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그저 오늘 이야기...

숨어있는 내 아이들!

희망으로 2008. 1. 20. 00:05
 
 
** 이곳에 아이들 4명이 숨어 있습니다. ^.^ **
 

 

(얼마 전 일기처럼 써놓은 것을 잊었다가 다시 보았습니다.

왜 좋았던 생각도 시간이 지나면서 잊어버리게 되는지...  

그래서 블로그나 인터넷 자기 집에 글들을 적어놓나???)

 

어제 밤, 아니 정확하게는 오늘 새벽이지요.
1시쯤 되어서 밖을 나가게 되었어요.
여긴 시골이라 안과 밖에 볼일을 볼수 있는데
난 바깥 장소를 잘 이용하는 편이지요.

왜 밤 1시까지 잠을 안자고 있었냐고요?
우리집은 식구가 좀 많아요.
사정이 그렇게 되었읍니다.
8명이었다가 요즘 은 7명인데
그중에 5명이 컴퓨터 사용자입니다.
중학생 2명, 초등학생1명 어른 2명, 그렇게 다섯입니다.
내 순서 기다리다보면 매일 9시 10시 되고
메일보고 글 좀 읽고 생각나는 글 끄적거리다 보면
늘 12시 가까워집니다.
어제는 조금 더 늦었던 같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어쩌면 달빛이 그렇게 밝은지요.
아름답다 못해 서러움이 울컥 올라오더군요.
그런데 왜 아무도 옆에 없는지...
모두 잠들어 버리고 아무도 불러낼 사람이 없잖아요.
싸늘한 밤공기가 건강에야 좀 안좋겠지만...
그게 뭐 대수입니까!
공연히 안타까워서 한참을 뺑뺑 돌다가 들어왔어요.

이제 좀 있으면 저 앞 논과 과수원,
그 위 산에까지 하얀 눈이 다 덮겠지요.
달빛아래 하얀 눈이 온통 덮으면
색깔이 파르스름 해집니다.
생각만 해도 벌써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우리집엔 아내가 그림그리는
조그만 작업실이 하나있습니다.
볼폼은 없지만 창문 하나는 참 좋습니다.
산을 가득 담는 액자 같은 창입니다.
놀러오시면 제공해드리겠습니다.
창 아래엔 침대가 놓여 있어서 쉴 수도 있습니다.)


오늘 낮에 라디오에서 어떤 사연을 들었습니다.
아이가 한명 있는데도 아직 아버지를 아빠라고 부른다는
딸의 사연이었습니다.

두발 자전거를 처음 탈 때 뒤에서 내내 붙잡아 주시던 일,
출장길에서 사온 머리띠를 매어주고 좋아하시던 모습,
아들들보다 더 사랑해주시던 아빠에 대한 고마움...

아내도 장인 어른께 참 좋은 딸입니다.
가까이 살면서 자주 찾아 뵙는 막내 딸입니다.
수시로 무엇인가를 부탁하고 먹을 것을 들고 오는,
부모를 건강하시게 만드는 지혜로운 딸입니다.
내 딸도 아내를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나는 아버지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습니다.
아주 어릴 때
친척집인가를 다녀오다 밤이 늦어 업어주셨던 것이 다입니다.
그외는 야단 맞은 일들,
엄마와 많이 다투셔서 이불 속에서 숨죽여 불안해 하던 일...
별로 좋은 기억은 없습니다.
지난 날을 더듬어보는 지금도 가슴이 저려옵니다.
 
물론 나도 아버지가 되고 가장이 되어
그때 아버지가 고단해 하셨을 어려움을 이해는 하게되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기억이 없다는 사실이...
생각만 해도 힘이나는
사랑 받았던 어린 시절이 내게는 없다는 것이 서럽네요.

그런데 언젠가는 자전거를 밀어주던 그 아빠도
아내를 좋아해주시던 장인 어른도 떠나가시겠지요.

어떤 노랫말에
'죽는 것은 두렵지 않아
다만 헤어짐이 헤어짐이 서러워...'
라는 부분이 있더군요.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죽습니다.
조금의 시간 차이야 있어도
반드시 다 죽음을 맞습니다.
다만 헤어짐이 서럽습니다.
더구나 사랑받지 못하고
사랑해주지도 못하고 죽음이 온다면 더욱 서럽습니다.

나중에 내 딸은 사랑받은 기억이 넘치고
마음껏 사랑했다는 만족함으로
이별을 맞이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딸아이와 아내는 바이오엑스포를 다녀왔습니다.
초등학생 둘째 기쁨이와 조카가
견학을 가는데 동행하게 되었습니다.
 4시30분 쯤에 전화가 왔습니다.

"아빠! 나 엑스포 갔다왔다!"
"재미 있었니?"
"응! 무지 재미 있었어!
아빠도 같이 갔으면 좋았을텐데..."
"아빠는 일해야지"
"아빠! 쥬스 남겨서 갖고왔어! 이따가 와서 먹어!"
"아빠 사랑해요!"

여섯살짜리 나눔이는 전화를 하면
끝에 꼭 사랑해요!를 붙인다.
지난 번에 한번 빼먹어서 서운하다고 했더니
그뒤론 빼먹는적이 없다.

이 모든 주고받은 일들이
어리기 때문에 잊어버리는 것은 아닐까?
그렇더라도 푸근한 느낌만이라도 남았으면 좋겠다.
나처럼 서러움 가득하지 않았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