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 투병일기

간병일기 3220일 - '사랑도 명예도 싫소! 잠 좀...'

희망으로 2017. 3. 3. 04:20

 

<간병일기 3220일 - '사랑도 명예도 싫소! 잠 좀...'>

 

새벽 1시, 깊이 잠들었는데...아내가 깨운다.

새벽 3시 반, 다시 겨우 잠들었는데...아내가 또 깨웠다.

그러나 아내인들 어쩌랴?

거동은 못하고 소변은 스스로 나오지도 않으니...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될 이 괴로운 반복.

열흘에 아홉날은 그래도 괜찮다.

검은 머리가 파 뿌리처럼 흰머리가 되도록 변치않겠다던 사랑때문에,

또는 예수를 닮아가는 신앙인이라는 명예때문에 견디기도 한다.

 

그러나 열 번에 단 한 번, 그 하루가 참 힘들다.

몸이 유난히 고단한 날이거나 몸살감기라도 들어 잠이 꼭 필요한 날.

그날도 예외가 없다는 환자 돌보기 때문이다.

아마도 아픈 아내나 돌보는 나 둘 중에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날때까지는

피하지도 끝나지도 않을 괴로움일 것이다.

 

"아...사랑도 명예도 내려놓고,

제발 잠 좀 길게 자고 싶다... "

 

추신 : 세상에서 아픈 가족을 돌보느라 잠 못자는 모든 이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아프면서 미안함과 고통을 이중으로 안고 사는 당사자들에게는 두 배로...

 

무거운 짐을 지고 지친 사람은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를 쉬게 할 것이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 영혼이 쉼을 얻을 것이다.

나의 멍에는 쉽고 나의 짐은 가볍다." (마11:28-30, 쉬운성경)]

 

(2008.5.9 - 2017.3.3 맑은고을 병실에서 잠 못자는 새벽)



잠못들어 뒤척이는 새벽 하필이면 이 기사를 보았다. 

'김 모씨와 안 모씨' 성 조차 우리와 같은 부부가 질병의 고난에 버티다 무너져 세상을 떠난 이야기.

우리 부부는 참 잘 견디고 오래 사는 중이다. 이조차 감사의 대상일까?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 누군가의 도움이 없었다면 나라고 무슨 용빼는 재주가 있을까?

여러 감회를 부르는 기사를 읽고 다시 공감하고...


뇌출혈 아내 5년 병수발하던 남편, 그마저 癌 걸리자..

김민정 기자 입력 2017.03.03 03:10
['간병 실직' 악순환에 죽음을 택한 50代 부부]
간병비가 월급보다 많이 들어.. 일 관두고 돌보지만 '빈곤의 늪'
긴 투병에 지쳐 함께 비관하거나 보살피던 환자를 죽이는 일까지
日, 간병비 10~20%만 부담하면 집으로 간병인 보내주는 서비스.. 한국선 65세 넘어야 '요양 보험'

지난달 17일 오후 서울 강동구의 한 낡은 다세대주택 1층 셋방에서 김모(59)씨와 아내 안모(55)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김씨는 목을 맨 채로, 안씨는 침대에 누워 사망한 상태였다. 유서 한 장 없는 '조용한' 죽음이었다. 밤늦게 귀가한 20대 아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서울 강동경찰서는 "외부에서 타인이 침입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혼자 거동을 못 하는 아내를 간병해온 김씨가 암에 걸려 더이상 아내를 돌볼 수 없게 되자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경찰은 아내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부검을 의뢰했다.


경찰과 이웃 주민들에 따르면 김씨는 5년 전 뇌출혈로 쓰러진 아내의 대소변을 받아가며 극진히 간병을 해왔다고 한다. 그랬던 김씨가 최근 대장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아내의 긴 투병으로 돈을 다 써버린 터라 항암 치료는 꿈도 꾸기 어려웠다. 암 진단 후 김씨는 아들에게 "내가 네 엄마보다 먼저 갈 순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인근 렌터카 업체 사장 김모(62)씨는 "몰라볼 정도로 살이 빠진 김씨가 '끝이 안 보인다'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했다.

김씨를 10년간 알고 지냈다는 한 이웃은 "김씨는 원래 새벽마다 일을 나가던 부지런한 사람이었다"며 "한때 덤프트럭을 몰고 건설 일을 하며 '사장님' 소리를 들었던 시절도 있었다"고 했다. 김씨가 생활고에 빠진 것은 아내 간병 때문에 생업(生業)을 그만두면서부터다. 덤프트럭을 판 돈으로도 아내의 요양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자 김씨가 일을 그만두고 직접 간병을 한 것이다. 집안의 유일한 수입원이었던 김씨가 일을 못 하자 가족 전체가 빈곤의 나락으로 추락했다.

이처럼 '간병 실직(失職)'으로 환자와 가족이 생계 곤란의 절벽으로 내몰리는 것은 김씨 부부만의 일이 아니다. 간병 실직이란 어쩔 수 없이 일을 그만두고 직접 간병에 나서는 것을 말한다. 간병인 비용이나 요양병원 입원비가 일해서 버는 돈보다 더 많이 들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조사 결과 간병인 비용은 월평균 280만원이었지만 간병인을 이용하는 환자의 85%가 월소득 200만원 미만이었다.

식당 조리사로 일하며 딸 두 명을 키우는 이모(여·38)씨도 작년 11월 간병 실직을 했다. 남편(54)이 암에 걸려 간병인을 쓰려고 했더니 간병인 비용이 한 달에 240만원에 달했다고 한다. 이씨는 결국 한 달에 150만원 받는 식당일을 그만두고 간병에 전념했다.

실직 상태에서 간병 기간이 길어지면 극단적인 선택에 내몰리는 경우가 많다. 생활고를 비관해 '동반 자살'하거나 환자를 죽이는 '간병 살인'이 발생하는 것이다. 작년 3월 경북 구미에선 전신 마비인 남편을 5년간 간병해온 A(53)씨가 남편의 인공호흡기 전원을 끄고 동반 자살을 기도했다. 약을 복용한 A씨는 살아났지만 남편은 숨졌고 경찰은 아내를 남편 살해 혐의로 구속했다. 우리보다 먼저 인구 고령화가 진행된 일본에서는 연간 40~50건의 '간병 살인'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은 "일본의 상황이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며 "보호자가 최소한의 생업은 유지할 수 있도록 정부가 간병 부담을 함께 짊어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병원비와 달리 간병 비용은 국민건강보험 보장 대상이 아니다. 정부가 간병인 자격 관리나 간병인 비용 기준도 제시하지 않아 환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많다. 간호사가 간병을 도맡아 간병인이 필요 없는 공공 병원의 '보호자 없는 병동'은 아직까지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일본의 경우 2004년부터 정부가 '개호(介護)보험'을 만들어 40세 이상 국민이 가입하게 하고 있다. 가입자가 전체 비용의 10~20%만 부담하면 집으로 간병인을 보내주는 '재가(在家)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우리나라도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를 도입했지만 65세 이상이 수급 대상이다. 국내 간병인 이용 환자의 42%가 65세 미만이라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