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멀리 다녀왔어요! 더워서 혼났지만..

희망으로 2015. 7. 16. 00:11

<멀리 다녀왔어요! 더워서 혼났지만...>

 

...

신나기는 좀 힘들 나들이를 하고 돌아왔어요!

 

6시부터 8시까지는 환자 외는 세면장 사용 자제라 부득이 5시에 기상.

머리 감고 아내 씻기고 먹이고 입히고...7시 좀 넘어 출발했습니다.

일산 국립암센터 검사 받으러 가는 날.

 

오가는데 6시간 정도, 병원 안에서만도 4시간 이상 여기저기 종종거렸지요.

채혈, 신경클리닉 진료, 폐경클리닉 진료, 자궁암 검사, 유방암 검사 등

돌아와서 아내와 저는 파김치가 되었는데 정작 밥도 못 먹고 녹초 되어 퍼졌습니다.

 

 


 

병원은 메르스 때문에 완전 공항검색대처럼 되었습니다.

열 재고 이름 연락처 적고 스티커를 옷에 붙여주었습니다.

환자 1명에 보호자 1명만 통과하고.

 

돌아와서도 의사선생님의 말씀이 자꾸 생각나서 좀 무겁습니다.

재발 가능 수치가 지난번에도 조금 올랐는데

이번에 또 조금 더 오르면 다시 항암주사를 맞아야 할지 모른다네요.

지난번 맞고 이제 4달밖에 안되었는데...

 

그러고 보니 전전번에도 4개월 만에 맞았습니다.

혹시 항암주사제도 내성이 생겨서 약효가 떨어지는걸까요?

주사비용이 한두 푼도 아닌데 자꾸 이러면 안 되는데 마음이 무겁습니다.

 

3일안에 피검사 결과가 통보오고, 3일 뒤에는 유방암 검사 결과가 전화로 옵니다.

두 번의 전화가 다 좋지 않으면 어느 것이든 다시 일주일 안에 올라가야 합니다.

이 더운 날에 운전도 힘들고 옆자리에 실려 오가는 아내도 힘든데...

 

어제는 간수치가 높아서 건강검진 후 몇달 만에 다시 한 피검사에서

또 간수치가 높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3주 후에 다시 피검사를 한다고 병원으로 오라고 했습니다.

뭐 그러겠지요. 늘 자다깨다 사는 불규칙한 수면과 이런저런 스트레스가 원인도 되고...

 

그런데 야자 끝난 아이를 태우러 간 내게 막내딸이 그랬습니다.

 

아빠, 기쁜 소식! 나 이번 독서토론대회 또 1등 먹었어!”

정말? 세상에 두 번 출전해서 두 번 다 1등이라니 믿기지 않네!”

 

2학년 때는 전년도 우승자는 출전금지라는 배려성 규칙으로 못나갔지요.

한 해 건너 다시 3명 한 팀으로 출전한 이번 토론주제는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

찬성 반대 중 어느 쪽 토론을 맡을지 몰라 두 입장의 토론을 다 준비해야 합니다.

 

한 팀이 된 친구 두명과 머리 싸매고 주말 야간 낑낑 매더니 예선전 통과, 4강전 통과,

그리고 그제 어제 이틀에 걸친 마지막 결승에서 우승!

같은 팀 친구 2명이 잘해주어서 더 기쁘다는 말에 살짝 감동도 받았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딱 두 번의 출전 기회를 두 번 다 우승은 참 쉽지 않은데 대견하네요.

그렇게 검사결과로 우울해 축 쳐진 제게 다시 기운차리라고 특효약을 주더군요.

 

그런데... 진짜 더 기쁜 소식은 두 번째 였어요.

아주 작은, 마치 컨닝 페이퍼같이 좁고 긴 종이를 내밀더군요.

고등학생으로 실질적 마지막 시험인 1학기 기말고사 성적표!

 

내가 좀 노력했지! 하하, 결과가 나도 기뻐~”

잘 안보여...너무 글씨가 작다.”

보자... 국어가 이과 182명중 1? ! 적분과통계가 182명중 15..., 그것도어디야!

기하학과 백터가 182명중 ...5? ! 이건 뭐지? 공통과목 영어가 371명중 ...4?

진짜 잘했구나.“

 

 

 

아이 말에 따르면 중학교와 고등학교 1,2 학년 때는 정말 열심히는 안했다고 고백합니다.

그럼에도 성적은 그런대로 나왔고 한 편 미안하고 좀 그랬다네요.

그런데 이번 3학년은 작정하고 공부해서 얻은 성적이라 무지 기쁘고 당당하답니다.

 

나는 그 말에 정말 성적이상으로 반갑고 감동되었습니다.

노력하고 목표로 삼은 것을 얻어내는 성취감, 경험을 한다는 것은

학교 성적의 정도나 대학 입학 여부를 떠나 일생을 영향을 미치지요.

그 기억과 자신감, 경험은 아마도 무엇인가를 할 때마다 작동될 것입니다.

공부를 떠나 연애든 취미든 혹은 신앙 등 모든 면에서.

 

나와 아내를 힘들고 지치게 하는 끝이 없는 장마 같은 느낌의 투병, 간병생활,

지루한 감옥살이 같은 이런 날들에 딸의 소식은 오아시스 같고 비타민 같습니다.

 

뭐해줄까? . 이럴 때는 먹고 싶은 거나 선물이라도 하나 해줘야 하는데...”

글세...”

그런데 너도 알지만 사실 지금은 나 여유가 없구나. 들었다가 돈 생기면 해줄게

괜찮아, 수능 끝나면 제주도라도 한 번 가고 싶어. 가족여행이면 더 좋고. 그때 보태줘

 

아이가 수학여행 잡아놓고 불과 며칠 전에 세월호 사고로 취소가 되어버렸습니다.

전에도, 이후로도 고등학생들에게 다시 오지 않는 평생 한 번의 친구들과의 수학여행이...

올해는 아래학년, 2학년들이 다시 수학여행을 갔습니다.

그래서 아이의 한을 풀어주자고 수능 끝나면 어떻게든 보내주고 싶습니다.

가능하면 아내도 나도 같이 가고. 물론 그때의 아내 상태가 좌우합니다.

 

이렇게 이런 일 저런 날들이 넘어 갑니다. 넘기느라 낑낑매는지 모르지만요.

이번 한 주간은 전화만 오면 철렁 조마조마 하면서 보내야 합니다.

마음 준비 단단히 하고 통화버튼을 눌러야 되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