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사라진 면도하는 즐거움...

희망으로 2010. 4. 17. 09:32

"좀더 왼족으로!"

"여기?"

"아니 조금 위로! 거기 거기!"

 

아내는 내가 거울없이 면도기를 사용하면

가끔씩 깎이지 않은 수염을 지적해준다.

 

따스한 햇빛이 비치는 창가 병실 침대에 앉아

그렇게 위치 추적을 해주는 아내와 면도기를 옮기며

면도하는 재미가 행복했다.

 

그런데 이제 좀 힘들게 되었다.

한쪽 눈동자가 마비되어 안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물이 둘로, 그것도 사선으로 보여 어지러워 아예 봉해버렸다.

그러니 그 재미 있던 면도놀이도 끝나게 생겼다.

 

돈도 안들어가고

이쪽저쪽 찾아가며 면도가 끝나면

"야, 깨끗하다!"

"나 아직 괜찮아?"

그러면서 킥킥 거리던 행복한 순간이 하나 사라지는거다.

 

돈 없이도 재미있게 잘 살수 있다는걸 확인하는게 

이제는 끝나는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