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그머니 배려>
“ㅇㅇㅇ씨!”
크게 부르는 소리에 깜짝 놀라며 일어났다.
“여기 아침약이요!”
“....예”
시계를 보니 6시가 막 넘었다.
‘그냥 놓아주고 가지 꼭 깨워 손에 주고 가야하나? 투덜투덜...’
유독 이 간호사만 그런다.
다른 분은 침대 머리맡에 조용히 나눠주고 간다.
어느 날은 병실의 불을 다 켜고 손뼉을 짝! 치면서 큰 소리로
“자! 일어나세요!” 했다.
그리곤 무슨 할일도 없이 다른 병실로 가버렸다.
여기가 군대도 아니고 학교 기숙사도 아닌데 왜그러는지 ㅠㅠ
볼 일이 있으면 그 환자만 깨워서 할 일을 하면 좋겠다.
밤사이 몇번이나 일어났다 다시 잠드는 보호자는 정말 고단한데
그런 거 안중에 없다.
사실 시키지 않아도 각자 자기 리듬에 따라 필요한 사람은 일찍 일어난다.
씻고 움직이고 뭘 먹기도하고 잠이 좀 더 필요한 사람은 더 자고.
재활병원은 낮동안에 주로 치료를 받고 운동을 하느라 많이 움직인다.
밤에는 특별한 일 아니면 아침 밥이 나오기전까지 자고 쉰다.
그걸 알고 환자나 보호자를 배려하는 간호사들은 꼭 필요한 일 외에는
마구 깨우거나 설치고 다니지 않는다.
‘깨우지 말라고 말을 해보지 그러냐고?’
소용이 없다. 그런 사람은 꼭 거창한 이유나 명분이 있다.
‘병원규칙입니다! 원장님 지시사항입니다!’
그것도 아니면 어디서 나온 고상한 이론을 앞뒤 자르고 인용한다.
주로 자기 주장이 먼저고 상대방의 처지나 바람은 다음이다.
문득 안그랬던 한 분이 떠오른다.
내가 혼자 붙인 별명, ‘슬그머니 간호사’
그 분은 정말 이름만 부르고 얼굴만 떠올려도 미소가 나온다.
마치 지루한 비가 그치고 햇살이 반짝 나오는 느낌같다.
아마도 내가 좋아하는 돈은 ‘슬그머니’ 일거다. 슬그머니 베푸는 배려!
환자복이나 침대시트를 가지러 갔다가 없어서 그냥 왔다.
그런데 몇시간 지나 슬그머니 침대에 갖다 놓으신다.
나중에 물어보면 다른 층에서 하나 구했다고.
갑자기 아내가 심하게 아파 이삼일 시달리다 우울해져 앉아있으면
아내를 살피고 가는 길에 말없이 내 등을 토닥토닥 해주고 갔다.
무엇보다 가장 특별하고 가장 값진 선물은 바로 이거다
다른 무언가를 특별히 해주지 않아도 마주칠때면 늘 조용히 짓는 미소.
나이도 많지 않은데 참 존경스럽다. 나에게만이 아니고 모두에게 그런다.
슬그머니 베푸는 배려, 자기 주장 억세게 한 번 안 해도 믿어진다.
무슨 말을 해도 무슨 부탁을 해도 다 들어주고 싶다.
그 간호사 입에서 나를 사랑한다는 단어 한 번 나온적 있던가?
하나님이 여러분을 사랑합니다! 교회 나오세요! 말 한번 들은적 없다.
그럼에도 그 분이 믿는 신이라면 믿어지고 그 분이 나가는 교회라면 갈거같다.
사람과 사람사이 관계에서 우선이 무엇일까?
자기가 알고 있는 지식이나 원칙이 있더라도 무조건 앞서지 말아야 한다.
상대의 처지나 바람도 감안해서 참기도하고 권하기도 하는 배려가 필요하다.
어쩌면 숭고한 사랑의 집행보다 작은 배려가 먼저일지 모른다.
우리는 이런 말을 얼마나 많이 듣고 사는지 모른다. 가정 사회 국가에서.
“다 너를 위해서야!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그 주장아래 얼마나 많은 가족 친구사이에 갈등이 많이 생기는지!
싫다는데, 불편하다는데, 기어코 해대는 말과 행동들
종교적 권유라며 강하게 밀어부치며 자기 주장대로 베푸는 방식도
그 거창한 사랑에 뾰족한 가시가 잔뜩 장착된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
‘아! 쫌... 죽고 살 문제 아니면 형님먼저 아우먼저,
슬그머니 배려하며 살자고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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