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더 왼족으로!"
"여기?"
"아니 조금 위로! 거기 거기!"
아내는 내가 거울없이 면도기를 사용하면
가끔씩 깎이지 않은 수염을 지적해준다.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창가 병실 침대에 앉아
그렇게 위치 추적을 해주는 아내와 면도기를 옮기며
면도하는 재미가 행복했다.
그런데 이제 좀 힘들게 되었다.
한쪽 눈동자가 마비되어 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물이 둘로, 그것도 사선으로 보여 어지러워 아예 봉해버렸다.
그러니 그 재미 있던 면도놀이도 끝나게 생겼다.
돈도 안들어가고
이쪽저쪽 찾아가며 면도가 끝나면
"야, 깨끗하다!"
"나 아직 괜찮아?"
그러면서 킥킥 거리던 행복한 순간이 하나 사라지는거다.
돈 없이도 재미있게 잘 살수 있다는걸 확인하는게
이제는 끝나는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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