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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와도 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희망으로 2023. 11. 18. 07:16

‘비가 와도 길은 사라지지 않는다’

대청호가 바라보이는 산 중턱에 있는
문화재단 마을을 걷기 위해 간 날
비는 내리고 진눈깨비로 바뀌고 있었다
손이 시려 처음으로 겨울이 눈앞에 왔음을
아무도 말해주지 않아도 실감할 수 있었다
분명 이전에는 마실 어른들과 아이들이
웃고 뛰어 다녔을 골목을 요리조리 걸었다
대장간도 들르고 초가집에 기와집에
항아리 만드시느라 추운 바깥에 앉아 계신
옹기 장인 할아버지를 여러번 찍었다
아주 어릴 때 내가 살던  마을과 닮았을 집들과
마을 채우던 밥냄새와 인정도 모두가 사라졌다
새로 얹은 볏짚 초가집은 계속 바뀌겠지만
길은 예전 그 자리 그모양으로 남아있을거다
어느 나라나 어느 시대나 길은 대부분 그랬다
사람이 평안히 잘 사는 방법도 길과 비슷하겠지?
길이 늘 그자리에 사라지지 않고 머물듯…
서둘러 돌아오는 길에 비가 개이면서
멀리 산 위 골짜기에 수증기가 피어 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