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의 기억 10 - ‘비 오는 날’>
“밖으로 나가서 걷고 싶다...”
“지금 비가 양동이로 붓듯 쏟아지고 있는데?”
“그러니까 더 걷고 싶어!”
아이 둘 낳고 셋째를 가졌던 그 해 여름
유난히도 많은 비가 쏟아졌다.
아내는 천둥 번개를 무서워하면서도
비만 오면 나가자고 졸랐다.
슬리퍼는 철퍼덕 끌리고 우산은 바람 앞에 폼이 되었다.
둘이 꼭 껴안고 몸이 다 젖으면서도 아내는 시원하다! 고 했다.
...그게 훗날 닥칠 인생 먹구름의 전조였을까?
“그만 들어가자, 감기 걸릴라”
못난 남정네는 피곤하다 눈 비비며 귀찮아했다.
세월이 흘러...오늘 새벽부터 비가 내리는데도 아내는 이제 말이 없다.
그저 병실 침대에 누워 조이는 가슴과 울렁증에 괴로워한다.
눈을 감으면 내 몸은 병실을 빠져나가 하늘로 날아간다.
회색 구름을 뚧고 더 오르면 눈부신 햇빛이 나타나고,
마침내 이카루스의 밀랍날개처럼 녹아 추락할지도 모른다.
비 오는 날,
빗줄기는 가벼워져 하얀 침대 머리맡 유리창을 톡톡 친다.
병실 창밖 거리에는 사람들이 한명 두명 무더기로 나다니고,
아내와 나, 우리만 한 발짝도 못 나가고 내리는 비를 바라만 본다.
비 오는 날 – 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해 하늘이 통째로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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