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미리 쓰는 유서>
모든 사람들이 수고하고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은? 정답은 죽음입니다. 그것도 모든 것을 놓고 빈 손으로. 어찌보면 허무하고 어찌보면 분통터집니다. 일생을 땀흘려 벌고 안자고 안먹으며 얻은 것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허송세월로 산사람과 다를바 없이 똑같이 빈 손 빈 몸으로 형체도 없이 간다니!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다행입니까? 누구는 왕국에서 나고 누구는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나 일생을 뼈가 닳도록 살아도 그 간극을 따라 갈 수 없는 데 마지막은 벌거벗은 빈 몸 흙으로 돌아가니 공평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수고와 애씀이 한낱 물거품이 되고 들에 핀 꽃이 마르고 시듬과 같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헛되고 헛되고 헛되며, 해아래 새것은 없으니 아무 것도 의미가 없다고도 말합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세상은 허무하고 노력할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한날 신기루 같은 뜬 구름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사람들은 두갈래로 갈라집니다.
하나는 모든 것이 빈 몸으로 돌아가는 죽음까지를 인생의 모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죽음 그 후 진짜는 시작된다고 보는 사람들입니다. 전자는 그래서 죽음 직전까지 벌고 쓰고 먹고 마시고 누구든 밟고 올라보며 어떤 것도 다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가질수록 높이 오를수록 허무에 빠집니다. 그 모든 것을 마침내 놓고 가야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온갖 것을 누린 사람은 허무해서, 못 얻은 사람은 괴로워서! 그러나 죽음, 그 순간부터 진짜가 시작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는 허무하고 모든 것이 헛되다고 인정할지라도 그 다음에 오는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또한 이 세상에서 보낸 삶이 다음 세상의 삶을 결정하는 시험기간이고 그러니 함부로 보낼 수가 없음도 압니다. 내일 갈 수도 있어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도둑과 같이 오고, 준비된 등불을 가진 사람만 맞이함을 압니다. 같은 허무와 염세를 판단하지만 너무나 다르게 삽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유서를 미리 쓰는 시간을 가져보면 놀랍니다. 평상시에 끌어안고 보내던 일에는 관심도 미련도 없습니다. 돈을 더 못벌어서 한을 품거나 아쉽다는 사람도 없고 어떤 명예나 권력을 못잡아서 불행하다는 말은 거의 없습니다. 한결같이 나오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가족들에게, 혹은 친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혹은 어떻게 했어야하는데 못해주어 안타깝다. 뭐 그런겁니다. 그 유서에는 돈도 없고 일류대학도 없고 국회의원도 사장자리도, 새로 나온 자동차나 비싼 보석 유명 명품 이야기도 없습니다. 살아서 대부분 끌어안고 씨름하며 지내던 관심사들이 죽음 앞에서 쓰는 유서에는 단 한마디도 등장도 못한다는 진짜 허무한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는 모습들을 뒤돌아보아야 할 일입니다. 무엇인가 잘못 선택하고 허송세월로 보내는지도 모릅니다. 기쁘게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하루를 출발합시다! 내가 남길 후회없는 몇줄을 위해 미리 그 내용을 채워가는 제대로 사는 오늘을 위해!!
[낮은 형제는 자기의 높음을 자랑하고 부한자는 자기의 낮아짐을 자랑할지니 이는 그가 풀의 꽃과 같이 지나감이라 해가 돋고 뜨거운 바람이 불어 풀을 말리면 꽃이 떨어져 그 모양의 아름다움이 없어지나니 부한 자도 그 행하는 일에 이와 같이 쇠잔하리라 - 야고보서 1장 9절-11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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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20개
뷰티 (2020.05.10 오전 7:54:17) andro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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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설런트~~!! 굳~~ |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8:01:40)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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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생각하신다면... |
brokenreed (2020.05.10 오전 8:14:50) andro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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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8:24:05)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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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쩐지... 매년 유서를 쓰는 분답게 사네요! |
venus (2020.05.10 오전 9:13:53)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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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 꾸~욱. |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9:27:43)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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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만요! |
nada1026 (2020.05.10 오전 9:39:29) andro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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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서쓰면 당장내일 죽을 것처럼 열심히 살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10:06:13)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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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지말라고 쓰는 것 같은데요? ㅎㅎ |
sea of glass (2020.05.10 오전 10:14:35) andro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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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유서까진 아니지만 유서 비슷하게 정리해두고 사는 것들이 |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10:38:18)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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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빚 목록 유서는 아이들에게도 공유했지요. |
brokenreed (2020.05.10 오전 10:23:51) andro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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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이 아줌마는 왜 자꾸 건성으로 듣는둥 마는둥 할까요? 표정을 보면 완전 남의 일..ㅠ |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10:41:50)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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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아요! |
sea of glass (2020.05.10 오전 10:34:41) andro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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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저도 산티아고 생각을 했는데 |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10:42:44)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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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오래전 고향이 생각나는 전신주 길 |
brokenreed (2020.05.10 오전 11:44:01) andro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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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몇 년 전에는 지루하고 고단하고 괴롭고 불편한 길이었는데.. 지금 가면 완전 잘 걸을 것 같아요. 저긴 40대 미만이 가면 안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
희망으로 (2020.05.10 오후 12:48:32)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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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세스인가 팜플로냐인가? |
닛시 (2020.05.10 오후 2:59:13) androi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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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가려면 장례비 정도는 늘 가지고 다녀야겠네요. |
희망으로 (2020.05.10 오후 8:24:26)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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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정말 매너 장착한 방법이네요~ |
이경자 (2020.05.10 오후 9:19:45)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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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갑자기 가서....저는 유서에 대한 생각을 늘 하고 살아요.. |
희망으로 (2020.05.10 오후 10:34:46) PC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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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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