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끄적/길을 가는 사람...

사람은 외로운 섬이다

희망으로 2014. 10. 22. 09:26

<사람은 외로운 섬>

1.
'옛날에 서서 / 우러러보던 하늘은 / 아직도 푸르기만 하다마는,
아 꽃과 같던 삶과 / 꽃일 수 없는 삶과의 / 갈등(葛藤) 사잇길에 쩔룩거리며 섰다.'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시 - '삶'중의 한 부분이다.

꽃과 같던 예전의 삶과 돌멩이 맞으며 사람을 피해 
황톳길 천리를 걷고 걸어가는
꽃일 수 없는 지금의 심정이 마치 건널 수 없는 강처럼 느껴진다고...

많이 아픈 사람들도 이 심정을 느끼며 괴로워 한다.
건강했을 때와 병들었을 때의 갈등
때론 성한 사람들과 성하지 못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강이 되기도 한다.

사람은 외로운 섬이다.

2.
'그저 바라만 보고 있지 그저 속만 태우고 있지
늘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우리 두 사람'

가수 나미씨의 '빙글빙글'이라는 노랫말 중의 한 부분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가까워질수록 행복하기만 할까?
혹은 멀어지면 반드시 불행하고 미워지기만 할까?

사람관계는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다.
사람과 사람 사이는 얼마쯤의 거리가 가장 좋을까?
5미터? 어떤 이는 1.5미터라고 한다.

소를 모는 사람이 소와의 거리는 뒷발에 차이지 않을 정도가
가장 좋은 거리라는데...

3.
'소인과 여자는 대하기 어렵다.
가까이하면 불손하고 멀리하면 원망한다'

논어 양화편에 나오는 공자의 말이다.

어디 여자와 소인만일까?
그렇다면 세상에는 여자와 소인만 산다.
양심이나 신 앞에서 정직하게 자신을 들여다보면 대부분.

사람은 서로 붙지말고 떨어져 살아야 하는 사이
사람은 외로운 섬이다.

4.
'애들에게 늘 죄책감이죠,
방목해도 죄 짓는 기분이고, 야단치면 더 미안하지요.'

영화 'LOL' 에서 데미무어가 새 남자 친구에게 하는 말이다.

이혼한 엄마 데미무어가 18살 딸의 일기장에서 우연히 
딸이 남자친구와 신체적관계를 가진 것을 보았다.
그걸 야단쳤다가 다툼끝에 딸이 가출했다.

나도 남들에게는 참 다정하고 감정을 조절하면서
정작 아내와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못하고 종종 욱! 한다.

친구같은 가족이 되고싶은데 잘 안된다.
멀어지기 싫으면서도 가까이도 못가는 섬이 된다.

5.
"미친년..."
"지랄!"
"저, 저 나쁜 년!"

막장드라마를 틀어 놓고 마구 해대는 병실의 풍경이다.
정말 버겁다. TV를 부서버리고 싶은 충동을 겨우 누른다.

예전 병원에서는 어느 환자가 입만 열면 사람들을 짜증나게 했다.
'약 먹으면 뭘해, 이렇게 살바엔 죽어버려야지!' 
별로 심한 축에도 못 끼는 사람이 중병 환자들 앞에서...

이제 아는 사이니 '서로 허물없이!' 뭐 이러면
자기 위주로, 자기 감정대로 해댄다.
제발 거리 좀 두고 허물있으면서 조금은 어렵게 살고 싶다.
섬이 되어서라도...

6.
"나의 받는 욕은 당신이 받아야 옳도다 내가 나의 여종을 당신의 품에 두었거늘 그가 자기의 잉태함을 깨닫고 나를 멸시하니 ..."

사래가 아브라함에게 하갈을 고자질하는 말이다.

처음에는 사래가 스스로 아브라함에게 하갈과 동침하기를 권하지만, 
나중에 하갈은 아들을 낳고 사래를 멸시한 것이다.

감사히 여기던 하갈이 무언가 오버를 하다가 결국 쫓겨난다.
사래가 아브라함의 허락을 받아 하갈을 학대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 사이가 좋던 두 사람이 나중에는 미움과 멸시와 굴복의 사이가 되었다. 사래와 하갈 사이에도 바다가 흐르고, 둘은 섬이 되었다.

7.
'우리 사이는 바늘 하나도 들어 올 틈이 없어!'

연인들은 처음에는 그렇게 말한다.

'부모 자식 사이는 막는 게 없어야 해!'

그렇게 말하고 마음은 바라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연인도 미움으로 번복하기도 하고, 가족도 서로 상처를 안고 살기도 한다.

그걸 인정하지않고 강제로 열어제키고, 고치겠다고 강압적으로 하다가
더 큰 상처를 내거나 심지어 상대를 죽이기도 한다.

사람은 본래 절대 고독의 섬이다.
아무도 건너오지도, 완전하게 남에게로 건너가지도 못하는.

끝까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몸부림치며 자살을 하기도 한다.
안타깝게도 계속 기대하며 원망하며 슬퍼하다가...

8.
사람과 사람은 모두 다르다.
아내는 여자고 나는 남자다.
아내는 O형이고 나는 AB형이다.
나는 나가 돌아다니기를 좋아하고 아내는 정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희망이 있다.
그래서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양한 배려를 받는다.
내가 분노할 때 아내는 차분하고
아내가 무거워 들지 못하는 짐을 내가 들어 주기도 한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바다가 흐르고 서로 섬이지만
그 섬은 불행한 섬이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사람을 자유롭게, 
사람을 어리석지 앟게 해주는
때로는 보호를 위한 섬이 되기도 한다.

오직 창조주만 뜯고 고치고 바꾸는 특권을 가진 섬.
사람들이 서로 망가뜨리고 조종하고 침범하지 못하도록
신이 배려해준 섬