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혈장교환술 두번째 치료와 숨은 생일..

희망으로 2009. 10. 22. 23:04

미처 시간 예정도 듣지 못하고 아침 먹이고 머리 감기느라 정신 없는데

혈장교환실로 9시10분까지 데려가야된다고 사람이 들이닥쳤습니다.

...어차피 할거니까 가죠 뭐,

엉망으로 늘어 놓고 따라가서 지난번 처럼 시작했습니다.

다행이 혈압이 낮아서 늦어지는 것 외에는 큰 부작용이 없는 편이라는

시술 선생님의 말씀을 위로로 삼고...

 

하는 동안 새로 도입된 기계의 장점들을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 아사히 사에서 제작된 혈장휠터를 사용하는 아사히사 제품이더군요.

현재 서울대에 들어가있고 아산병원과 삼성병원에 납품 직전이고

몇군데 더 진행중인데 우리나라 1차 대상이 11군데밖에 안되더군요.

생각외로 혈장교환시술 전문병원이 숫자가 적은 것에 놀랐습니다.

고대병원 한양대병원등 그런 곳은 다 1차 대상은 아니더군요.

그건 사용빈도나 전문 시술과목이 있느냐 하는 기준이더군요.

하여간 예전 미국이나 다른 나라 기계보다 개량된 점은 혈액을 최대한 본인에게로 돌려보내고

그래서 다른 혈액을 보충하는 일이 거의 없어서 부작용도 줄었다는 겁니다.

시간도 약 절반에서 3분의 1정도 단축되고 소음도 많이 줄어서 직원들도 반기더군요.

이래서 보호자들이 오래 병원 생활하면 준 의사가 다되나봅니다.

병원선생님들과 업체의 이야기만 오래 들어도 많은 것을 배우게되니,

아무튼 집사람이 처음으로 임상데이타가 잡히고 얼마나 전보다 좋은 결과가 있을지

이곳 관련 선생님들이 관심을 가지고 보고 있습니다. 특히 MS나 다발성쪽에요.

 

점심도 늦어지고 좀 지쳐서 올라오는데 휴대폰 문자가 왔습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라고 신용카드사에서...

'오늘이 누구 생일이지?'

가만히 날짜를 보니 오늘이 제 생일이더군요.

요즘 병원만 유목민처럼 떠돌다보니 계절도 요일도 날짜도 다 감각이 없습니다.

더구나 아는 형제 부모들조차 못보며 사는지가 오래되니 누가 인사 한마디 해주는이도 없고...

집사람에게 '오늘이 내 생일이래'라고 말했더니 아내가 미안해합니다.

아프지 않았더라면 미역국도 끓이고 케익도 사서 아이들이랑 재미있게 보낼텐데...라면서,

하지만 포기할건 빨리 포기해야지요.

아픈 집사람 생일도 못 챙겨주고 넘어 갔는데 성한 내 생일이야 말하면 뭐합니까.

 

그러나 세상에 이런 일이!!!

저녁 먹을 밥을 사러 편의점으로 내려 갔다 오는데 1층에서 우렁찬 합창과 피아노 소리가 들립니다.

가보았더니 성가연구회라는 교수님과 성악가들의 합창팀이 희망나눔 콘서트를 한다는겁니다.

세상에 이런 횡재가!! 그것도 쓸쓸한 내 생일날 저녁에!!!

당근 집사람에게 밥을 얼른 먹이고 같이 내려가서 참석했지요.

우리는 노래를 좋아하고 더욱이나 합창에 성가곡이라니 정말 감사했습니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제 생일에 이렇게 축하공연단을 보내주셔서!

제가 뭐 그리 대단한 사람이라고 이렇게 황송한 잔치를 다 베풀어 주십니까. 하면서!

 

이렇게 힘들만하면 또 좋은 일이 생기네요.

이래서 사람은 어려움 속에서도 적응하며 버티며 살아가게되나봅니다.

아무것도 찍을 도구가 없어 갖고 있던 휴대폰으로 조금 찍었습니다.

현장 분위기나 회원님들께 전하고 싶어서요.

 

모두 힘내시고 오늘을 감사합시다. 또 내일을 준비하시구요!

 

 

 

 

 

사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