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그건 그거고...

희망으로 2019. 7. 12. 08:47

 

<그건 그거고...>

 

같은 병실에 화장실을 너무 더럽게 사용하는 할머니환자가 왔다.

거의 폭탄터진 자리처럼 오물을 온통 변기며

변기 카바에까지 묻혀놓고도 닦지도 않고 그냥 나온다.

아내가 사용하기 전이나 사용 후 내가 다 씻어야 한다.

사용하기 불편해서, 나온 후 억울하게 아내가 다 뒤집어 쓸까봐...

 

그건 그거고...

그런데 그 할머니는 식사시간에 밥상을 받지도, 치우지도 못한다.

혼자 못하는데도 공동간병실로 보내지도 않고,

직접 돌보지도 않고 그냥 냅두는 자녀들이 밉지만 뭐라 못한다.

그렇다고 그냥 못본척하기도 불편해서 밥상 시중을 내가 꼬박 거든다.

‘난 몰라!’ 하기가 뒤통수가 찜찜하고 이런 심사가 찔러 댄다.

‘내가 그리스도인인데... 소심하게 방치하는 복수를 할수도 없고!’ 중얼거리며.

 

우리 병실 복도 끝 방에 툭하면 시비거는 남자 환자가 한명 있다.

언젠가 소변통 비우는 내 뒤를 쫓아다니며 시비를 걸어 된통 싸운 적도 있다.

간호사실에 일러서 억울함을 호소했더니... 그 사람이 원래 그렇단다.

간호사가 그에게 주의도 주고 게시판에 소변통 비우는 규정도 붙여주었다.

그는 싸움닭처럼 여러 사람과 하루걸러 다투어 딴 층으로 갔다가 다시 오기도했다.

나도 엘리베이트 타려고 기다리다 그 남자가 오면 그냥 계단으로 내려가버린다.

같이 타고 가기가 싫어서.

 

그건 그거고...

가끔 인생이 불쌍하다는 측은함이 들었다.

가족이 없는지 누가 문병 오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다.

추운 날 더운 날 바깥 주차장 구석에서 담배를 피우는 걸 종종 본다.

화장실 샤워실 쓰레기 버리는 곳 엘리베이터 등 마주칠 곳이 많지만

어느 날부터 표나게 획 돌아서던 행동을 조금만 바꾸기로 했다.

‘획!’ 에서 ‘슬그머니’로, 멀리서도 보면 돌아서던걸 그냥 스쳐가는 걸로.

어쩐지 그냥 무덤덤하게라도 그를 대해주는 것이 최소한의 내 도리 같았다.

‘그리스도인이 된다는 것은 왜 이리 힘들어?...’하면서.

 

그런데 궁금하다.

이렇게 피하지도 못하는 좁은 곳에서 마주치는 비매너의 사람들에게도

꼭 그리스도인 답게! 라는 기준에 매여 매사에 너그럽고 양보하고 그래야 하나?

그들은 내가 그리스도를 따르는 사람인지 알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는데도?

마음에 안드는 일을 만날 때나 마음에 안드는 사람을 만나는 경우에도

‘그건 그거고...’

그렇게 접어놓고, 성경에서 듣고 배운 정말 그리스도인처럼 산다는거,

그거 좀 만만치않게 힘들다. 에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