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오늘 미리 쓰는 유서

희망으로 2020. 6. 14. 10:42

<오늘 미리 쓰는 유서>

 

모든 사람들이 수고하고 마지막으로 도달하는 곳은? 

정답은 죽음입니다. 그것도 모든 것을 놓고 빈 손으로.

어찌보면 허무하고 어찌보면 분통터집니다. 

일생을 땀흘려 벌고 안자고 안먹으며 얻은 것들이 

아무것도 안하고 허송세월로 산사람과 다를바 없이 

똑같이 빈 손 빈 몸으로 형체도 없이 간다니!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다행입니까? 

누구는 왕국에서 나고 누구는 노예의 자식으로 태어나 

일생을 뼈가 닳도록 살아도 그 간극을 따라 갈 수 없는 데

마지막은 벌거벗은 빈 몸 흙으로 돌아가니 공평합니다.

  

모든 사람들의 수고와 애씀이 한낱 물거품이 되고

들에 핀 꽃이 마르고 시듬과 같다고 성경은  말합니다. 

헛되고 헛되고 헛되며, 해아래 새것은 없으니 

아무 것도 의미가 없다고도 말합니다. 

여기까지만 본다면 세상은 허무하고 노력할 필요도 없는 

그야말로 한날 신기루 같은 뜬 구름입니다. 

그러나 바로 이 지점에서부터 사람들은 두갈래로 갈라집니다. 

  

하나는 모든 것이 빈 몸으로 돌아가는 죽음까지를 

인생의 모든 것으로 보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또 하나는 죽음 그 후 진짜는 시작된다고 보는 사람들입니다. 

전자는 그래서 죽음 직전까지 벌고 쓰고 먹고 마시고 

누구든 밟고 올라보며 어떤 것도 다 해보려고 합니다. 

그러나 가질수록 높이 오를수록 허무에 빠집니다. 

그 모든 것을 마침내 놓고 가야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온갖 것을 누린 사람은 허무해서, 못 얻은 사람은 괴로워서! 

그러나 죽음, 그 순간부터 진짜가 시작된다고 믿는 사람들은 

이 세상에는 허무하고 모든 것이 헛되다고 인정할지라도 

그 다음에 오는 세상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또한 이 세상에서 보낸 삶이 다음 세상의 삶을 결정하는 

시험기간이고 그러니 함부로 보낼 수가 없음도 압니다.

내일 갈 수도 있어 오늘을 열심히 살아야 한다는 것도 압니다. 

도둑과 같이 오고, 준비된 등불을 가진 사람만 맞이함을 압니다. 

같은 허무와 염세를 판단하지만 너무나 다르게 삽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올바른지 확인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유서를 미리 쓰는 시간을 가져보면 놀랍니다.

평상시에 끌어안고 보내던 일에는 관심도 미련도 없습니다. 

돈을 더 못벌어서 한을 품거나 아쉽다는 사람도 없고 

어떤 명예나 권력을 못잡아서 불행하다는 말은 거의 없습니다. 

한결같이 나오는 내용은 이렇습니다. 

가족들에게, 혹은 친한 사람들에게 '미안하다! 사랑한다!' 

혹은 어떻게 했어야하는데 못해주어 안타깝다. 뭐 그런겁니다. 

그 유서에는 돈도 없고 일류대학도 없고 국회의원도 사장자리도, 

새로 나온 자동차나 비싼 보석 유명 명품 이야기도 없습니다. 

살아서 대부분 끌어안고 씨름하며 지내던 관심사들이 

죽음 앞에서 쓰는 유서에는 단 한마디도 등장도 못한다는 

진짜 허무한 결론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사는 모습들을 뒤돌아보아야 할 일입니다. 

무엇인가 잘못 선택하고 허송세월로 보내는지도 모릅니다.

기쁘게 유서를 쓰는 심정으로 하루를 출발합시다! 

내가 남길 후회없는 몇줄을 위해 미리 그 내용을 채워가는 

제대로 사는 오늘을 위해!! 

  

[낮은 형제는 자기의 높음을 자랑하고 

부한자는 자기의 낮아짐을 자랑할지니 

이는 그가 풀의 꽃과 같이 지나감이라 

해가 돋고 뜨거운 바람이 불어 풀을 말리면 

꽃이 떨어져 그 모양의 아름다움이 없어지나니 

부한 자도 그 행하는 일에 이와 같이 쇠잔하리라 

- 야고보서 1장 9절-11절]

 

 

ip : 110.70.52.185

 댓글 20개

 뷰티 (2020.05.10 오전 7:54:17)  android

답변

엑설런트~~!! 굳~~
아직까지 한번도 유서를 써보지 못했는데 꼭 써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데요?
후자를 바라보며 산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써 보면 답이 나올것 같네요..ㅎㅎ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8:01:40)  PC

답변 수정 삭제

그렇게 생각하신다면...
굿! 과 함께 추천도 꾸욱? ㅋㅋㅋ
주님의 날 평안이 함께 하시길~
(유서는 정말 주기적으로 꼭 써볼만한 값진 시간입니다.
차 한잔 옆에 놓고 종이와 펜을 놓고 생각해보세요
내가 쓸 유서의 마음과 내용과 결론을...)

 brokenreed (2020.05.10 오전 8:14:50)  android

답변

하하
저는 매년 유서 씁니다..
돈관리를 제가 해서 제가 죽으후 여러가지 빚잔치 가이드북 같은 내용이지만요.. 대신 아내에겐 나 죽으면 꼭 좋은 사람 다시 만나서 인생 즐겁게 살라고 얘기하고 아이들에게도 어쨌거나 즐겁게 살라고 해줍니다. 저는? 지금껏 저보다 즐겁게 산 사람도 별로 없으니 후회가 없습니다.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8:24:05)  PC

답변 수정 삭제

어쩐지... 매년 유서를 쓰는 분답게 사네요!
까르페디엠 메멘토모리...
아내분이 복받으셨...ㅋ
예나와 리나는 자유한 영혼으로 성장할 건 짐작됩니다!

 venus (2020.05.10 오전 9:13:53)  PC

답변

추천 꾸~욱.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9:27:43)  PC

답변 수정 삭제

잠깐만요!
먼저... 유서를 쓴 다음 추천을 꾸욱! ㅋㅋ
제가 강요한 것 같아 민망해서요! ㅎ

 nada1026 (2020.05.10 오전 9:39:29)  android

답변

유서쓰면 당장내일 죽을 것처럼 열심히 살 것 같은 기분이 드네요!!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10:06:13)  PC

답변 수정 삭제

그러지말라고 쓰는 것 같은데요? ㅎㅎ
약에도 부작용이 있다던데...
적응할때까지는 그럴 수도 있겠네요! ^^

 sea of glass (2020.05.10 오전 10:14:35)  android

답변

저는 유서까진 아니지만 유서 비슷하게 정리해두고 사는 것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모든 돈관리를 제가 하니 각종 지침과 절차들은
다 문서화해 놓았고, 귀찮아 하는 아내에게 종종 설명도 해 주는데
별 관심 없어합니다. 아마 눈앞에 닥쳐야 진지해 질 듯.ㅋㅋ
그나저나 저 흙길과 구름 어우러진 하늘은 너무 제 취향입니다.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10:38:18)  PC

답변 수정 삭제

저도 빚 목록 유서는 아이들에게도 공유했지요.
우린 둘이 동시에 처리 능력이 없어질 수 있어서요.
근데 우리 유서는 남겨주기위해서가 아니고
빚 받지 말라는 포기용 목록...ㅠ
흙길과 하늘은 저도 취향입니다! ^^

   brokenreed (2020.05.10 오전 10:23:51)  android

답변

아... 저도... 이 아줌마는 왜 자꾸 건성으로 듣는둥 마는둥 할까요? 표정을 보면 완전 남의 일..ㅠ

저 풍경은 왠지 산티아고 같아요. ㅎ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10:41:50)  PC

답변 수정 삭제

맞아요!
세인트 야고보, 성 야고보의 길...

   sea of glass (2020.05.10 오전 10:34:41)  android

답변

그러게요. 저도 산티아고 생각을 했는데
거기도 전신주 길 당연히 있겠지요?
오지도 아니니...
그런데 안가봐서 몰라요.ㅎㅎ

   희망으로 (2020.05.10 오전 10:42:44)  PC

답변 수정 삭제

아주 오래전 고향이 생각나는 전신주 길
흙길 먼지 마시며 걷는 시골 길은 어디나 비슷하지요.

   brokenreed (2020.05.10 오전 11:44:01)  android

답변

20몇 년 전에는 지루하고 고단하고 괴롭고 불편한 길이었는데.. 지금 가면 완전 잘 걸을 것 같아요. 저긴 40대 미만이 가면 안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불현듯 듭니다.

집사님... 제가 십 몇년 지나면 은퇴할 것 같은데... 몸 관리 단디 하고 계십시오. 같이 가입시다. 이와 벼룩이 창궐하고 땀과 눈물이 범벅이 되는 그런 길에서 우리 서로의 끝판을 한번 보입시다. 부디 몸 관리 잘 하고 계십시오. 계획은 제가 잘하니까...몸만 준비하이소~

   희망으로 (2020.05.10 오후 12:48:32)  PC

답변 수정 삭제

론세스인가 팜플로냐인가?
순례자들이 길 가다가 세상을 이별하고 묻힌 돌무덤, 기둥 십자가.
나도 길 가다가 잠들수있으면 하고 자주 생각하곤 합니다.
중간까지만 가더라도...
누군가는 번거로운 일거리를 해치워야하는 민폐가 되는데도.
말만 들어도 감동입니다.
사람이 내일 일을 계획해도 이루는 분은 따로 있으니 결과야 어쩌든!

 닛시 (2020.05.10 오후 2:59:13)  android

답변

길에서 가려면 장례비 정도는 늘 가지고 다녀야겠네요.
누군가가 장례집행 할수 있게요 ㅎㅎ

   희망으로 (2020.05.10 오후 8:24:26)  PC

답변 수정 삭제

그거 정말 매너 장착한 방법이네요~
비용에 간단한 부탁과 인사말 정도 메모까지 해놓는다면 더 좋겠네요!
Please... thanks!

 이경자 (2020.05.10 오후 9:19:45)  PC

답변

남편이 갑자기 가서....저는 유서에 대한 생각을 늘 하고 살아요..
글을 쓸때도...둥이에게 남기는 유품이라 생각하고 써요

   희망으로 (2020.05.10 오후 10:34:46)  PC

답변 수정 삭제

아... ㅠ
이것도 누구에게나 당연히 주어지는 기회가 아니었군요.
대개는 아무 생각없이 귀찮거나 아무때나 가능하다고 미루는데...
사모님의 마음이 늘 그럴 것 같이 와닿네요.
왜 안그럴까요. 이미 경험해본 엄연한 현실의 경우였으니.
이제는 그 아픔도 영혼을 밝히는 복으로 피워지리라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