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밤에 올리는 기도

희망으로 2021. 8. 29. 09:25

 

‘밤 기도’

 

어느 밤은 믿어져서 

편히 잠이 들고

어느 밤은 안믿어져서

잠을 못이루고

이런 날 저런 날로 

오가며 살아지네요

많은 두려움을 밀어내고

고단한 원망도 사라지는

온전히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싶어요

아버지를 믿으니 근심없이

편히 잠들고 싶어요

살든 죽든 

가난하든 부유하든

건강하든 아프든

그 모든 날에

마음 평안 하나면 족하니

부디 봄날 햇살처럼 주소서

 

###

 

아내가 물었습니다

사흘만에 배변을 보다가

삼십분을 간신히 넘기고 힘이 없어

그냥 중간에 침대로 돌아왔습니다

불안해서 기저귀를 차고 난 후에…

 

“당신은 언제 그런 생각이 들어?

이제 마누라 간병 충분히 할만큼 했다! 

그런 생각…”

 

“왜 그런거 물어?”

 

아내는 좀 슬픈 얼굴로 자조하며

이제는 화장실 볼 기운도 없어서 

큰일났다 서글퍼져서…라고 합니다

화난듯 대꾸하다가 조심스러워졌습니다

그 마음이 얼마나 서러울까? 불안할까?

목소리 낮추고 부드럽게 답했습니다

 

“당신이 어딘가 고장나고 나는 속수무책일 때

그럴때면 무기력한 내가 겁나고 미안하고

그래서 속으로 그러지, 난 더 할게 없네

여기까지가 내 한계야! 라고…

안그러면 나도 버틸 수가 없어서 변명처럼 해!”

 

갈때가 된것같다는 말에 화를 냈습니다

누군 안가? 그런 사람 어딨어?

단지 좀 빠르거나 아프다 가는 차이 뿐이지!

화를 내기는 해도 속으로 안쓰럽습니다

그게 얼마나 속상하고 불안한 일인데

나도 아프면 철렁 겁나는 경험해봤습니다

마땅한 위로도 대답도 못찾아 그럴뿐…

 

이런 날 밤에는 어김없이 잠을 못이룹니다

정작 아내는 씨름하고 견디다 고단해 잠이 드는데

안아픈 내가 더 잠 못자는 곤혹한 밤입니다

이럴 때는 더 간절해지는 기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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