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기도 5 - 이 짐은 누구것인가요?
오랜 세월을 가난을 근심하며 실패의 불안에 시달리며 살았습니다. 이별하면 그 슬픔을 어떻게 견디나 막막했고 죽음의 두려움은 수시로 잠을 못자게 했습니다. 왜 그런 감정을 떨치지 못하고 힘겹게 살았을까 자주 궁금했습니다. 실재로 지나고 세어보면 그 일들이 일어난 경우보다 열배 백배는 오지 않은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엄마의 사랑을 받은 기억이 없는 아이는 늘 외롭고 두렵고 춥습니다. 힘든 임신기간과 출산의 고통을 견딘 엄마는 사실 아이에게 아무 보상도 바라지 않고 모든 힘들었던 기억들도 잊고 단지 아이가 행복하기만 바라는데 말입니다.
혹시 닥칠 곤경에 대해서는 아무 염려말라고 계속 말하는 부모를 믿지 못하여 근심과 불안으로 살아가는 내 모습은 마치 나를 낳아준 엄마의 사랑을 기억 못하는 아이와 같습니다. 그런 엄마가 없었던 같은 기억의 부재 속에 늘 버려진 고아와 같은 슬픈 삶을 삽니다.
정말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는 자녀가 씩씩하게 현실의 온갖 풍파와 시련, 벽들을 감당하고 의젓하게 이겨내기를 바랍니다. 성숙하고 아름답게 어른으로 독립하고 마침내 혼자 두고 세상을 먼저 떠나도 마음이 놓이기를 바랍니다. 진정한 의미의 사랑은 그렇게 자식이 자기 짐을 지고 잘 감당하기를 바라지 끝까지 떠먹이고 입히고 맹목적인 과보호를 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언제까지나 철들지 못하는 자식처럼 계속 고난은 피하고 훈련은 미루기만 했습니다. 손 내밀어 도움을 요청하고 안되면 도망가고, 자기를 책임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누군가를 돕는 건 꿈도 안꾸는 미성숙한 아이로 살려고 했습니다. 부모가 안심해도 될 잘 자란 자녀가 되지 못했고, 지고 가야할 자기 짐을 외면했습니다.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부모의 마음을 무겁게 했습니다.
그 대가는 지금도 계속되는 불안이고 고통입니다. 비록 원치 않는데 닥친 심한 아내의 희귀난치병 발병으로 인한 불행이 현실임을 감안해도 이제 적응할 때가 되었는데도 그렇습니다. 안타깝게도 아직도 부모의 사랑이 그립고 의심스럽고 웅크리며 불면의 밤을 맞이합니다.
짐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전혀 유익이 없는 정말 무겁기만하고 괴로운 바위같은 짐입니다. 또 다른 짐은 훈련받는 사람들이 메고 뛰는 배낭같은 짐입니다. 그 짐은 더 강하고 많은 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체력을 키워주는 유익한 짐입니다. 비록 숨이 차고 땀을 흘리게 하지만 감당하여 잘 훈련하면 훨씬 안전하게 만들어줍니다.
그런데 짐을 분별하지 못하면 유익한 짐은 내던지고 피하기만 하고 쓸머없는 바위짐은 낑낑메고 갑니다. 그 바위 돌덩이는 내려놓아라는 부모의 권유를 못들은 척하고 계속 지려고 합니다. 그럼 가지고 와라 내가 지겠다는 부모의 말도 안듣습니다. 이 바뀐 선택을 고집하며 사는 동안은 안쓰럽고 희망이 없는 고통만 계속될겁니다. 구분하는 지혜와 순종하는 복이 임하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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