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가 하루를 사는 법>
1. 되는대로 사는 거지 뭐
매주 한 번, 3시간씩 봉사를 하러 오는 곳
다치거나 미아가 된 야생동물 밥 주고 치료해주는 충북야생동물보호센터.
좀 일찍 와서 기다리는 동안 학생들이 한 명 두 명 오는데 문은 잠겼다.
“고3은 너 한 명 뿐이라며?”
“응”
“그래도 괜찮겠어? 다른 고3 애들은 수능준비 지장 있다고 안하는걸 보면...”
“내가 여기 안 온다고 3시간 더 공부하겠어? 잠이나 잘지도 모르는데.
괜찮아. 되는대로 사는 거지 뭐!“
이곳에 봉사하러 오는 학생들이 죄다 고2 이하 학생들이고 고3은 울 아이뿐이다.
아이는 말대로 정말 되는대로 산다. 주말이면 공부 지겹다고 피아노만 치거나
잠이 고프다고 14시간 연속 자기도 했다나 뭐라나?
되는대로 사는 거,
그거 잘만 하면 가장 효과 있고 가장 행복하게 사는 길 인 것 같다.
딸이 사는 모습을 곁에서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딸처럼 살아봐야겠다! 배울 건 딸이라도 배워야지~’
2. 옆구리에 귀빈 한 분을 모시고
아이를 내려주고 병원으로 돌아오는 길
앞차가 운전을 지그재그로 하더니 갑자기 달리던 차선에서 멈춰버린다.
식겁을 했다. 짜증이 확 오르고 창문 내리고 욕 한바가지 나오려는 찰나.
“야! 이xx야! 운전 똑바로 못해? 죽으려면 혼자나 죽어! 썅 xxx...”
이렇게 할 뻔 했지만 하지 않았다. 다행하게도.
아마 어딘가를 찾느라 기웃거리는데 운전이 서투른 여자나 노인네 같다.
무례하게 운전하는 사람 때문에 놀라고 화났지만...
“오늘도 안전하고 기쁜 마음으로 잘 다녀오도록 함께 동행해주세요.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그렇게 하나님께 기도하고 출발한 운전인데 그럴 수 없었다.
그건 아니지, 차에 함게 타고가시는 귀빈이 있는데!
문득 하루를 모든 일에 그렇게 보내면 참 평안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나님께 기도하고 출발하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일을 시작하고!’
‘하나님께 기도하고 사람을 만나고!’
이것도 하루를 행복하게 사는 비결이 될까?
3. 비록 무명이고 이룬 것 초라해도 소망이 있다.
돌아온 병원. 현실은 변함이 없다.
기다리는 건 모래땅에 물을 붓듯 표도 없이 들어가는 일
시간 돈 체력 잡아먹는 아픈 식구 돌보는 간병
‘남들은 이 시간에도 날고뛰고 달려가며 살겠지?’
번쩍 번쩍 사람들에게 돋보이도록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여기저기 하고 싶은 일 하며 다니는 사람들도 부럽다.
‘하나님은 동물의 왕 사자와 바닥의 미물 지렁이를 차별하실까?’
어느 분이 그랬다.
다섯 달란트로 다섯 남긴 사람이나 두 달란트로 두 달란트 남긴 사람을
한 치도 다르지 않게 똑같이 귀하다고 하신다고.
아침 9시부터 일한 사람이나 오후 3시부터 일 한 사람이나 똑같이 대접한다고.
하나님은 그런 분이라고.
‘아! 살았다!’
단지 세상을 지나는 동안 맡길 배역에 따라 능력도 명성도 줄 뿐
마치고 귀가하는 날은 전혀 다름없이 동등하게 마중을 받는다는 진리.
대통령이나 길 위의 잡상인이나 다름없는 천국의 무게는 소망이고 기쁨을 준다.
내게 주신 배역은?
아내가 병이 낫든지 안 낫든지 상관없이 돌보는 거란다,
참된 기적은 불치병의 회복이 아니라 끝없는 수고란다.
긴 세월과 고단함을 참아내며 돌보는 사랑의 힘들이 진정한 기적이란다.
그 끝에 돌보는 이가 살아났는지 세상을 떠났는지는 의미가 없단다.
하기는 예수님이 죽음에서 살린 생명조차 한 명도 남지 않고 다 세상을 떠났다.
4. 너 어리석은 사람아.
‘너 어리석은 사람아! 오늘 밤 내가 너를 데려가면 네게 뭐가 남을까?’
내 기도는 작아진다.
‘그저 평안을 주소서. 하루를 살만큼의 분량이면 족합니다!’
긴 세월을 돌아보니 내 지난날들은 비록 작은 점 하나같다.
모래사장의 자갈하나 만큼.
‘너 어리석은 사람아! 네 육체에 담긴 생명이 어찌 그리 짧은지,
솔로몬의 영광조차 들꽃하나만 못하다던 주님의 말씀을 잊었는가?’
참으로 옳도다.
사람의 명성이 아무리 크다 한들,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첨탑같이 높아 보여도,
내 모습이 아무리 초라하고 누가 알아주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이라 해도,
하나님께는 똑같은 무게 똑같은 크기로 소중하다는 사실을 왜 몰랐을까.
내 기도는 더 소심해진다.
“주님과 동행하는 하루가 평안하기를 기도합니다.
그것은 공동묘지와 같은 적막함을 바라는 것 아닙니다.
또 부유함으로 단 한 번도 고생 없는 삶을 바라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어디로 가버리셨나 주무시나 하면서 불안하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고
부득이 마주치는 추위나 배고픔을 참고 견디게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기적이 없어도 기꺼이 감당하는 내 몫을 살게 해달라는 것뿐입니다.
그런 평안이 정녕 오늘 하루가 끝날 때까지만 곁에 따르기를 원합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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