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를 사랑하는가?>
“아악!”
물 한 모금을 마시자마자 누가 말릴 틈도 없이 비명이 나왔다. 옆에 사람이 놀랄 정도로 큰 소리로. 그 날부터 시작된 어금니의 치아 신경통증이 점점 간격이 짧아지면서 강도가 세졌다. 찬물은 당연하고 더운 물은 더 아팠다. 물에 이어 더운밥도 먹을 수 없었다. 찬물을 말아서 미지근하게 만든 후 씹는 것도 불편해 그냥 마셨다.
사나흘을 넘고 한 주 두 주가 지나가도록 사라지지 않는 통증은 급기야 몸살을 불러왔다. 계속 진통제를 늘려가며 한 번씩 통증이 올 때마다 한참을 식은땀이 나도록 버티다보니 지쳐서 녹초가 되어갔다. 치과를 가라는 잔소리와 나무람을 이리저리 핑계 대며 내 속은 복잡해갔다. 여러 번 시간 내기도 힘들고 신경치료의 고통스러운 과정도 무서웠지만 사실은 치료에 들어갈 비용이 없었다. 그걸 말하기는 더 괴로웠다. 처참한 지금 내 처지는 서글펐다.
“이거...”
급기야 아내는 돈을 얼마를 내게 내밀었다. 그냥 눈치를 챈 건지 아니면 힘들어하는 나를 위로하려고 주는지 모르겠지만. 문병 온 분들이 이리저리 조금씩 준 돈을 모아두었다가 아이들에게 주는 아내의 비상금. 그걸 털어서 내게 주었다.
그 직전 멀리 장거리 진료를 다녀오고부터 몸 아프기 시작했다. 그리고 통장에는 잔고가 11,200원 밖에 없었는데 들어가야 할 공과금들은 하루씩 다가오고... 이래저래 나는 안팎으로 우울해가기 시작했다. 자꾸 산다는 것이 지루하고 끝도 없이 난감한 상태가 원망스러워졌다. ‘하나님은 이렇게 살게 하려고 우리를 세상으로 보내셨나?‘ 속상했다. 내가 죽으면 생길 여러 일들을 자꾸 떠올리는 시간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안되겠다, 죽든지 살든지 치과부터 가서 치료를 받고 마주쳐보자!’
그렇게 결심을 하고 아이에게 엄마를 며칠만 좀 돌봐달라고 부탁했다. 병원 간호사실에는 소변주머니를 시술해달라고 부탁하고 아내에게 말했다. 배변문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으니 며칠을 건너 뛸 수밖에 없으니 참으라고.
허기와 진통제로쓰린 속을 그냥 안고 누웠는데 잠이 오지 않는다. 자꾸 불길한 걱정과 예감들이 몰려오고 슬픔과 분노들이 뒤죽박죽되어 새벽까지 뒤척이는 날이 계속되고 있었다. 찬양을 들으며 마음을 달래려고 듣는 중에 한 줄의 가사가 마음속을 파고든다.
‘주를 사랑하는가?’
오래 시달려 죽을 지경에 하나님도 예수님도 미워 못 견딜 이 판국에 자꾸 반복해서 묻는다. ‘손에 있는 부귀보다 주를 더 사랑하는가? 이슬 같은 목숨보다 주를 더 사랑하는가?’ 돈 걱정에 가뭄에 마른 나무마냥 비틀어진 내게 손에 있는 부귀보다 더 사랑 하냐고. 여기저기 암은 아닐까? 이러다 병든 아내 두고 먼저 죽는 거 아닐까? 온갖 불안에 잠 못 이루는 내게 이슬 같은 목숨보다 더 사랑 하냐고...
참 징그럽고 잔인하게 또 묻는다. ‘사랑의 빛 잃어 가면 주님 만날 수 없어, 헛된 영화 바라보면 사랑할 수도 없어’ 라고. 직선같이 비수를 날리신다. 돈 걱정 좀 없이 살아봤으면 하고 눈뜨고 잠들 때까지 수백 번 놓지 못하는 이 상황에 헛된 영화 바라보면 사랑 못 한다? 라고...
그런데 이상하다. 끝나면 또 돌리고 또 돌리며 몇 시간을 듣고 또 듣게 하는 이상한 바람이 내 가슴을 친다. ‘울지 말아야지! 화를 내도 시원하지 못할 이 지경에 내가 왜 울어?’ 그렇게 한쪽으로 이를 악물면서 또 돌려 듣는 내가 이상하다.
‘주를 사랑하는가?’
“뭘 더 사랑하라구요? 30년 넘도록 부모 형제, 자식들에게도 난 이 길 갑니다 선언하고 살았는데도 오늘 이 지경인데, 어떻게 더 사랑하라구요?‘ 그렇게 시비를 따지는 나에게 찬양은 또 흐른다.
’큰 물결이 뛰놀아도 주를 더 찬양하는가? 큰 환난이 닥쳐와도 주를 더 사랑하는가?‘
그건 맞다. 아내와 나, 아이들이 닥친 이 불행은 큰 물결이고 큰 환난이 맞다. 그래도 주를 더 사랑하는가? 를 묻는다. 참 징그럽게도 질기게... 그런데 이상하다. 세상속담에도 질긴 놈이 이긴다던가? 자꾸 한쪽 가슴에 미안하고 부끄러운 마음이 뭉클 거리며 잭과 콩나물 동화처럼 자라 오른다.
‘깊은 잠에 빠진 영혼 주님 만날 수 없어, 근심 걱정 많은 자는 찬양할 수도 없어’
그래, 인정한다. 난 깊은 잠에 빠져가는 중이다. 근심 걱정은 또 얼마나 많이 지고이고 사는데... 눈시울이 핑 돈다. 어쩌라고? 난감하면서도 한편 차라리 좀 편해진다. 뭘 할 수 있어서도 아니고 무슨 뾰족한 대책이 마련되어서도 아닌데... 그저 잔잔해진다. 단지 사실을 인정한다는 그 하나만으로.
‘언제 다시 주 오실지 아는 이가 있는가?, 신랑으로 오신 주님 맞을 준비되었는가?’
언제 오실지 모른다. 천국이든 죽음이든. 준비가 안 되어있다 지금 이런 상태로는. 그런데 딱 잘라 말한다. ‘기름 없는 등불 들면 주님 만날 수 없어, 재림 나팔 소리 나면 예비할 수도 없어’ 라고. 그때가 닥쳐서는 뒤늦게 허둥지둥해도 마련 못한다고. 사실 나중보다 지금이 더 중요하다. 자꾸 내게 확인하는 이 물음에 편하게 밝게 대답하는 상태가 되야 행복할테니.
‘주를 더 사랑하는가?’
‘주를 더 사랑하는가?’
‘주를 더 사랑하는가?’
<주를 사랑하는가?>
손에 있는 부귀보다 주를 더 사랑하는가?
이슬 같은 목숨보다 주를 더 사랑하는가?
사랑의 빛 잃어가면 주님 만날 수 없어
헛된 영화 바라보면 사랑할 수도 없어
Do you love the Lord more than the riches that are in your hands?
Do you love the Lord more than a short life like a dew?
Remember that you can't meet the Lord if you lose the light of love!
And if you crave vain greed, you can't love your neighbors
잠시 머물 이 세상은 헛된 것들 뿐이니
주를 사랑하는 마음 금보다도 귀하다
This secular world, which will disappear for a while, is all vanity
Remember, the heart that love the Lord is better than gold
2
큰 물결이 뛰놀아도 주를 더 찬양하는가?
큰 환난이 닥쳐와도 주를 더 사랑하는가?
깊은 잠에 빠진 영혼 주님 만날 수 없어
근심 걱정 많은 자는 찬양할 수도 없어
Do you praise the Lord even more if the great waves come upon you?
Do you praise the Lord more when the great tribulation comes?
A deep sleeping soul can not experience the Lord
And those with much anxiety and anxiety can not praise
잠시 머물 이 세상은 헛된 것들 뿐이니
주를 찬양하는 마음 금보다도 귀하다
This secular world, which will disappear for a while, is all vanity
Remember, the heart that praise the Lord is better than gold
3
언제 다시 주 오실지 아는 이가 있는가?
신랑으로 오신 주님 맞을 준비되었는가?
기름 없는 등불 들면 주님 만날 수 없어
재림 나팔 소리 나면 예비할 수도 없어
Does anyone know when the Lord Jesus will come again?
Are you ready to welcome the Lord to come as a bridegroom?
You can't meet the Lord if you are holding a lamp without oil
Nor can it be prepared if the trumpet of the second coming rings
잠시 머물 이 세상은 헛된 것들 뿐이니
주를 맞을 준비하니 금보다도 귀하다
This secular world, which will disappear for a while, is all vanity
A faith to prepare to welcome Him is better than gol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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