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다녀왔어요! 더워서 혼났지만...>
휴...
신나기는 좀 힘들 나들이를 하고 돌아왔어요!
6시부터 8시까지는 환자 외는 세면장 사용 자제라 부득이 5시에 기상.
머리 감고 아내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7시 좀 넘어 출발했습니다.
일산 국립암센터 검사 받으러 가는 날.
오가는데 6시간 정도, 병원 안에서만도 4시간 이상 여기저기 종종거렸지요.
채혈, 신경클리닉 진료, 폐경클리닉 진료, 자궁암 검사, 유방암 검사 등
돌아와서 아내와 저는 파김치가 되었는데 정작 밥도 못 먹고 녹초 되어 퍼졌습니다.
병원은 메르스 때문에 완전 공항검색대처럼 되었습니다.
열 재고 이름 연락처 적고 스티커를 옷에 붙여주었습니다.
환자 1명에 보호자 1명만 통과하고.
돌아와서도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자꾸 생각나서 좀 무겁습니다.
재발 가능 수치가 지난번에도 조금 올랐는데
이번에 또 조금 더 오르면 다시 항암주사를 맞아야 할지 모른다네요.
지난번 맞고 이제 4달밖에 안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전전번에도 4개월 만에 맞았습니다.
혹시 항암주사제도 내성이 생겨서 약효가 떨어지는걸까요?
주사비용이 한두 푼도 아닌데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3일안에 피검사 결과가 통보오고, 또 3일 뒤에는 유방암 검사 결과가 전화로 옵니다.
두 번의 전화가 다 좋지 않으면 어느 것이든 다시 일주일 안에 올라가야 합니다.
이 더운 날에 운전도 힘들고 옆자리에 실려 오가는 아내도 힘든데...
어제는 간수치가 높아서 건강검진 후 몇달 만에 다시 한 피검사에서
또 간수치가 높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3주 후에 다시 피검사를 한다고 병원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뭐 그러겠지요. 늘 자다깨다 사는 불규칙한 수면과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원인도 되고...
그런데 야자 끝난 아이를 태우러 간 내게 막내딸이 그랬습니다.
“아빠, 기쁜 소식! 나 이번 독서토론대회 또 1등 먹었어!”
“정말? 세상에 두 번 출전해서 두 번 다 1등이라니 믿기지 않네!”
2학년 때는 전년도 우승자는 출전금지라는 배려성 규칙으로 못나갔지요.
한 해 건너 다시 3명 한 팀으로 출전한 이번 토론주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찬성 반대 중 어느 쪽 토론을 맡을지 몰라 두 입장의 토론을 다 준비해야 합니다.
한 팀이 된 친구 두명과 머리 싸매고 주말 야간 낑낑 매더니 예선전 통과, 4강전 통과,
그리고 그제 어제 이틀에 걸친 마지막 결승에서 우승!
같은 팀 친구 2명이 잘해주어서 더 기쁘다는 말에 살짝 감동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딱 두 번의 출전 기회를 두 번 다 우승은 참 쉽지 않은데 대견하네요.
그렇게 검사결과로 우울해 축 쳐진 제게 다시 기운차리라고 특효약을 주더군요.
그런데... 진짜 더 기쁜 소식은 두 번째 였어요.
아주 작은, 마치 컨닝 페이퍼같이 좁고 긴 종이를 내밀더군요.
고등학생으로 실질적 마지막 시험인 1학기 기말고사 성적표!
“내가 좀 노력했지! 하하, 결과가 나도 기뻐~”
“잘 안보여...너무 글씨가 작다.”
“보자... 국어가 이과 182명중 1등? 와! 적분과통계가 182명중 15등...음, 그것도어디야!
기하학과 백터가 182명중 ...5등? 와! 이건 뭐지? 공통과목 영어가 371명중 ...4등?
진짜 잘했구나.“
아이 말에 따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1,2 학년 때는 정말 열심히는 안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성적은 그런대로 나왔고 한 편 미안하고 좀 그랬다네요.
그런데 이번 3학년은 작정하고 공부해서 얻은 성적이라 무지 기쁘고 당당하답니다.
나는 그 말에 정말 성적이상으로 반갑고 감동되었습니다.
노력하고 목표로 삼은 것을 얻어내는 성취감, 경험을 한다는 것은
학교 성적의 정도나 대학 입학 여부를 떠나 일생을 영향을 미치지요.
그 기억과 자신감, 경험은 아마도 무엇인가를 할 때마다 작동될 것입니다.
공부를 떠나 연애든 취미든 혹은 신앙 등 모든 면에서.
나와 아내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끝이 없는 장마 같은 느낌의 투병, 간병생활,
지루한 감옥살이 같은 이런 날들에 딸의 소식은 오아시스 같고 비타민 같습니다.
“뭐해줄까? 딸. 이럴 때는 먹고 싶은 거나 선물이라도 하나 해줘야 하는데...”
“글세...”
“그런데 너도 알지만 사실 지금은 나 여유가 없구나. 들었다가 돈 생기면 해줄게”
“괜찮아, 수능 끝나면 제주도라도 한 번 가고 싶어. 가족여행이면 더 좋고. 그때 보태줘”
아이가 수학여행 잡아놓고 불과 며칠 전에 세월호 사고로 취소가 되어버렸습니다.
전에도, 이후로도 고등학생들에게 다시 오지 않는 평생 한 번의 친구들과의 수학여행이...
올해는 아래학년, 2학년들이 다시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한을 풀어주자고 수능 끝나면 어떻게든 보내주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아내도 나도 같이 가고. 물론 그때의 아내 상태가 좌우합니다.
이렇게 이런 일 저런 날들이 넘어 갑니다. 넘기느라 낑낑매는지 모르지만요.
이번 한 주간은 전화만 오면 철렁 조마조마 하면서 보내야 합니다.
마음 준비 단단히 하고 통화버튼을 눌러야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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