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날마다 한 생각

순간의 자유와 평안으로 긴 고통도 밀어내며...

희망으로 2010. 7. 23. 06:59

단 한순간,

1분만이라도 자유의 깊은 맛을 경험할수 있다면,

그보다 더 짧은 순간이라도 평안의 바닥에 누울수 있다면

정말 힘이 나겠다.

긴 시간 고통과 외로움과 번민이 나를 둘러쌀지라도 버티겠다.

순간 순간의 자유와 평안만 느낄수 있다면...

 

생각의 속도는 음속보다 빠르고 빛보다 미립자보다 빠르다는데

늘 먼저 가 닿는 곳은 오기도 전에 만나는 근심 염려 불안 외로움

죽음의 레테강을 건널때 지고도 안고도 못가는 것들을...

 

몸은 죽여도 영혼은 죽이지 못하는 것들을 두려워말라고

생명보다 먼저 계신이가 그렇게 누누히 말해도

아직도 씨도 안먹힌다.

지독한 고집불통같은 사람아...

 

나를 칭칭 싸매고 둘러감은 것들이 무엇이냐?

생존이 걸린 지폐 얼마던가?

바늘로 찌르는듯, 목을 조이는듯 한 병의 고통이더냐?

천지가 등 돌리고 무시하는 왕따의 설음이더냐? 

 

30년을 부얶에서 오는 손님들 밥지어내고 설거지만 하면서

이름도 묻히고 얼굴도 묻힌채 살아도 기뻐했다는 어느 수도원의 수녀님

무명의 청춘도 무색하게 하늘과 벗하신 그 자유는 어디서 나온걸까?

밤과 낮이 판에 박아서 질식할것 같아도 평안하신 비결은 무엇일까?...

 

가끔은 길 위에서 순간적으로 자유로울 때가 있었다.

지친 다리를 쉬게하면서 넘어가는 해를 보고 앉았노라면

어제나 좀전의 얽매임도 기억조차 없이 사라지는 마술같은 느낌

온 몸으로 짜르르 스며드는 평안함,

괜시리 슬프지도 않은 눈물과 아무에게나 하는 감사의 마음...

 

그런것일까?

상대도 없이 느끼는 자유,

아무도 놓아주지 않았고, 무엇도 풀어주지 않았는데 오는 자유

더한 것도 빼는것도 없는데 오는 평안,

아픈채로, 힘든채로, 외로운채로 변동이 없는데도 밀려오는 평안...

난 그런것이 그립다. 목마르다.

 

그 자유와 평안의 힘을 중간 중간마다 확인할수만 있다면

결과를 버린 투쟁도 하겠다.

승리나 패배 따위는 보지도 매달리지도 않고 단지 옳은 것을 위헤서만

소득이나 평판을 개나 소에게 줘버리고도 열심히 살수 있을 것 같다.

단지 성실한 순간의 기쁨과 의무만으로도!

그러면 다시 더 큰 자유와 평안이 또 오는걸까?

 

정말 지금 나를 발목잡는 것들이 무엇일까?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

사회에 대한 성공기준?

성이 차지않는 재산욕심 지적욕심 성적욕심?

그럼 그것만 떠나면 자유로워질까?

........

 

지금 내가 평안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과중한 노동?

누군가를 향한 지독한 미움들?

몸을 누르는 병과 추위와 배고픔의 고통들?

그럼 백수와 건강하기만하면 정말 평안해지는걸까?

........

 

오래도록 이 문제를 생각하신 분들이 한결같이 말하는건

내려놓으란다.

슈퍼맨의 착각에서 벗어나란다.

짐을 몽땅 보따리에 싸서 가져오란다.

놓고 돌아가서 평안하란다.

그런데 일어서면서 습관처럼 다시 등에 짊어지고 나온다.

 

자유여!

평안이여!

그리헤메고 부르짖어도 오지도 잡히지도 않는

너 자유여! 평안이여!

늘 그림자에 숨어 한순간도 떠난적 없이 맴돌면서도

여우같은 애첩이 몸만 달구듯 살짝 살짝 품에서 빠져나가는

너 자유여! 평안이여!

 

자유여!

이제는 무엇으로부터 벗어나서 사막에서 너를 찾지 않는다.

도심으로 군중으로 한가운데로 파고 들어와 너를 찾으련다.

평안이여!

일도 멈추고 운동도 멈추고 모든걸 멈추면서 너를 찾지 않으련다.

지게도지고 밥도 짖고 사람들을 미워하고 낄낄거리면서 너를 찾으련다.

 

그러니 순간씩이라도 나를 풍덩 빠뜨려다오.

자유와 평안의 깊은 심연에!

그 기억만으로도 사흘은 넉넉히 버틸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