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고난도 나의 힘이 되고…’
지금은 새벽 3시 15분!
아내는 소변이 마렵다고 나를 깨웠다
에구,… 바로 전 2시반쯤 내 소변때문에 다녀 왔는데 ㅠ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십년이 넘도록 날마다 하는
나에게 주어진 작은 의무, 간병의 한가지다
다른 날은 일상이라고 받아들이며 살다가도
어느 날은 정말 벗어나고 싶은 발목의 옥쇄다
갖난 아기를 키울 때 엄마들이 겪는 수면부족
때도 시도 없고 어디를 맘놓고 갈 수도 없는
그 심정과 비슷한 지겨움이 몰려오면 우울해진다
‘정말… 자유롭게 플려나고 싶다
아기를 키우는 일도 시간이 지나면 끝이 나는데 ㅠ’
평균 3시간 안팎, 때로는 한시간만에도 부르게 되는
이 불규칙한 아내의 생리문제는 그렇게 나를 질식시킨다
신경마비로 14년째 이어지는 배변 소변의 장애
어떤 질병이든 안 힘들고 무겁지 않은게 있으랴만
이 징벌같은 장애도 두 사람을 꼼짝 못하게 묶는다
아픈 아내 자신도, 돌보는 가족인 나도…
잠도 실컷 자고 싶다… 나들이도 맘껏 나가고 싶다 ㅠ
가볍게 잘 버티다가도 미치도록 힘겨운 순간이 온다
게다가 누워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란 또 하나의
바위만한 무거운 멍에다 등짝에 올라타고 허리에 묶인…
내가 딱하게 보인 걸까?
저 높은 하늘에서 이런 나를 지켜보던 하나님이
마침내 보따리 하나를 나에게 툭 던지셨다!
풀어보니… 지난 날 내가 지나온 과거의 기억들
아내의 발병초기 빨리 죽었으면 싶었던 지독한 통증
밥은 고사하고 물 한모금도 먹을 수 없고 토했는데
그래서 약도 못먹고 억지로 삼키면 약도 토했던 시절
무려 13일만에 죽음 직전에 삼성병원 응급실에서 살아난
그 기억이었다. 병명도 모르고 치료도 못하며
6개월을 떠돌다가 절벽에서 한발 내밀던 찰나에 살아 난…
그때 너무 고통스러워 아내도 나도 차라리 죽기를 바랬다
그렇게 살기는 너무 고통스럽고 무섭고 슬펐다
그 날의 기억을 풀어놓고보니… 지금 수면부족은 새발의 피다
어디에 묻었나? 보이지도 않는 피! 작은 가시가 된다
‘그때 정말 힘들었지… 그때도 살았는데…’
또 비슷하게 미칠 것 같았던 밤앚 눈뜬 채 견디던 날도 있었다
아내가 병이 심해져 귀신을 보며 환청 환각에 시달리던 때였다
낮의 힘든 직장일을 마치고 돌아오면 아내는 밤새 나를
붙잡고 잠자게 냅두지 않았다. 귀신이 보인다면서.
그러다 새벽이면 교회 기도회를 다녀와 또 출근해야 했다
그렇게 밤낮 보낸 날이 20일이 넘어가고 한 달이 되자
난 뼈만 남았고 앉으면 다시 일어나기가 힘들 정도였다
기어코 아내는 더 심해져서 맨발로 산으로 도망가고 했다.
정신병원대신 강원도 산속에 있는 기도원으로 가야만 했다.
자칫 내가 먼저 세상을 떠날 뻔 했던 위험했던 그때의 고난들
지금 바른 정신으로 지내주니 아내도 하늘도 너무 고맙다
그 기억도 보따리 안에서 튀어나왔다.
아! 이 기억들이 나를 돕는다!
나를 다독이고 위로하고 오히려 감사하게 만들고
잠모자라 눈부비며 시린 것을 참는 나를 가볍게 해준다
‘이 정도는 그때 비하면 약과지! 감지덕지지! 암만~’
지난 고난도 나의 도움이되고 내 위로가 됨을 경험한다
다시는 꺼내기도 싫고 꼴보기 싫을 것 같은 기억이
그렇지가 않았다. 내 평생 망각하지 않고 나를 따랐으면 싶다
아니면 아내도 미워지고 내 신세도 한없이 딱해질테니…
과연 하늘의 하나님은 때론 심술궂지만 지혜로운 분이다
개구리 올챙이적 비디오를 보관했다가 써먹으시니!
훅시 오늘 새로운 고난을 지나고 있다면 이럴지도 모른다
어느 날 나의 또 다른 순간 힘이 되고 위로가 될 재산이 될지
누가 알겠는가! 정말 모를 일이다. 라고!
“주님, 지난 고난을 감사드립니다. 그때 잘 견디게 해주시고
오늘 새로운 고난도 잘 받아들이게 깨닫게 해주셔서!
아멘!”
(사진 - 아내가 나에게 신발을 선물해주었다. 고생이 많다며…
이래서 또 하나의 산을 넘는다! 사랑과 나눔이 거들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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