 9시 30분을 넘어간다.
병실 취침이 보통 10시니 이제 잠을 잘때가 되어간다.
자다가 깬 아내를 양치질을 시키고 잘 준비를 마쳤다.
"불 잠깐만 좀 끄겠어요"
다른 침대를 사용하는 환자의 간병아주머니가 말했다.
무슨 일이 있나보다.
"예! 괜찮아요!"
등도 돌리지 않고 대답했다.
잠시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휠체어를 타신 분이 무릎에 촛불이 붙은 케잌을 들고 들어오셨다.
뒤로 다른 휠체어를 타신 분들이 줄줄이 이었다.
한 분, 두 분, 세 분,네 분, 다섯 분... 그리고 보호자와 간병인들,
그렇게 열명에 가까운 분들이 뒤를 따라 들어왔다.
"생일 축하합니다!"
어리둥절한 아내와 내 앞에 불려지는 생일축하의 노래,
"생일 축하 합니다
생일 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안정숙님
생일 축하 합니다."
오늘이 아내의 생일이었다.
병원안에서 해를 넘기며 사는 우리가 무엇을 하기가 쉽지 않아서
벌써 두 세번을 그냥 말로만 확인하며 그렇게 넘어갔었다.
올해도 다를것은 없었다.
그런데 아침에 우연히 병원 식단에 미역국이 나왔다.
우리는 야! 미역국이다! 병원에서 어째 알았을까! 하면서 그냥 웃었다.
그 이야기를 같은 병실에 있는 일부러 공주과인 오성경씨가 들었다.
대안학교 간디학교 교사였다가 교통사고로 하반신을 다친 오성경씨가...
특유의 분위기 메이커인 그가 여러 사람을 동원해서 이벤트를 벌인 것이다.
감사하고 감격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축하를 받는 생일 해본적이 까마득했는데...
아침에 친정언니와 아버지가 전화해주셨고
막내 나눔이가 영어캠프 출발 전 전화 해준 것이 다였는데...
아래는 그 주범인 오성경씨가 건네준 또 하나의 선물, 편지다.
다음에 복수를 해주겠다,
아니면 누구 생일 오기 전에 퇴원해버리겠다!
그렇게 웃음꽃을 피우며 이야기하는 사이 읽어보니
케잌 못지 않은 마음의 선물이었다.
하늘 한 번 쳐다보았다.
저 분이 그렇게 숨어서 무뚝뚝 하시더니 오늘은 우리를 울리시네...
(편지 내용과 선물이라며 건네준 이해인님의 시)
'음-- 생신 축하드립니다!! 짝! 짝! 짝! ^.^
한 방에서 한 솥밥 먹으면서 지낸지
벌써 삼개월이 되었는데도 언니랑 많은 애길 나누지 못했네요.
괜찮아요. 오늘부터 시작하면 되거든요. ^.^
참 아름다운 모습이세요 두 분, 그리고 가족!
얼른 나으셔서 다음 생신때는
비둘기집 같은 곳에서 가족들과 함께
쾌유를 축하하며 보내시길 기도드려요.
항상 감사하구요. 여러모로 도움주셔서 또 감사! ^.^
(옆에 사람들이 있어서 헷갈려요ㅜ.ㅜ)
언니 웃는 모습 참 이쁘세요.
늘 웃음 기쁨 가득한 날 되시길 기도드려요! ^.^
2010. 7. 26 이쁜 성경 ^*^
- 마음엔 평화, 얼굴엔 미소 ^.^
참 뒤에 있는 글, 두 분 같아서 특별히 뽑은거예요.
< 이해인 '황홀한 고백' >
사랑한다는 말은 가시덤불 속에 핀
하얀 찔레꽃의 한숨 같은 것
내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은
한 자락 바람에도 문득 흔들리는 나뭇가지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말은
무수한 별을 한꺼번에 쏟아내는 거대한 밤하늘이다
어둠 속에서도 훤히 얼굴이 빛나고
절망 속에서도 키가 크는 한마디의 말
얼마나 놀랍고도 황홀한 고백인가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말은
** 다음은 급히 휴대폰으로 분위기를 남기고 싶어 찍은 동영상입니다. 거의 소리 밖에 구별이 안가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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